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예방 생명지킴이’ 교육
2019년 자살 사망자 수는 1만 3799명으로 하루 평균 37.8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보건복지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사망원인 통계’를 보면, 자살률(인구 10만 명당 자살 사망자 수)은 26.9명으로 전년 대비 0.9% 늘면서 2년 연속 증가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간 연령표준화 자살률 비교 시 OECD 평균은 11.3명이지만 한국은 24.6명(2019년 기준)으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자살률을 낮추기 위해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확산’을 국정과제에 포함하고, 2018년 ‘자살예방 국가 행동계획’(2018~22년)을 수립했다.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을 25.6명(2016년 기준)에서 2022년까지 17.0명으로 낮추는 것이 목표다.
자살예방 국가 행동계획 중 하나가 자살 고위험군 발굴을 위한 사회적 연결망 구축이다. 이를 위해 국가 단위인 중앙자살예방센터와 각 시·도별 건강복지센터 기반 자살예방 생명지킴이 교육 관리 및 전문강사 양성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중앙자살예방센터 교육팀을 통해 ‘자살예방 생명지킴이 사업’(이하 생명지킴이 사업)에 대한 궁금증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자살예방 생명지킴이 사업은 무엇인가요?
=‘자살예방 생명지킴이’란 자살 위험에 처한 이들이 보내는 자살 위험 ‘신호’를 인식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적절한 ‘전문 서비스를 받도록 연결’하는 과업을 수행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즉, 자살할 위험성이 높은 사람을 발견해 자살예방센터 등 전문기관에 의뢰·연계하는 것이죠. 자살예방 생명지킴이가 되려면 보건복지부 장관이 인정하는 교육(자살예방법 제2조의2)을 수료해야 합니다.
2014년 세계보건기구(WHO)는 생명지킴이 양성을 자살 예방을 위한 효과적인 개입 전략 중 하나로 제시했습니다. 앞서 1995년 미국 질병통제센터(CDC)는 자살 예방의 효과적인 여덟 가지 전략 중 하나로 생명지킴이 양성을 제시했고요. 이에 중앙자살예방센터는 ‘보고 듣고 말하기’와 ‘이어줌人’ 교육 프로그램 등 자살예방 생명지킴이 프로그램을 전 국민을 대상으로 보급하고 있으며, 전문강사도 양성합니다.
-생명지킴이 사업의 목적이 궁금합니다.
=생명지킴이 사업의 목적은 전 국민 대상 생명지킴이(게이트키퍼)를 양성하는 것입니다. 지역사회 인적 연결망을 활용해 100만 명의 생명지킴이를 양성한다는 계획입니다. 중앙자살예방센터는 2013년부터 생명지킴이 교육을 보급 중이며, 2020년 9월 기준으로 133만 2080명(2만 8343회)을 양성했습니다. 이 가운데 2156명의 전문강사가 활발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이 궁금합니다.
=자살예방 생명지킴이는 자살 위험에 처한 주변인의 ‘신호’를 인식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그들이 적절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자원에 연계하는 사람입니다. 자살위기자의 구조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자살위기자를 발견해 도움을 줄 수 있는 기관으로 연결하는 일을 하는 것입니다. 이들은 다음 세 가지를 배우고 실습합니다. 첫째, ‘보기’입니다. 외면하지 않고 관찰하는 것이죠. 자살위기자 대부분은 언어적 신호, 행동적 신호, 상황적 신호 등 사전에 자살 위험신호를 보냅니다. 지속적인 관심으로 이를 먼저 발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둘째, ‘듣기’입니다. 자살위기자로 보이는 이가 있다면 ‘자살을 생각하고 있나요?’라고 물어봅니다. 이 솔직하고 직접적인 질문에 상대방이 진심을 털어놓는다면, 이를 경청하고 공감해줍니다. 셋째, ‘말하기’가 있습니다. 자살위기자의 이전 자살 시도 유무, 자살 방법의 준비, 구체성 등을 확인하고 가족, 친구 등 주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관련 기관, 전문가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연결해줍니다.
▶자살예방 생명지킴이 강사교육과정 수료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중앙자살예방센터
-사업 진행(교육과정) 중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으면 소개해주세요.
