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위한 21세기 기회 실현’을 주제로 11월 21일(현지시간)부터 이틀간 화상으로 열린 주요 20개국(G20) 회의에 참여한 정상들의 모습을 합성한 단체사진│연합
G20 정상회의 성과와 의미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이 곧 배포되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주요 20개국(G20)은 백신의 공평한 분배를 위해 자금을 지원하기로 뜻을 모았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G20 정상들은 11월 21∼22일 이틀간 화상회의 형태로 열린 정상회의에서 “모든 사람에게 적정하고 공평한 백신 접근권을 보장하는 데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며 “광범위한 면역을 전 세계 공공재로서 인식한다”는 입장을 담은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백신과 치료제의 공평한 보급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한국은 코로나19의 완전한 종식을 위한 국제협력에 끝까지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19와 관련해 “국제 연대와 협력이 가장 절실한 때”라며 “지금 인류에는 희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3월 열린 G20 특별정상회의 이후 국제사회의 연대 및 협력 성과를 조목조목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보건의료 재원 210억 달러 관련 및 그에 따른 백신·치료제 개발과 공평한 보급을 위한 액트-에이(ACT-A) 출범 ▲회원국들의 총 11조 달러에 따르는 확장적 재정정책 단행 ▲저소득국 채무상환 유예 ▲세계은행·국제통화기금·세계보건기구·유엔과 협력 등을 주요 성과로 꼽았다.
문 대통령은 이런 국제 연대와 협력이 “세계경제가 함께 일어설 발판을 마련한 것”이라고 평가한 뒤 “전 세계가 사상 최악의 ‘보건’, ‘경제’ 위기 파고를 함께 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은 개방성·민주성·투명성 입각해 방역”
이어 코로나19 극복과 경제 회복을 위해 한국이 어떻게 노력해왔는지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은 개방성, 민주성, 투명성에 입각한 방역으로 국경과 지역의 봉쇄 조치 없이 방역과 일상의 공존을 이뤘다”며 “방역을 위해 협력한 특별입국 절차와 신속통로(패스트트랙)를 통해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국경을 열고 무역과 투자의 흐름을 이어나간 결과 경제 충격을 최소화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제조업이 살아나면서 수출이 다시 늘어났고,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도 플러스로 전환되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성과에도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아 국제사회가 함께 연대하고 협력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오늘 세계적 유행 극복, 성장·일자리 회복을 위한 G20의 단합된 노력이 위기 극복과 회복을 위한 중요한 이정표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G20이 무역·투자 코로나 대응 행동계획과 기업인 등 필수 인력의 국경 간 이동에 합의한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특히 기업인 등 필수 인력의 국경 간 이동은 문 대통령이 3월 G20 특별정상회의에서 주창한 것으로, 이번 정상선언문에도 포함됐다. 나아가 문 대통령은 “세계경제의 80%를 차지하는 G20이 단합해 세계무역기구(WTO)와 함께 다자주의를 복원하고, 공정하고 안정적인 무역·투자 환경 조성에 더욱 속도를 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국제사회의 연대와 협력의 범주 속에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도 언급하며 “한국은 세계보건기구와 국제백신연구소(IVI) 등 국제기구의 역할을 적극 지지하고, 코박스(COVAX·백신 균등 공급을 목표로 추진되는 다국가 연합체)를 통한 개발도상국 백신 보급에도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더불어 “코로나19 위기 극복과 회복은 지속가능하고 더욱 포용적인 세계로 나아가는 것이어야 한다”면서 “재난과 위기는 언제나 저소득 국가와 취약계층에 더 큰 피해를 안겼고, 불평등의 심화는 결국 지속적인 발전을 불가능하게 만든다”고 진단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1월 20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각국 정상이 집무실에 1~2대의 모니터만 두고 화상회의를 했던 것과 달리 문 대통령은 독립된 세트장에서 높이 6m 발광다이오드(LED) 화면에 둘러싸여 회의에 나서면서 한국의 회의장이 참가국들의 관심과 호평을 끌었다. 일부 국가는 한국의 화상회의장 제작 기술을 전수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청와대사진기자단
한국판 뉴딜 정책 정상들에게 소개
문 대통령은 “한국은 ‘위기가 격차를 키운다’는 통념을 깬다는 각오로 네 차례에 걸친 재정 투입으로 일자리를 지키고, 사회안전망을 강화해 취약계층을 보호하고자 노력하며, 튼튼한 고용·사회안전망을 바탕으로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 지역균형 뉴딜도 추진하고 있다”며 한국판 뉴딜 정책을 정상들에게 소개했다.
