‘함께 극복’ 나눔 사례를 만나다
▶강일중학교 학생들이 시각장애인을 위해 만든 ‘점자띠가 부착된 휴대용 손 소독제’
시각장애인 위한 손 소독제 점자띠 봉사
10월 21일과 28일. 서울 강동구 강일중학교 1, 2학년 학생들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손 소독제 점자라벨 제작 봉사활동을 전개했다. 이는 ‘2020년 서울형 청소년 봉사학습’(이하 봉사학습) 실천학교 공모사업에 강동구가 선정돼 서울시자원봉사센터로부터 예산을 지원받아 진행됐다. 강동구와 자원봉사멘토단(이하 멘토단)은 이번 봉사활동 프로그램을 구체화하던 중 승강기 내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부착된 항균 필름으로 인해 시각장애인이 점자를 읽을 수 없다는 언론 보도를 접했다. 이에 강일중학교 학생들과 함께 코로나 시대 시각장애인의 안전과 건강을 위한 손 소독제 점자띠(라벨) 제작 봉사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본격적인 봉사활동에 앞서 자원봉사 기초교육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전 학년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또 안전한 봉사활동을 위해 학생들에게 1인 1꾸러미를 사전 제작해 당일 교육에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후 멘토단은 1학년 8학급과 2학년 7학급 등 전체 학급당 1명씩 배정되어 1일 3교시 동안 교육을 진행했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은 멘토단이 알려주는 점자 표기법을 배우고 ‘손 소독제’라는 점자 테이프를 찍어 휴대용 손 소독제에 부착했다. 학생들이 만든 휴대용 손 소독제 400개는 한국시각장애인복지관과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을 통해 시각장애인에게 전해졌다.
봉사학습은 청소년들 스스로 지역사회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해가는 봉사 프로그램으로 자치구와 서울시교육청, 서울시자원봉사센터, 학교가 협력해 청소년들의 활동을 돕는다. 2018년부터 봉사학습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강일중학교는 학년별로 장애 체험과 수화 언어(수어) 배우기, 점자 책갈피 만들기를 진행해오고 있다. 또 사회복지기관을 직접 방문해 소외계층 이웃을 돕는 봉사활동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정훈 강동구청장은 “비대면이 일상이 된 코로나 시대에 이번 봉사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공동체라는 의미를 알아가는 소중한 계기가 되었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청소년들이 자원봉사의 참된 가치를 느끼고 지속해서 활동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점자띠 제작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강일중학교 학생의 모습
▶학생들은 점자 표기법을 배우고 ‘손 소독제’라는 점자테이프를 찍어 휴대용 손 소독제에 붙였다. | 강동구청
노숙인 등 취약계층에 ‘식료품 꾸러미’ 전달
2020년 광복절 연휴 이후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무료급식소인 ‘밥퍼’마저 잠정 폐쇄됐다. 사회적 거리두기 상황에서 근근이 이어가던 도시락 나눔도 중단된 것이다. ‘밥퍼 나눔운동’을 운영하는 다일복지재단(이하 재단) 관계자는 “밥퍼에서 먹는 한 끼가 유일한 식사인 분도 많기 때문에 가슴이 너무 아팠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대로 지켜볼 수만은 없는 일이었다. 재단 직원들은 ‘이 땅에 밥 굶는 이 없을 때까지’라는 밥퍼 구호를 떠올리며 머리를 맞댔다. 그때 지방자치단체에서 코로나19 자가격리자에게 지급하는 ‘식료품 꾸러미’를 떠올렸다. 즉시 동대문구청에 관련 내용을 제안했고, 협조를 받아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식료품 꾸러미는 후원자들의 후원금으로 충당했다. 컵라면과 즉석밥, 고압가열 살균식품(레토르트 식품) 등을 구매하고, 후원으로 들어온 손 소독제와 마스크 등 방역물품도 함께 포장했다. 그리고 관내에 등록된 140여 명의 무의탁 어르신과 노숙인들, 무등록 60여 명 등 총 200여 명의 취약계층에 전달했다.