=전 직장 동료의 누리소통망(SNS) 프로필 상태 메시지를 보고 그를 도운 김 씨 사례가 기억납니다. 오랜만에 전 동료를 만났는데 체중이 많이 줄고 행색도 초라해 보였다고 합니다. 알고 보니 그는 고시원에서 생활하며 막노동을 하고 있었어요. 얘기를 나누면서 고혈압, 당뇨, 허리 디스크 등의 질환으로 힘들어한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고 합니다. 만남 이후 오랫동안 연락이 없어 동료의 누리소통망을 확인했는데 ‘이제, 그만 가야겠다’는 말이 적혀 있었나 봅니다. 자살을 암시하는 언어적 신호라는 걸 알고 수소문 끝에 동료가 거주하는 고시원을 찾아갔대요. 이후 지속적으로 자살예방센터에서 상담받을 수 있도록 연계해주었다는 사연입니다.
-자살 위기에 처한 이들이 보내는 신호를 잘 읽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또 다른 사례를 소개하면, 자살 생각을 하는 수용자에게 손을 내민 한 교도관의 이야기입니다. 자살 위험성이 높아 독거실에 있는 수용자의 야간 보호를 맡던 중 수용자에게서 가족에게 편지를 전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합니다. 말과 행동이 평소와 많이 달라 보여서 편지 내용을 검열해봤더니 자살을 암시하는 내용이 적혀 있었습니다. 교도관은 수용자의 자살위기 신호를 인지하고, 시찰 횟수를 늘려나갔습니다. 그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준 것이죠. 결국 수용자는 자살 시도를 하던 중 발견되기도 했는데 교도관은 그 후에도 수용자에게 대화를 자주 걸면서 관계를 유지했습니다. 이후 수용자는 교도소 안에서 위탁공장 일을 하는 등 열심히 수형 생활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최근엔 청년층의 자살 문제도 심각해지고 있는데요.
=청소년이나 청년층의 자살이 늘어나는 것도 큰 문제입니다. 이럴 땐 부모나 교사 등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실제 자살을 계획하는 학생에게 빠르게 개입한 교사 사례도 있습니다. 한 고등학교 교사는 평소 내성적인 성격의 한 학생을 관심 있게 봐왔습니다. 이 친구 역시 어느 날 누리소통망에 ‘죽고 싶다’ ‘사라지고 싶다’ ‘이대로 떠나고 싶다’ 등의 메시지를 올렸는데 다행히 교사가 이를 발견했습니다. 상담을 통해 학생이 목을 매 자살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이 있었던 것은 물론, 실제 자살 시도까지 했다는 사실도 알게 됐고요. 이후 학교 내 다양한 전문가로 구성된 생명존중위기관리위원회를 열어 지속적인 상담과 모니터링을 진행했다고 합니다. 아울러 축구를 좋아하는 이 학생과 축구를 하기도 하고, 주말에 함께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이후 학생은 선생님에게 고마움을 표할 정도로 밝은 모습을 되찾았다고 합니다.
-자살예방 생명지킴이 교육을 받고 싶습니다. 주요 과정과 방법을 알려주세요.
=생명지킴이는 누구나 될 수 있습니다. 특별한 자격 요건이나 전문성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필요한 것은 오직 자살위기자를 향한 따뜻한 관심과 배려입니다. 누군가가 아닌 나로부터, 소중한 생명을 지킨다는 마음 하나로 시작하면 됩니다.
교육 참여 방법은 신청인이 거주하는 지역의 정신건강복지센터와 자살예방센터로 문의하거나, 중앙자살예방센터 생명지킴이교육 누리집(https://jikimi.spckorea.or.kr)을 통해 수강할 수 있습니다. 다만 현재는 코로나19로 온라인 교육만 진행합니다.
-앞으로 계획도 말씀해주세요.
=전 국민 생명지킴이 양성을 위해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보급할 예정입니다. 또 코로나19 등 대면 교육이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 온라인 교육의 효과성 평가와 온라인 교육 기반을 확대해 생명지킴이 교육의 접근성을 높일 예정입니다.
강민진 기자
‘자살예방 생명지킴이’란?
자살 위험에 처한 주변인의 ‘신호’를 인식해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그들이 적절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자원(기관, 전문가)에 연계하는 사람이다. 자살위기자를 식별하는 지식, 태도와 기술을 습득해 자살에 대한 위험 수준을 판단하고, 자살 위험에 처한 주변 사람을 적절한 서비스와 연결해주는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목적이다. 훈련을 통한 지식 향상과 인식의 변화가 실제 행동 변화에 영향을 미쳐, 자살 고위험군에 대한 직접적인 개입을 할 수 있도록 한다.
※ 온라인 생명지킴이교육 누리집: www.spckorea-edu.or.kr (12월까지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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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