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탄한 수출 경쟁력→실물지표 개선→기업·소비 심리 회복 한국 경제 ‘이유 있는 반등’

2020.11.23 최신호 보기



2020년 세계 경제는 깊은 계곡에 빠졌다. 국제통화기금(IMF)이 10월에 발표한 2020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4.4%로,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저조한 역성장이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유행)에 따른 세계 경제의 동반 위기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강타한 2008년에도 세계 경제는 -0.07% 성장률로, 2020년만큼 성장률의 낙폭이 심하지 않았다.
한국 경제 역시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2020년 역성장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경제의 역성장은 생산·지출(투자와 소비)·소득의 총량이 줄어든다는 뜻이다. 하지만 코로나19 같은 돌발 악재가 초래한 경제 위축은 악재 해소와 함께 언젠가 빠르게 다시 살아날 수 있다. ‘골이 깊으면 산이 높다’는 이치는 경기 흐름에도 적용된다.
관건은 경제 회복의 탄력과 속도다. 나라와 지역에 따라 경제의 복원력이 다르기 때문에 세계 경제는 코로나19 위기에서 탈출하더라도 양극화가 심화하리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코로나19가 세계 경제의 재편을 불러온다는 것이다. 한국 경제는 이런 재편 과정에서 어떤 모습으로 탈바꿈할까?
 
국제사회, 한국 경제 복원력 평가 긍정적
지금까지 국제사회에서 바라본 한국 경제의 복원력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다. 한 나라의 경제 복원력은 두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먼저 예기치 않은 외부 충격을 방어하고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다음으로 다시 정상적인 성장 궤도에 올라설 뿐 아니라 새로운 기회를 포착해 성장 동력을 더욱 키울 수 있는 능력도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경제 복원력의 두 가지 요소 모두에서 희망의 빛이 보인다. 앙헬 구리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은 팬데믹 초기부터 “한국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이 빨랐고 경제 충격에 대해서도 필요한 기반 시설(인프라)과 대처 방안이 잘 준비되어 정책 효과가 컸다”며 “세계 주요 20개(G20) 국가 중 한국이 코로나19 여파에서 가장 빨리 경제를 회복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국제통화기금도 한국 금융시스템의 복원력을 높은 수준으로 평가하고 가장 적은 경제적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세계 3대 신용평가회사 중 하나인 무디스는 코로나19 이후 경제 회복기에 한국은 북유럽과 함께 뛰어난 성과를 보일 수 있는 곳으로 꼽았다. 무디스는 11월에 낸 ‘2021년 세계 신용위험(글로벌 소버린) 전망’ 보고서에서 “전반적으로 규모가 크면서도 다양화되고 유연성이 큰 경제가 코로나19 충격에서 빠른 회복을 보일 것”이라며 “한국 그리고 덴마크 같은 북유럽 국가는 그런 유형의 경제를 갖추고 있고 디지털화나 자동화 기술이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국제사회의 이런 평가는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의사소통을 반영한 측면도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0월 중순 미국 뉴욕에서 개최한 한국경제설명회(IR)에서 “한국 경제는 튼튼한 대외 건전성, 견고한 재정, 균형 잡힌 산업구조 등 ‘3대 충격 완화 여력’을 바탕으로 강한 복원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물지표 개선 기업·소비자 경제적 심리도 회복세