식료품 키트 전달 과정에서 재단 직원들을 울린 일화도 있다. 밥퍼가 문을 닫은 동안 끼니를 해결할 곳이 없어 이틀을 꼬박 굶었다는 어르신의 이야기다. 재단 대표이자 목사인 최일도 씨는 “며칠 사이 살이 쏙 빠진 어르신을 만나게 되었는데, 여윈 손을 잡고 이야기를 듣는 내내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지 모른다”고 전했다. 또 “당시 어르신이 ‘코로나보다 배고픔이 무섭고, 배고픔보다 외로움이 더 무섭다’고 한 말씀이 가장 마음에 남았다”고 말했다.
식료품 꾸러미 전달에 참여한 한 봉사자는 “정부에서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을 위해 많은 지원을 하지만,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분들에게는 그 도움이 미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기회를 통해 복지 사각지대에 처한 분들을 기억하고,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1988년 11월 출발한 ‘밥퍼’는 30년 세월이 흘러 무상급식소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 다양한 복지활동을 펼치면서도 밥을 퍼주는 일만은 멈추지 않은 까닭이다. 2020년 현재 중국, 베트남, 탄자니아 등 11개 나라 20개 분원에서 밥퍼(급식 지원)와 꿈퍼(교육사업), 헬퍼(의료사업) 등을 통해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2017년 5월 2일 기준 1000만여 그릇의 무료 급식을 제공했다. 최 대표는 “코로나19 장기전으로 모두가 힘들고 괴롭지만 절망하지 않고 이겨내고 있다”며 “식료품 꾸러미를 전달받은 분들도 희망 잃지 말고 다일공동체와 함께 ‘다’시 한번 ‘일’어선다는 마음으로 코로나19를 이겨내면 좋겠다”고 전했다.
▶다일복지재단 대표인 최일도 목사가 ‘밥퍼 식료품 꾸러미’를 전달하는 모습 | 다일복지재단
▶민간 봉사단체인 ‘디딤돌봉사회’는 취약계층을 위해 김장과 이불 나눔 활동을 펼쳤다. | 사천시청
취약계층 130세대에 김장 김치, 이불 전달
경남 사천시에서 활동하는 ‘디딤돌봉사회’는 자원봉사자들이 모인 민간 봉사단체다. 올해로 벌써 3년째 지역 취약계층을 위한 김장 김치와 이불 나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2020년은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든 상황에서도 회원들은 십시일반 회비와 성금을 모았다.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생각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덕분에 취약계층 70세대에 김장김치, 60세대에 이불을 전달할 수 있었다. 이 밖에도 비대면 밑반찬 전달과 면마스크 제작 지원, 이불 수거 및 세탁 봉사 등 다양한 나눔으로 관내 취약계층에 많은 힘이 되고 있다.
디딤돌봉사회 장성희 회장은 “힘든 시기에 더욱 어려워진 이웃을 위하고 함께 어려움을 이겨내고 싶은 마음으로 이번 나눔 활동을 하게 되었다”며 “김치와 이불을 받은 분들이 따뜻한 겨울을 나는 데 도움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강민진 기자
#함께하는 #봉사활동
▶ 시각장애인용 e북 제작을 위한 워드 입력 자원봉사
시각장애인의 책 가뭄 해결을 위한 e북 크라우드 구축·운영 활동이다. 학교, 사무실, 도서관, 카페 등 컴퓨터가 있는 곳이면 어디서나 가능하다. 참여 방법은 정보기술(IT)로 시각장애인 점자도서관(www.itlo.org)에 회원 가입한 뒤 온라인 강의를 듣고 자원봉사 활동 방법을 숙지한다. 다음으로 관심 있는 책을 골라 이미 입력된 내용과 책 스캔본을 비교하며 오·탈자 수정(워드 타이핑)한다. 책 편집이 시작되면 신청한 시각장애인 이용자에게 알림이 전달되고, 편집이 완료된 페이지는 즉시 온라인에서 읽어볼 수 있게 서비스를 제공한다. 자신의 활동 기록에 따라 20시간 이상 활동시간 누적 후 1365봉사센터로 자원봉사 시간 인증도 가능하다.
문의: 시각장애인 점자도서관 02-3471-3434
▶ 다일공동체 ‘밥퍼 나눔운동’ 봉사
사회복지법인 다일복지재단에서는 ‘밥퍼 봉사’를 비롯해 다양한 자원봉사와 재능 기부 등으로 나눔에 참여할 수 있다.
문의: 밥퍼나눔운동본부 02-2214-0365 / babfor@dail.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