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2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 청와대 사진기자단
디지털 대전환에 발맞춘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되는 등 한국판 뉴딜의 밑그림이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한국판 뉴딜은 코로나19가 초래한 경제위기 극복 방안이자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국가발전 전략이다. 디지털 산업과 친환경(그린) 분야 투자 확대를 통한 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맞춘 한국판 뉴딜 추진의 기본 방향은 민간 참여와 지역 균형이다. 민간 참여는 한국판 뉴딜펀드 조성을 통해, 지역 균형은 지역경제의 활성화와 연계해 전국 곳곳에서 특성에 맞는 사업을 추진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뉴딜펀드는 한국판 뉴딜 추진에 들어갈 재원을 공공과 민간이 함께 마련하고 성과도 공유하기 위한 구상이다. 정부는 이를 ‘국민 참여형 한국판 뉴딜펀드’라고 이름 붙였다. 뉴딜펀드는 정책형 뉴딜펀드 신설, 뉴딜 인프라펀드 육성, 민간 뉴딜펀드 활성화라는 세 가지 기둥으로 추진된다.
정책형 뉴딜펀드의 조성 및 운용 구조는 벤처금융과 유사하다. 정부의 재정 투자와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의 출자로 먼저 7조 원을 투입해 모태펀드를 세우고, 은행과 기관투자자에다 개인투자자까지 참여하는 민간 연결 자금 13조 원을 보태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총 20조 원 규모의 다양한 자펀드를 결성하는 방식이다. 일반 국민에게는 사모 재간접 공모펀드 방식으로 투자 기회를 제공한다. 불특정 다수에게 공모해 모은 자금을 전문 금융회사가 관리하는 사모펀드를 통해 뉴딜펀드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정책형 뉴딜펀드에 참여하는 일반 투자자에게는 손실 위험을 덜어주는 장치도 마련된다. 펀드에 들어가는 정책 자금에는 후순위 채권자 자격을 부여하거나 투자 위험을 우선 부담하는 약정을 넣어 펀드 결산 시 손실이 생길 경우 먼저 떠안겠다는 것이다.
40개 분야 197개 품목이 투자 대상
정부는 정책형 뉴딜펀드의 투자 대상 선별과 자산운용에 활용하기 위한 ‘투자 지침’을 마련해 9월 말 발표했다. 이는 혁신성장 분야에 대한 정책금융기관의 지원 안내서인 ‘혁신성장 공동기준’을 토대로 관계부처와 전문가 의견 수렴을 거쳐 압축한 것이다. 지침에서는 디지털 분야 30개와 그린 분야 10개 등 총 47개 분야의 197개 품목이 투자 대상 예시로 제시됐다.
디지털 뉴딜에서는 지능형 서비스 로봇, 드론, 고부가가치 식품, 암 검진, 스마트 알약, 차량 간 통신(V2X), 블록체인(데이터 위변조 방지 기술), 확장현실(XR), 게임 엔진, 온라인게임, 영화 콘텐츠, 에듀테크, 금융 소프트웨어 등이 포함됐다. 그린 뉴딜에서는 태양전지, 수소에너지, 연료전지, 스마트카, 지능형 4차원(4D) 스캐닝, 유전자 화장품, 개량신약, 스마트홈(집 안의 가전기기들이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집), 비접촉 모니터링 등이 투자 대상 예시 품목이다.
정부는 정책형 뉴딜펀드가 투자 지침 품목에 해당하는 경우는 물론 전후방 산업에도 투자하도록 폭넓게 투자 범위를 인정할 방침이다. 또 뉴딜 분야와 품목을 활용한 프로젝트 또는 사업을 추진하는 기업에 투자하거나, 뉴딜 분야 핵심기술 관련 프로젝트나 사업을 추진하는 기업에 투자도 가능하다.