우리나라 경제의 회복 흐름과 강한 복원력은 실물경제의 여러 부문에 걸쳐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는 직전 분기 대비 1.9%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는 2010년 1분기 2.0%를 기록한 뒤로 10년 반 만에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분기별 GDP 실적으로 2020년 국내 경기 흐름을 되짚어보면, 코로나19 발생과 확산의 여파로 1분기(-1.3%)에 이어 2분기(-3.2%)까지 급격한 하강 국면으로 빠져드는 모습이었다. 특히 2분기 성장률은 세계 금융위기의 충격이 가장 컸던 2008년 4분기(-3.3%)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그러다 6개월 만에 다시 강한 반등세로 돌아선 것이다.
물론 3분기의 GDP 반등은 기저효과의 영향이 크다고 봐야 한다. 비교 대상의 수준이 워낙 낮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높게 보이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반등에 성공한 것만으로도 일단 경제 흐름에는 청신호라는 게 국내외 전문기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더구나 3분기 성장 반등은 역대 최장의 장마, 잦은 태풍에다 8월 이후 코로나19 국내 재확산과 세계 각국의 2·3차 대유행 등 대내외 여건이 더 나빠진 가운데 이룬 실적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3분기 성장률이 비교적 큰 폭으로 반등한 데 힘입어 우리 경제의 GDP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거의 회복했다. 위기 직전인 2019년 4분기의 GDP를 100이라고 할 때 3분기 실적은 97.4%다. 이는 주요 선진국들과 비교해 가장 빠른 회복 속도다. 국제금융센터가 9개 국제투자은행(IB)의 평균 전망치를 토대로 각국의 2020년 3분기 GDP 수준을 2019년 4분기와 비교했을 때 미국이 95.9%, 일본 95%, 독일 94.8% 등으로 우리나라보다 낮다. 유로존 경제권 전체로는 92.8%, 영국은 90.9%에 머물고 있다.
10월 이후에도 우리 경제는 완만한 회복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정부는 판단한다. 주요 경제지표가 회복 국면 진입 신호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작성한 ‘경기순환시계’를 보면, 9월 기준으로 주요 경제지표 10개 가운데 9개가 상승 또는 회복 국면에 분포했다.
통계청은 경기순환시계를 ‘상승-둔화-하강-회복-상승’ 흐름으로 표시하는데, 광공업 생산·소매 판매·설비투자·수출·수입 등 5개 지표는 상승 국면에, 서비스업 생산·취업자 수·기업경기실사지수·소비자기대지수 등 4개 지표는 회복 국면에 분포한다. 하강 국면에 분포한 지표는 건설기성액(건설투자) 하나뿐이다.
실물지표가 좋아지면서 기업과 소비자의 경제적 심리도 회복세가 뚜렷하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10월 기업경기실사지수(제조업 업황지수 기준)는 전월 대비 11포인트, 소비자심리지수는 12.2포인트 상승했다. 각각 11년 6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이다. 우리 경제는 2020년 4분기에 GDP 성장률이 0.1%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다면 연간으로는 한은이 예상한 -1.3%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다. 이는 OECD 37개 회원국의 예상치 가운데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국내 제조업 4분기부터 본격 확장 국면 진입
우리 경제의 회복을 견인하는 힘은 탄탄한 제조업을 기반으로 한 수출 경쟁력에서 나온다. 코로나19 충격에 따른 세계 교역의 둔화 속에서도 3분기 수출은 반도체와 자동차 등 주력 품목을 중심으로 전기 대비 15.6%로 급증했다. 수출은 전년 같은 기간에 견줘서도 9월부터 증가세로 돌아섰고, 10월에는 일평균 수출이 5.6% 늘어 최근 2년 사이에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특히 10월 일평균 수출액은 21억 4000만 달러로, 13개월 만에 21억 달러대에 진입했다.
하반기부터 수출 업종과 품목의 다변화도 눈에 띄는 현상이다. 반도체와 자동차 수출이 각각 4개월, 2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시스템 반도체, 2차전지, 차세대 디스플레이, 친환경차 등 고부가가치 품목으로 고도화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코로나19에 대한 성공적 방역이 전 세계에 알려진 효과로 진단도구를 중심으로 한 바이오헬스 품목의 수출은 사상 처음으로 연간 수출 100억 달러 돌파를 이미 이뤘다. 중견·중소기업 중심의 품목인 화장품과 식품 수출도 연말까지 두 자릿수 증가율 달성을 앞두고 있다. 또 비대면 교역 채널의 확대에 힘입어 2020년 9월까지 온라인 수출이 108.1%나 증가한 것도 고무적인 현상이다.
수출 증가는 제조업의 활력과 동전의 양면이다. 3분기 GDP를 경제활동(산업)별로 나눠 살펴보면, 제조업 생산은 직전 분기보다 7.6% 증가하며 경기회복을 이끌었다. 서비스업(0.7%)이나 농림어업(1.8%), 건설업(-5.5%) 등 다른 산업의 부진을 제조업이 만회한 것이다.
국내 제조업 경기는 4분기부터 본격 확장 국면에 진입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세계 최대 민간 경제조사업체인 IHS마킷은 한국의 10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전월(49.8)보다 1.4포인트 오른 51.2를 기록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PMI는 세계 주요 기업의 구매 책임자들을 상대로 신규 주문, 생산, 고용, 재고 등을 조사해 경기 동향을 가늠하는 지표다. 이 수치가 50을 넘으면 경기 확장을, 그보다 작으면 경기 위축을 의미한다. 한국의 제조업 PMI는 5월 41.3까지 낮아진 뒤 5개월 연속 상승하며 50을 돌파했다. IHS마킷 관계자는 “수출 등 신규 주문이 9개월 만에 처음으로 증가세로 돌아섰고 생산 증가 속도는 7년 6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며 “한국 제조업의 경기 전망이 상당히 견조하게 낙관적으로 바뀌었다”고 평가했다.
 
내수경기 활성화와 고용 회복 뒤따라야
제조업과 수출이 전체 경제 회복을 이끌고 있지만, 문제는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한 내수 부진과 고용 위축이 좀처럼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다는 점이다. 내수경기 부진과 고용 회복의 지연은 자영업 등 취약계층의 소득 여건과 소비 여력 약화로 이어져 경제 회복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정부는 7월까지 시행한 ‘내수활력 패키지’의 추진 재개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먼저 코로나19 재확산과 방역 강화로 중단했던 8대 할인 소비쿠폰 지급을 방역 당국과 협의를 거쳐 재개했다.
고용 회복을 위해서는 연말까지 4차 추가경정예산에서 마련한 ‘긴급 고용안정 패키지 사업’을 차질 없이 마무리하는 데 총력을 쏟기로 했다. 소득이 감소한 법인택시 기사 8만여 명에게 100만 원, 프리랜서와 특수고용직 등 2차 긴급고용안정지원금 신규대상자 약 20만 명에게 150만 원을 지원하는 사업이 11월 중 완료될 예정이다.
또 실직과 휴직에 따른 위기가구 지원에는 3509억 원의 예산이 확보돼, 해당 가구 선정 절차가 진행되는 대로 각 지자체를 통해 즉각 집행한다.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도 속도를 낸다. 2020년 계획한 직접 일자리 약 155만 개 가운데 남아 있는 약 30만 개 일자리에 대해 연내 채용을 완료하고, 2021년 예산안에 반영된 103만 개의 일자리 사업도 2021년 초부터 곧바로 채용을 시작할 수 있도록 연말까지 사전 준비 작업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박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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