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이 최근 나왔다. 각종 세금을 매기는 기준인 공시가격을 시세의 90%까지 시차를 두고 올리겠다는 게 골자다. 예컨대 시세가 1억 원이면 공시가격을 9000만 원 수준으로 상향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부동산 유형이나 가격에 따라 차이를 둔 것이 특징이다. 이번 계획에 따르면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은 2020년 현실화율이 69%인데, 가격에 따라 5~10년에 걸쳐 90%로 올린다. 2020년 현실화율이 53.6%인 단독주택은 가격에 따라 7~15년, 50만 필지의 토지(2020년 65.5%)는 8년에 걸쳐 90%로 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서민층 부담을 줄이기 위해 중저가 주택을 보유한 경우 2021년부터 재산세율을 내려준다. 재산세율 인하 기준을 공시가격 6억 원으로 할지, 9억 원으로 할지 논란이 있었으나 결국 낮은 쪽으로 결정이 났다. 재산세율 인하 대상은 공시가격 6억 원 이하라도 다주택자는 제외되고 1가구 1주택자여야 한다. 2021년부터 3년간 0.05%포인트 인하되는데, 최대 18만 원까지 재산세가 줄어든다. 전국 1030만 호, 1주택자의 95% 정도가 인하 혜택을 볼 것으로 정부는 예상했다.
부동산 유형별로 보면 공시가격 현실화율 속도는 초고가 아파트일수록 빠르다. 시세 15억 원이 넘는 아파트는 앞으로 5년에 걸쳐 현실화율 90%에 이르게 된다. 시세 9억 원 미만은 10년, 9억~15억 원은 7년에 걸쳐 90%까지 이르는 점을 고려하면 빠른 편이다. 따라서 초고가 주택이 밀집한 강남권과 마포·용산·성동구, 여의도 등 일대 집값 안정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시장 자체가 실수요 중심으로 재편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보유세가 부담되어 ‘강남행’을 머뭇거리는 사례도 많아질 것 같다.
일정한 소득이 없는 은퇴자나 고령자는 보유세가 적지 않은 부담이다. 물론 중저가 주택보다는 초고가 주택 보유자에게 해당되는 얘기다. 강남에 84㎡ 아파트 한 채(시세 22억~26억 원대)를 단독 명의로 보유하면 대략 2020년 보유세로 600만~800만 원을 낸다.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감면 혜택을 받지 않는다는 전제에서다. 매년 5% 시세가 오른다는 전제에 현실화율 속도를 고려하면 5년 뒤인 2025년 내야 할 보유세가 2000만 원에 이른다. 강남에서는 집 한 채만 보유해도 세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다주택자나 임대사업자는 주택 수를 줄이기 위해 고심할 것이며 일부는 시장에 매물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
주택시장에 월세 선호 현상이 심해질 가능성도 있다. 은퇴자들은 고가 주택을 중심으로 월세라도 받아서 종부세를 내려는 사람들이 나타날 것이다. 이제는 집을 바라보는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자본이득, 즉 시세차익보다는 현금흐름의 수단으로 인식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일정한 소득이 없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 정부는 공시가격 현실화로 건강보험료가 크게 늘 가능성이 낮다고 하지만 실제로 우려가 불식될 수 있도록 세심하게 고려해야 한다. 개인들은 노후 대비 운용자산 구성 변경을 고민해야 할 때다. 한 민간연구소 조사를 보니 우리나라 50대의 가계 자산에서 부동산 비중이 72%에 달했다. 가계 자산을 부동산에 집중하는 기형적인 구조다. 부동산을 통한 사적 복지는 가면 갈수록 세 부담을 고려하면 장점이 뚝 떨어진다. 더욱이 인구 감소에 저성장으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경우 고스란히 부실화될 수밖에 없다. 이제는 부동산 편식보다는 금융자산과 분산해 균형을 맞추는 전략도 필요해 보인다.
공시가격 현실화는 장기적으로는 가야 할 방향인 것 같다. 다만 공시가격 90%는 시세에 근접한 비율이기 때문에 가격 변동성을 반영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즉 현실화율이 높아 주택시장 불황기에는 공시가격이 시세를 역전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시의적절하게 반영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얘기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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