정책형 뉴딜펀드의 좀 더 구체적인 투자 대상 선정은, 민관 합동의 ‘혁신성장 정책금융협의회’가 산업계와 금융투자업계, 전문가 등 현장의 의견을 수렴해 11월 말까지 보완·확정한다. 이와 함께 뉴딜펀드에 대한 민간사업자와 투자자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10~11월 투자 설명회도 연다. 정부 및 관계기관 합동으로 열리는 투자 설명회는 기업, 은행, 보험, 연기금, 자산운용사 등 투자자를 대상으로 순차적으로 열릴 예정이다. 투자 설명회는 뉴딜 관련 분야별 주요 정책 방향, 정책형 뉴딜펀드의 개요 및 투자 지침, 관련 분야의 시장 동향과 전망 등에 대한 설명으로 진행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월 13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2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정책형 뉴딜펀드 2021년 2~3월 나와
정부는 펀드 투자에 대한 현장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범정부 협업체계도 구축하기로 했다. 관련 부처가 온라인 접수를 통해 어려움을 발굴하고 뉴딜 관계장관회의에서 정기적으로 보고해 어려움 해소 방안을 찾는다. 정책형 뉴딜펀드의 공개 시점은 2021년 2~3월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 정부는 12월 중 자펀드 운용사 모집 공고를 내고, 2021년 초 운용사 선정 절차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뉴딜 인프라펀드의 개념과 범위에 대한 잠정적인 기준도 마련됐다. 뉴딜 인프라는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에서 제시된 디지털 및 그린 경제 구현의 기반이 되는 인프라’에다 ‘산업생산 활동의 기반과 국민생활 편익 증진을 위한 각종 사회기반시설’을 합친 개념으로 정의했다.
구체적인 디지털 뉴딜 인프라로는 5세대(5G) 통신망, 클라우드·데이터센터, 지능형 교통시스템, 스마트 물류 인프라 등이, 그린 뉴딜 인프라로는 친환경 발전단지, 전기·수소차 인프라, 미세먼지 저감시설 등이 제시됐다. 뉴딜 인프라펀드는 민간투자회사법과 자본시장법에 따라 현재 펀드시장에 조성돼 있는 인프라펀드와 사회기반시설 투자펀드 등 570여 가지의 인프라 투자 관련 펀드를 중심으로 뉴딜 분야 인프라에 50% 이상 투자하는 공모펀드를 말한다.
정부는 투자금의 2억 원 한도 안에서 투자에 따른 배당소득에 대해 9%의 저율 분리과세를 적용하는 세제 혜택을 부여해 적극적인 투자 참여를 이끌 계획이다. 은행의 예적금보다 더 유리한 이자 및 배당 수익을 보장하는 대신 5~7년 장기 투자라는 조건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뉴딜 인프라의 범위 등은 앞으로 관련 법령 개정 과정에서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정부는 우선 2020년 정기국회에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을 통해 세제 혜택의 근거를 마련하고 2021년 1분기 중으로 뉴딜 인프라의 범위와 관련한 하위 법령의 개정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또 디지털·그린 뉴딜을 담당하는 관계부처와 연구기관 및 민간 전문가까지 참여하는 ‘뉴딜 인프라 심의위원회’를 구성해 뉴딜 인프라의 범위와 기준을 지속적으로 수정·보완하고, 2021년부터는 분기마다 개별 투자사업의 뉴딜 인프라 해당 여부를 심의할 예정이다.
뉴딜 분야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도 나와
민간 뉴딜펀드는 이미 9월 중순부터 자산운용회사들이 앞다퉈 내놓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나온 민간 뉴딜펀드는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의 ‘삼성 뉴딜 코리아 펀드’다. 이는 친환경 에너지와 미래차 등 녹색 분야와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분야의 주요 상장기업이 투자 대상인 주식형 공모펀드다.
