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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탄소중립 추진전략
정부가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확정하며 탄소중립 실현에 적극 나서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2월 7일 제22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에서 “탄소중립이 새로운 글로벌 패러다임으로 대두해 이제 남의 이야기가 아닌 나의 이야기, 미래가 아닌 눈앞의 현실이 됐다”며 “탄소중립 채택이 선택 아닌 필수가 된 만큼 ‘적응적 감축’에서 새로운 경제사회구조 구축이라는 ‘능동적 대응’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2050 탄소중립’은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배출량-흡수량)을 0(넷제로)으로 만들겠다는 의미다. 파리협정(2016년), 유엔 기후정상회의(2019년) 이후 121개 국가가 ‘2050 탄소중립 목표 기후동맹’에 가입하며 글로벌 주요 의제로 부각됐다.
코로나19로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며 세계 주요국은 탄소중립 선언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19년 12월 유럽연합(EU)에 이어 2020년 중국(9월 22일), 일본(10월 26일), 한국(10월 28일)이 잇따라 탄소중립을 선언했고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도 공약으로 탄소중립을 제시했다.
하지만 ‘2050 탄소중립’ 실현은 쉽지 않은 과제다. 홍남기 부총리는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 높은 화석연료 비중, 높은 무역의존도 등 국내 여건을 고려할 때 2050년 탄소중립 실현은 매우 도전적인 과제”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2월 10일 오후 청와대 집무실에서 대한민국 탄소중립선언 ‘더 늦기 전에 2050’ 연설을 하고 있다. 이번 연설은 탄소 저감에 대한 경각심을 환기시키기 위해 컬러 영상의 4분의 1 수준의 데이터를 소모하는 흑백화면을 통해 전국에 생중계됐다. | 연합
무역의존도 높아 적극적 변화 불가피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8년(7억 2760만t)에야 정점을 찍고 2019년(잠정 7억 280만t)부터 감소세로 돌아설 전망이다. 주요 국가들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이 정점을 찍은 뒤 탄소중립까지 기간이 촉박하다. 온실가스 배출 정점 이후 탄소중립까지 소요기간은 유럽연합이 60년인 반면 일본은 37년, 한국은 32년에 그친다.
한국은 탄소 배출이 많은 석탄발전 비중이 40.4%(2019년)에 달해 미국(24%), 일본(32%), 독일(30%)에 비해 불리한 처지다. 산업구조 면에서도 제조업 비중과 철강·석유화학 등 탄소배출이 많은 업종의 비중이 커 탄소중립 실현에 제약 요인으로 작용한다. 한국은 산업구조에서 제조업의 비중이 28.4%를 차지하고 유럽연합은 16.4%, 미국은 11.0%(이상 2019년)다. 철강·석유화학·정유·시멘트 등 탄소 다배출 업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한국은 8.4%에 달해 독일(5.6%), 일본(5.8%), 유럽연합(5.0%)보다 높다.
그럼에도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산업구조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새로운 국제질서 대응을 위한 적극적 변화는 불가피하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탄소중립에 미온적으로 대응할 경우 주력산업의 투자 및 대외 구매(글로벌 소싱) 기회가 제한되는 등 수출·해외 자금조달·기업 신용등급 등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더욱이 유럽연합과 미국이 탄소국경세를 도입하면 석유화학·철강 등 고탄소 집약적인 국내 주력산업의 타격은 불가피하다. 탄소 국경세는 온실가스 배출규제가 약한 국가의 상품을 규제가 강한 국가로 수출할 때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유럽연합은 자동차 배출규제를 상향하고 플라스틱세를 신설하는 등 환경규제도 강화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 탄소중립 실현에 강점
반면, 탄소중립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면 우리나라가 보유한 배터리·수소 등 우수한 저탄소 기술과 디지털 기술 등이 탄소중립 실현에 강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기차 배터리 세계시장 점유율 1위(2020년), 수소차 글로벌 판매 1위를 기록하고 있고 연료전지 발전량은 세계의 40%(이상 2019년)를 담당한다. 에너지저장장치(ESS) 세계시장 점유율 1위, 세계 최고효율의 태양전지 기술 보유 등도 강점으로 꼽힌다.
정부는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에서 경제구조 저탄소화, 저탄소 산업생태계 조성, 탄소중립사회로 공정전환 등 3대 정책방향과 함께 ‘탄소중립 제도적 기반 강화’를 덧붙인 3+1의 전략틀을 제시했다. “우리 경제·사회의 부담은 최소화하고 우리의 역량은 최대한 활용하는 방향으로 탄소중립 실현방안을 모색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10대 주요 과제로는 ▲에너지 전환 가속화 ▲고탄소 산업구조 혁신 ▲미래 모빌리티로 전환 ▲도시·국토 저탄소화 ▲신유망 산업 육성 ▲혁신 생태계 저변 구축 ▲순환경제 활성화 ▲취약산업 계층 보호 ▲지역중심의 탄소중립 실현 ▲탄소중립 사회에 대한 국민인식 제고가 꼽힌다.
