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 5단계로 세분화
11월 7일부터 적용된 새로운 거리두기 단계는 기존 1, 2, 3단계에 1.5단계와 2.5단계를 넣어 5단계로 세분화한 것이 특징이다. 기존 3단계 체계에서는 단계별 방역 강도의 차이가 지나치게 크고 지역별·시설별 여건이 고려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단계를 세분화하고 지역·업종별로도 구분해 시민들이 큰 저항 없이 거리두기 단계를 수용하도록 배려했다. 또 그간의 K-방역 경험과 확진자 상황, 의료시스템 등을 고려해 맞춤형 방역이 이뤄지도록 했다.
먼저 코로나19 유행이 장기화되면서 장기전에 대비하기 위해 거리두기 단계별 발령 기준이 크게 완화됐다. 이에 따라 거리두기 체계는 1단계(생활방역), 1.5단계(지역 유행 시작), 2단계(지역 유행 급속 전파), 2.5단계(전국 유행 본격화), 3단계(전국 대유행)로 구분된다.
일일 지역사회 확진자가 주당 평균 수도권 100명 미만, 충청권·호남권·경북권·경남권 30명 미만, 강원·제주 10명 미만일 때 1단계가 유지된다. 1단계는 통상적인 방역·의료로 코로나19를 통제할 수 있는 상태로, 일상생활을 하면서 일부 시설·활동에 대해서는 마스크 착용 등 방역수칙을 의무화한다.
1·2·3단계에서 ‘1.5·2.5단계’ 추가
1.5단계가 적용되는 권역에서는 다중이용시설의 이용 인원이 제한된다. 유행이 더 번져 ▲1.5단계 조치 1주 경과 후에도 확진자가 1.5단계 기준의 배 이상으로 지속되거나 ▲2개 이상 권역에서 1.5단계 유행이 1주 이상 지속되는 경우 ▲전국적으로 1주 이상 일일 신규 확진자가 300명을 초과하면 2단계로 격상한다.
2단계 권역에서는 불필요한 외출과 모임, 다중이용시설의 이용 자제가 권고된다. 100명 이상의 모임·행사와 유흥시설 영업은 금지되고, 식당은 오후 9시 이후 포장·배달만 허용되며, 실내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된다.
2.5단계는 의료체계의 통상 대응 범위를 초과하는 수준으로, 정부는 전 국민에게 되도록 집에 머무르며 외출·모임과 다중이용시설 이용을 최대한 자제할 것을 권고한다. 이와 함께 50명 이상의 모임·행사가 금지되고, 노래연습장 등은 운영이 중단된다. 주요 다중이용시설은 오후 9시 이후에는 문을 닫는다.
가장 높은 강도인 3단계는 전국적으로 하루 800~1000명 이상 확진자가 나오거나 더블링(일일 확진자 수가 2배 이상 증가) 현상이 발생할 때 발령된다. 이때 모든 국민은 원칙적으로 집에만 머무르고, 다른 사람과 접촉을 최소화하라는 권고가 내려지며, 10인 이상의 모임·행사가 금지된다. 음식점·상점·의료기관 등 필수시설 이외 모든 다중이용시설의 운영도 중단된다.
3단계 전까지는 지방자치단체별로 자율적으로 방역조치를 완화해 시행할 수 있지만, 3단계에서는 개별 조치가 불가하다. 다만 단계 격상 시에는 ▲60대 이상 확진자의 비율 ▲중증 환자 병상 수용 능력 ▲역학조사 역량 ▲감염 재생산지수 ▲집단감염 발생 현황 ▲감염경로 조사 중 사례 비율 ▲방역망 내 관리 비율 등도 함께 고려한다.
