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재생에너지 보급을 가속화하기 위해 2025년까지 태양광·풍력 설비를 2019년보다 세 배 이상 늘리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
탄소중립 어떻게 추진되고 있나
‘탄소중립’을 향한 주요 국가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과 일본의 스가 요시히데 총리는 자국의 국회 연설을 통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고,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은 유엔총회 화상연설에서 2060년 이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자신의 누리소통망(SNS)을 통해 대통령 취임과 함께 파리기후변화협약(파리협정)에 재가입하고, 나아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겠다고 약속했다. 유럽연합(EU)은 이미 2019년 12월 ‘그린딜’을 통해 2050년까지 탄소중립 목표를 발표한 바 있다.
탄소중립은 온실가스 배출을 최대한 줄이고 흡수 대책을 세워 온실가스의 실질적인 배출량이 제로(0)가 되는 개념으로, 온실가스 총량을 중립 상태로 만든다는 뜻이다.
미국의 비영리기구인 참여 과학자 모임(Union of Con cerned Scientists)이 발표한 국가별 이산화탄소 배출량(2018년 기준)에 따르면 중국이 전 세계 배출량의 28%를 차지해 가장 많았고 미국(15%)이 두 번째였다. 일본(3%)은 인도(7%), 러시아(5%)에 이어 세계 5위를 기록했고, 독일·이란·한국·사우디아라비아·인도네시아·캐나다(이상 2%)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전 세계 동참 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
이번에 탄소 배출 상위권에 포함된 국가들이 ‘탄소 순배출 제로(넷제로)’ 목표에 동참하면서 탄소중립은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됐다. 온실가스가 지구 환경을 파괴하지 않도록 하는 세계 각국의 노력이 한 걸음 더 전진하고 있다.
‘2050년 탄소중립’ 목표는 2018년 10월 인천 송도에서 열린 국제연합(UN)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총회에서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가 채택되면서 구체화됐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한 2015년 파리협정은 195개 당사국들이 2100년까지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 이내로 유지하고, 나아가 상승폭을 1.5℃ 이하로 제한하기 위해 노력하자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2018년 IPCC 총회에서는 지구 평균온도 상승폭을 1.5℃ 이하로 제한하지 않으면 생태계가 영구 파괴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이를 위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100년까지 지구 평균온도가 2℃ 상승할 경우 생태계와 인간계가 ‘매우 높은’ 위험에 처하게 된다. 예를 들어 북해 해빙 완전 소멸 빈도가 1.5℃ 상승 시에는 100년에 한 번꼴로 발생해 복원 가능하지만, 2℃ 상승 시에는 10년에 한 번꼴로 발생해 복원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 평균온도가 2℃ 상승하면 물부족 인구가 최대 50% 증가하고 빈곤·취약층이 크게 늘어나며, 산호초의 99% 이상이 사라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0월 28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처음 공식화됐다. 문 대통령은 국회 연설에서 “국제사회와 함께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해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나아갈 것”이라며 “석탄발전을 재생에너지로 대체해 새로운 시장과 산업을 창출하고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 2050년 탄소중립 선언
문 대통령은 11월 11일 탄소중립 선언 이후 첫 보고 겸 회의인 ‘2050 저탄소발전전략’ 보고회에서는 “2050년 탄소중립은 우리 정부의 가치 지향이나 철학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요구되는 새로운 경제·국제질서”라며 “국제적으로 뛰기 시작한 상태인데 우리만 걸어갈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 조류와 동떨어져서 가다가는 언제고 탄소 국경세라든지 금융·무역 등의 규제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며 “피할 수 없는 일이며 국제사회와 함께 가지 않을 수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미래차와 수소경제, 연료전지, 에너지저장장치(ESS), 디지털 능력, 그리고 그린 뉴딜을 시작했다는 강점이 있다”고 한국의 강점을 강조했다.