뉴딜 분야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도 나왔다. 첫 상품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이 10월 7일 내놓은 ‘타이거(TIGER) KRX BBIG K-뉴딜 상장지수펀드(ETF)’다. 이는 한국거래소가 민간 뉴딜펀드 활성화를 위해 개발한 ‘KRX BBIG K-뉴딜지수’의 등락을 그대로 반영하는 펀드로, 거래소에 상장돼 주식처럼 편리하게 사고팔 수 있다. K-뉴딜지수는 미래 성장 주도산업으로 주목받는 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BBIG) 업종에서 각 3개씩 모두 12개 주요 종목으로 구성돼 있다. 삼성자산운용, NH-아문디자산운용 등 다른 자산운용사들도 K-뉴딜지수를 약간 변형한 지수를 활용한 뉴딜 ETF를 준비하고 있다. 정책형 뉴딜펀드가 뉴딜 투자 활성화의 마중물이라고 한다면, 민간 뉴딜펀드는 자본시장을 통한 뉴딜펀드 조성 및 뉴딜금융의 최종 성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금융위원회는 민간 뉴딜펀드 활성화를 위해 수익성 좋은 뉴딜 프로젝트 발굴 및 제시, 관련 제도 개선 추진 등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한국거래소는 뉴딜 관련 업종 내 상장기업 종목들을 중심으로 앞으로 더 다양하고 편리한 ‘뉴딜 지수’를 개발하기로 했다.
정부는 뉴딜펀드로 조성되는 투자 재원을 지역 기반의 사업에 적극 투입해 한국판 뉴딜이 지역으로 확산돼 지역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전략도 세웠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월 13일 청와대에서 전국 17개 시·도 단체장들과 함께한 제2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서 “튼튼한 안전망과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에 더해 한국판 뉴딜의 핵심축으로 지역균형 뉴딜을 추가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에 담은 총투자 규모 160조 원 가운데 절반에 이르는 75조 원 이상이 지역 단위 사업에 투입될 것”이라며 “지역균형 뉴딜은 지금까지 추진한 국가균형발전 정책에 더욱 힘을 불어넣고 질을 높여줄 것으로 기대한다. 또 지역을 변화시키고 새로운 활력을 만들어내는 지역혁신 전략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뉴딜펀드 투자 재원 지역 사업에 투입
지역균형 뉴딜은 기존에 발표된 한국판 뉴딜의 지역사업, 지자체 주도형 뉴딜 사업, 공공기관 선도형 뉴딜 사업 등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한국판 뉴딜의 지역사업은 스마트시티(국가 시범도시)나 지능형 재해관리시스템처럼 지역에서 구현되는 중앙정부 추진 프로젝트나, 그린 스마트 스쿨과 첨단도로교통체계(IVHS) 등 정부와 지자체 간 연결 프로젝트로 추진하는 사업이 있다.
지자체 주도형 뉴딜 사업은 각 지자체가 지역의 특성을 살려 스스로 발굴·추진하는 사업으로, 현재 모두 136개 지자체가 이런 뉴딜 사업을 발표했거나 준비 중이다. 경기도의 공공배달 플랫폼 구축이나 강원도의 수소 융복합 클러스터, 전남 신안의 해상풍력단지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공공기관 선도형 뉴딜은 에너지 공공기관들이 추진하는 지능형 디지털 발전소, 가스공사의 당진 액화천연가스(LNG) 생산기지 스마트 팩토리, 인천항만공사의 스마트 물류센터 등 지역에 있는 공공기관이 주도해 지자체나 연구기관, 기업과 함께 진행하는 사업들이다.
정부는 앞으로 지역사업에 대해서는 뉴딜 공모사업을 선정할 때 해당 지역의 발전도에 따라 가점을 부여하고, 규제자유특구 신규 지정이나 경제자유구역 내 핵심 전략사업 선정 시 지역균형 뉴딜과 연계성을 고려하기로 했다. 지자체가 뉴딜 사업을 적극 추진할 수 있도록 재정적 뒷받침도 강화한다.
지역균형 뉴딜 사업의 우수 사례로 평가되는 지자체에는 특별교부세를 추가로 지원하고 필요할 경우 지방채의 한도 초과 발행을 허용할 계획이다. 지방산업활력펀드나 지방기업 전용펀드 조성 등으로 정책자금이 결합하는 지원 확대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 산하에 지역균형 뉴딜 분과를 신설하고, 각 광역지자체의 부단체장이 참석하는 ‘전국 시·도 뉴딜추진단’을 꾸리기로 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방은 지금 저출생, 고령화에 따른 지방 소멸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지역균형 뉴딜은 지방이 새로운 성장 동력과 일자리를 확보하고, 지역 경제를 혁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