첫 번째 ‘경제구조 저탄소화’는 모든 영역에서 추진된다. 화석연료에 대한 높은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고 그린 뉴딜을 통해 재생에너지로 전환을 가속화할 예정이다. 특히 석탄발전은 2050년에 온실가스 배출 제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발전이 안정적이지 못한 점을 고려해 송배전망을 확충하고, 지역 생산·소비의 분산형 에너지시스템도 확산해 나간다. 건물일체형 태양광, 초대형 터빈 등 한계돌파형 기술 확보 등으로 재생에너지 산업 생태계를 강화하고, 수소경제 조기 활성화, 정보기술(IT)을 활용한 에너지 신시장 창출 등을 추진한다.
저탄소 산업구조로 전환 필요
철강·석유화학 등 주력 수출산업인 탄소 다배출 업종은 제조강국 위상 유지를 위해 저탄소 산업구조로 전환이 필요하다. 스마트공장·스마트 그린산단·업종별 디지털 전환 등을 통해 제조업 포트폴리오를 저탄소 산업 중심으로 유도한다.
수송 분야의 저탄소화를 위해 친환경차의 가격·충전·수요 혁신을 이뤄 수소·전기차 생산·보급을 빠르게 늘릴 계획이다. 전국 2000만 세대에 전기차 충전기를 보급하고 도심·거점별 수소충전소 보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철도·선박 등 비도로 부문까지 모빌리티 전반에 대한 친환경화가 추진된다.
두 번째, ‘신유망 저탄소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는 신유망산업 육성, 혁신 생태계 저변 구축, 순환경제 활성화 등을 준비하고 있다.
신유망산업 육성은 이차전지·저전력반도체·바이오·그린수소 등 저탄소산업을 육성해 세계시장을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그린수소는 현재 소규모 실증단계로 0%에 머물고 있으나 2050년에는 수소에너지의 80% 이상을 대체한다는 목표다. 그린수소는 석유·천연가스 등에서 추출하는 수소와 달리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로 물 전기분해를 통해 얻은 수소를 말한다.
혁신 생태계 저변 구축에는 혁신 벤처·스타트업 집중 육성과 지역산업 개편 및 규제자유특구 확대 등이 포함된다. 순환경제 활성화를 위해 제품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부문별 폐자원 순환망을 구축한다.
세 번째 정책방향인 ‘탄소중립 사회로의 공정전환’은 탄소중립 사회 이행 과정에서 어떤 개인·기업·지역도 소외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내연기관차 부품업체 등 구조전환으로 인해 축소되는 산업에 대해서는 연구개발(R&D),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대체·유망 분야로 사업전환을 적극 지원한다. 내연기관차 부품업계는 2800개 업체, 25만 명의 노동자들이 속해 있으며 자동차 부품업체의 31.4%를 차지한다. 중앙정부 주도의 하향(톱다운) 방식은 지역별 여건을 고려하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지역중심의 탄소중립을 실현할 방침이다.
민관합동 ‘2050 탄소중립위원회’ 설치
국민의 ‘탄소중립’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학교·방송·누리소통망(SNS) 등 다양한 매체·경로를 통해 환경교육 및 홍보도 진행한다. 시민단체·산업계·중소기업 등 주체별 기후행동 확산을 통해 탄소중립 문화를 정착하고, 탄소중립 추진의 모든 과정에서 양방향 소통을 강화할 예정이다.
탄소중립과 관련한 제도적 기반도 강화된다. 탄소중립 실현에 필요한 재원 마련을 위해 기후대응기금을 새로 조성하고, 기술개발·재정지원·녹색금융 등 다양한 제도를 탄소중립에 맞도록 설계할 예정이다. 기후대응기금은 효율적인 사업 추진 도모를 위해 유사 성격의 기존 특별회계·기금 등 통폐합 관련 부처 협의를 우선 추진하고, 기금의 안정적 수익원 확보와 기금 운용 세부 방안도 마련한다.
탄소의 환경적·경제적 가치를 고려한 재정제도(탄소인지 예산제도) 도입을 위한 기반도 구축한다. 탄소인지 예산제도는 탄소 감축에 미치는 효과를 평가하고 그 결과를 정부의 예산 편성과 집행에 반영하는 것이다.
정부는 탄소중립 목표를 위해 대통령 직속인 민관합동 ‘2050 탄소중립위원회’를 설치할 예정이다. 이 위원회는 탄소중립 국가전략 및 주요 정책·계획을 심의·의결하고 이행상황을 점검하게 된다. 탄소중립위원회 지원을 위한 사무처도 설치해 전략 수립을 위한 부처 간 이견 조율, 온실가스 감축 성과 점검 및 평가, 대내외 홍보 등을 수행한다.
정부는 2050 탄소중립 추진계획을 토대로 2020년 연말까지 ‘2050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을 확정해 유엔에 제출할 예정이다. 2015년 유엔에 제출한 ‘2030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도 2025년 이전에 좀 더 높일 예정이다.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2017년 대비 24.4% 감축’이다.
이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