? 탄소중립 관련 법제화도 진행되고 있다. 이소영 의원(더불어민주당) 등은 11월 11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탈탄소사회 이행 기본법’(그린뉴딜 기본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이 법안은 2050년 탄소중립 달성 목표 법제화와 함께 국가기후위기위원회 컨트롤타워 설치, 기후위기대응기금 설치, 탈탄소 산업과 기술 육성 및 녹색 금융을 통한 새로운 일자리 창출 등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탄소중립 관련 법안이 통과될 경우 우리나라는 영국·스웨덴·프랑스·덴마크·뉴질랜드·헝가리에 이어 일곱 번째가 된다.
일본은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10월 26일 취임 이후 첫 국회 연설에서 탄소중립을 공식화했다. 스가 총리는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이 더는 경제성장에 제약이 되지 않는다”며 “기후변화에 대해 적극적인 조처를 취하면 산업구조와 경제가 크게 성장할 것이라는 관점으로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탄소중립을 향한 국제 흐름에 뒤처질 경우 자칫 도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들어 있다.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 재조정해야
하지만 2050년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해서는 만만치 않은 과제가 남아 있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화석연료, 특히 석탄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그동안 온실가스 배출량도 지속적으로 증가하다가 2019년에야 처음으로 하락세로 돌아섰다. 2050년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해서는 앞으로 30년 동안 더욱 과감한 변화가 필요하다.
우선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재조정해야 한다. 파리협정 당사국들은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이미 제출했고, 이와 별개로 2020년까지 2050년 저탄소발전전략(LEDS)을 유엔에 제출해야 한다. NDC는 자국의 상황과 역량을 고려해 제출한 2020년 이후의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 방안으로, 목표 달성 여부를 주기적으로 점검·평가받아야 한다. LEDS는 장기적 관점에서 기후변화 정책 비전으로 강제성은 없다.
2015년 우리나라가 유엔에 제출한 NDC에는 2030년에 배출전망치 대비 37%를 감축하기로 했다. 2050년 탄소중립을 이루려면 턱없이 부족한 목표다. 정부는 이에 따라 NDC를 향후 수정 제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11월 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아직까지 합의된 것은 없지만 2050년에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2030년에 현재의 NDC 수준으로는 결코 할 수 없다. 추세를 감안하면 2070년이 돼야 가능하다”며 “수정 변경에 최소한 1년이 필요하기 때문에 일단 2050년 장기 계획을 제출하고 2030년 국가 감축목표를 어떻게 할지 의견을 모아 2025년 이전에 수정 변경할 수 있도록 준비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린 뉴딜 73조 원 투자, 일자리 66만 개 창출
우리나라는 2020년 한국판 뉴딜의 양대 축 가운데 하나인 그린 뉴딜을 발표하는 등 기후변화 대응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린 뉴딜은 녹색사회 이행을 통한 일자리와 시장 창출 계획으로, 2025년까지 인프라·에너지의 녹색 전환을 위해 총 73조 4000억 원(국비 42조 7000억 원)을 투자하고 66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당장 2021년에는 8조 원이 투자된다. 노후 건축물과 공공임대주택을 친환경 시설로 교체하고 도시 공간·생활 기반시설의 녹색 전환에 2조 4000억 원을 투자하며, 전기·수소차 보급을 확대하고 충전소 건설과 급속충전기 증설 등에 4조 3000억 원을 투자한다. 스마트 산업단지를 저탄소·그린 산단으로 조성하고 지역 재생에너지 사업에도 금융지원을 확대할 예정이다.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파리협정 재가입을 천명하면서 우리나라의 산업구조 재편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실익이 없다며 파리협정 탈퇴를 결정한 바 있다. 그동안 유럽연합이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했지만 강대국인 미국이 이탈하면서 사실상 큰 힘을 발휘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 당시 부통령을 역임했던 바이든 당선인이 기후변화에 적극적인 대응을 공약하면서 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이 공조할 경우 탄소국경세 등 친환경 제재 수단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탄소 국경세는 이산화탄소 배출이 많은 국가에서 생산된 제품에는 관세를 부과하는 조처로, 탄소세를 매길 경우 가격 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탄소중립을 향해 빨라진 국제 흐름에 발맞춰 적극적인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찬영 기자
▶자료: 환경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