이어서 “한국은 G20 국가들과 경험과 성과를 공유하고, 포용적 세계질서를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이라면서 “세계가 마침내 코로나의 긴 터널을 빠져나와 2021년도 G20 회의에서는 반갑게 악수하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선언문에 따르면 G20 정상들은 코로나19 대유행을 전무후무한 충격이라 규정하고, 취약한 계층의 지원 및 경제 회복이 시급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G20 정상들은 “(코로나19) 진단기기, 치료제 및 백신이 모든 사람에게 적정 가격으로 공평하게 보급되도록 전력을 다할 것”이라며 “광범위한 접종에 따른 면역이 전 세계적인 공공재”라고 강조했다.
또한 정상들은 “사회 전반에 코로나19의 영향이 나타나는 모든 개발도상국과 최빈국을 지원할 것”이라며 “각국 국민의 생명과 일자리, 소득을 보호하고 세계경제 회복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금융시스템의 회복력을 높이는 데 필요한 가용한 정책 수단을 계속해서 활용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를 위해 G20은 저소득국의 채무 상환을 유예해주는 채무 원리금 상환 유예 이니셔티브(DSSI)를 2021년 6월까지 이어간다는 기존의 약속을 재확인했다. 정상들은 또한 다자무역 체제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점과 함께 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 자유롭고, 공정하고, 포용적이고, 예측 가능한 무역·투자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G20은 공중보건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저해하지 않는 방식으로 인력의 이동을 원활히 할 수 있는 구체적 조치도 계속 모색해 나간다는 데 의견을 함께했다. ‘필수 인력의 국경 이동 원활화’는 3월 G20 화상 특별정상회의 당시 문 대통령이 제안했다.
지속가능한 발전 위한 구체적 노력도 담아
G20 정상들은 코로나19 대응 외에도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구체적인 노력도 선언문에 담았다. 정상들은 환경 훼손을 예방하고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것이 현재 가장 시급한 과제라는 점에 의견을 모으는 동시에 지구를 보호하고 더욱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하고 포용적인 미래를 만들겠다고 했다.
아울러 각국의 상황에 따라 가장 넓은 범위의 연료와 기술 선택을 활용하는 것을 비롯해 에너지 안보와 경제적 효율성, 환경, 안전성을 실현하는 에너지 전환이 중요하다는 내용도 선언문에 포함됐다.
특히 파리기후협약의 중요성을 상기하고, 개발도상국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 등을 지원하기 위한 재정 지원의 중요성에도 공감대를 형성했다. G20은 또 코로나19를 극복하는 인류의 회복력과 전 세계 단합의 상징으로 2021년 도쿄올림픽을 개최하겠다는 일본의 결정을 평가하고,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 개최에도 기대감을 나타냈다.
“에이펙, 위기 극복 위해 ‘연대의 힘’ 발휘할 때”
앞서 11월 20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정상들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보건·경제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한 에이펙의 향후 비전으로 “2040년까지 모든 국민과 미래 세대의 번영을 위해 개방적이고 역동적이며, 회복력 있고 평화로운 아시아·태평양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 시진핑 국가주석 등 에이펙 21개 회원국 정상들은 이날 화상 정상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2020 에이펙 정상선언문(2020 쿠알라룸푸르 선언)’을 채택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화상회의로 진행된 정상회의에서 “코로나 공동 대응방안과 에이펙의 새로운 미래를 논의하게 되어 기쁘다”며 “코로나19 위기가 불평등을 키우지 않도록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역내 경제협력과 포용성 증진을 위해 ▲기업인 등 필수 인력의 이동 촉진방안 협의 ▲포용적 회복을 위한 방안 ▲‘디지털 경제’와 ‘그린 경제’의 균형 잡힌 결합 등을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국경을 봉쇄하는 대신 교류를 계속하며 경제 충격을 최소화하고 있다”며 “개방적 통상국이 많은 아·태 지역의 미래 성장은 자유무역으로 모두가 이익을 얻는 ‘확대 균형’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자무역체제를 강화하는 것이 역내 경제 회복을 앞당길 것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한국은 세계무역기구(WTO) 개혁 논의를 위한 2021년 12차 WTO 각료회의가 성공적으로 개최되도록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위기가 불평등을 키우지 않도록 포용적 회복을 위한 포용적 협력방안을 마련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가 간 포용성 증진을 위해 백신의 공평한 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한 세계보건기구의 노력을 지지하고, ‘코박스’에도 동참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또 “‘디지털 경제’와 ‘그린 경제’의 균형 잡힌 결합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면서 “한국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혁신을 통해 ‘글로벌 가치사슬’을 강화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2021년에는 ‘글로벌 가치사슬 내 디지털 경제 역할에 대한 워크숍’을 개최할 예정이다. 회원국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19는 많은 것을 달라지게 했지만 우리가 추구해온 꿈마저 바꿀 수는 없다. 위기 극복을 위해 에이펙이 다시 ‘연대의 힘’을 발휘할 때”라고 각 나라 정상들에게 호소했다.
박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