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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었으니 고백하자면, 학생일 때 나는 학교 다니는 게 싫었고 직장 생활할 때는 출근하는 게 싫었다. 공부나 일하는 것 자체가 싫었다기보다는 그걸 하러 가는 게 귀찮았다는 게 더 정확할 것이다. 휴식 모드에서 강제적으로 벗어나 일하는 모드로 전환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컸던 것 같다.
그래도 학교가 좀 나았던 건 힘들다 싶어지면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몸담았던 학교에서 매번 무사히 졸업할 수 있었다. 그런데 회사는 주말(내가 직장 생활을 하던 시절에는 주 5일 근무제도 시행 전이었고 시행된 뒤에도 토요일에 쉬지 않는 회사가 많았다)과 공휴일, 여름휴가 때만 쉬니 갑갑함을 해소하기 어려웠다.
회사에 다니며 일이 바쁘고 힘들 때는 ‘월화수목금금금’이 이어지는 것 같고 일주일이 ‘금토일금토일’의 반복으로 흘러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학생 때도 직장인일 때도 월요병이 심해서 일요일 저녁부터 속이 답답해지고 머리가 띵했다. “벌써 월요일이야? 출근하기 싫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월요병은 월요일이 되어 전투를 치르듯 출근한 뒤에 한 시간쯤 지나야 차츰 가라앉았다.
월요병이 심해지면 생각은 자연스레 ‘쉬고 싶다, 일을 그만두고 싶다, 회사에 그만 다니고 싶다’로 번져나갔고 그러다 보니 한 회사에 오래 다니기 힘들고 이직이 잦았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다음 회사로 옮겨가는 시점에서 자체적으로 방학을 가지며 사회생활을 꾸역꾸역 이어간 것이다.
작가가 되고 난 뒤 제일 좋은 건 일하고 쉬는 시간을 내가 정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정확한 날짜에 일정한 월급이 들어오지는 않지만 내 시간만큼은 넉넉했다. 나는 주로 남들이 쉬는 주말에 일하고 주중에 쉬었다. 몇 년 전부터는 목·금·토요일에 글쓰기 수업을 하고 월·화·수요일에 내 글도 쓰고 자체 휴일을 가졌다. 3일뿐이긴 해도 정해진 시간에 일을 하니 고정적인 수입이 생기고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시간은 상대적으로 줄어들었다.
목·금·토요일에 수업 노동을 하면서 가장 편한 시간은 한 주의 수업을 마치고 집에 가는 토요일 저녁이 되었다. 일요일은 가족과 보내기도 하고 이런저런 행사나 챙겨야 할 일이 많았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들이 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에 자체 휴일을 갖게 되었다. 아이가 학교에 가고 난 오전이면 비로소 혼자가 되어 휴일의 기분을 만끽했다.
월요일 오전을 한가하게 보내면서 종종 생각했다. 오래 살고 볼 일이네. 월요일이 제일 편한 요일이 되었다니. 이제는 목요일부터 이어질 수업을 생각하며 수요일 밤에 조금 긴장한 채로 잠들곤 한다. 그렇다고 목요병이 생기지는 않았다. 주 3일 수업이 조금 벅차기는 하지만 평일 내내 출근할 때에 비하면 내 시간도 많아지고 여유가 넘쳤다. 덕분에 나는 수업하는 일이나 글 쓰는 일을 그만두고 싶다거나 이직하고 싶다는 생각 대신 더 잘하고 싶다는 욕심을 부리게 되었다.
월요일이 월요병의 의미에서 벗어나 쉬는 날이 되면서 더는 일요일 저녁에 속이 울렁거리지 않는다. 한 주의 시작을 휴일로 보내며 나는 오랫동안 사이가 나빴던 월요일과 화해하게 되었고 월요일에 대한 오해를 풀었다.
새로운 변화는 내가 소설을 위해 쓸 수 있는 시간이 화·수요일로 한정되면서 자발적으로 월요일의 휴식을 자꾸 깨버린다는 것이다. 그 3일 동안 외부 일정이나 약속도 잡고 소설도 써야 하니 늘 시간이 모자랐다. 마감이 있으면 월요일부터 일하고 일주일 내내 일하는 분위기로 지냈다. 그러나 강제성 없이 내가 선택한 것이라 거부감이나 불만은 생기지 않았다. 예전의 나는 ‘어떻게 하면 공부나 일을 옆으로 미뤄두고 쉬며 놀 수 있을까’ 머리를 굴렸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40대가 된 나는 너무 성실하고 근면하게 살고 있었다. 이게 어른의 삶이고, 비로소 어른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요즘은 다시 월요일의 휴식에 대해 생각한다. 쉬지 않으면 몸과 마음이 튕겨나간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서유미_ 소설가. 2007년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해 두 권의 소설집과 여섯 권의 장편소설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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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