피시방·결혼식장·백화점도 1단계 마스크 의무화
정부는 서민 생계에 피해를 주는 시설 운영 중단 조치는 최소화하되, 위험도가 높은 시설이나 활동 특성에 따라 단계적으로 운영 시간이나 이용 인원을 제한하는 등 구체적인 방역체계를 마련했다. 운영 중단으로 인한 피해를 최대한 줄여주되, 방역수칙 준수 의무 대상을 1단계부터 일반·중점관리시설 전부로 넓혔다. 박능후 1차장은 “현재는 대부분 방역수칙이 권고에 머무르는 등 1단계의 억제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먼저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위험도 평가 체계를 고위험·중위험·저위험시설 3단계에서 중점·일반관리시설 등 2층 구조로 재정비한다. 유흥시설 5종(클럽·룸살롱 등 유흥주점, 단란주점, 감성주점, 콜라텍, 헌팅포차), 노래연습장, 실내 스탠딩 공연장, 방문판매 등 직접판매 홍보관, 식당 및 카페 등 9종은 중점관리시설에 포함된다.
이들 중점관리시설의 경우 1단계에서는 마스크 착용, 시설별 이용인원 제한 등 핵심 방역수칙을 의무화해야 하고, 1.5단계에서는 이용인원 제한, 2단계는 유흥시설 5종 운영 중단, 2.5단계 집합금지(영업금지) 조치가 취해진다.
기존에 고위험시설로 분류됐던 피시방, 실내 체육시설과 영화관, 백화점 등 14종은 일반관리시설로 분류됐다. 이 중 상점, 마트, 백화점 등은 출입자 명단 관리를 하지 않아도 되지만, 마스크 착용과 환기·소독을 의무화해야 한다. 2.5단계에서는 오후 9시 이후 영업중단, 3단계 집합금지 등의 순서로 조치가 강화된다. 정부는 운영이 가능한 시설들에 대해서도 방역수칙을 한 번이라도 위반할 경우 집합 금지하는 원스트라이크아웃제를 실시한다.
종교시설 2.5단계부터 비대면 종교활동
단계별로 보면 마스크의 경우 중점·일반관리시설(1단계)에서 의무적으로 써야 하며, 이후로는 실외 스포츠 경기장(1.5단계), 실내 전체 및 집회·시위(2단계), 2m 이상 거리 유지가 되지 않는 실외(2.5단계)로 의무 착용 범위가 넓어진다.
이와 함께 근무·등교·종교활동 시에도 단계별로 방역 방안을 준수해야 한다. 종교 활동은 1단계에서는 좌석 한 칸 띄우기 등을 지키면 되지만, 1.5단계부터는 정규 예배에서 좌석 수의 30% 이내로 인원을 제한받는다. 2.5단계로 가면 20명 이내로 강화된다. 3단계에서는 1인 영상 예배만 가능하다.
감염 위험이 큰 종교 모임·식사는 1.5단계부터 금지다. 결혼식, 동창회 등은 2단계까지는 100인 미만으로 인원을 줄여서 열 수 있다. 종전보다는 기준이 완화돼 예비부부 등의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학교 역시 지역 유행 단계에서는 전교생의 3분의 2까지만 등교하며 2.5단계에서는 3분의 1, 3단계에서 전면 원격수업으로 전환해 등교 일수가 종전보다 늘어날 전망이다. 거리두기 단계 격상은 브리핑 등을 통해 사전에 알리기로 했다. 현장의 준비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어린이집, 경로당 등 사회복지시설도 2.5단계까지는 운영해 돌봄 공백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박물관, 도서관 등 국공립시설은 우수한 방역관리 상황 등을 고려해 운영을 최대한 보장하기로 했다. 3단계에서는 휴관·휴원을 권고하되, 긴급돌봄 등 필수 서비스는 유지한다.
▶핼러윈데이를 하루 앞둔 10월 3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거리 입구에 설치된 코로나19 방역 게이트를 시민들이 통과하고 있다. | 연합
“거리두기 개편 초점, 방역·경제 균형”
정부는 이번 거리두기 개편안이 방역과 경제의 균형을 이루기 위한 조치면서 코로나19 장기전을 대비하는 성격도 포함한다고 밝혔다. 박능후 1차장은 “국내외 많은 전문가가 최소한 2021년 상반기 또는 말까지 코로나19 위기가 계속될 것이며 코로나19와 공존하며 살아가는 대응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치료제와 백신이 개발되기 전까지 코로나19 장기화는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그간 많은 위기를 함께 극복했지만 여전히 위태로운 상황이 반복되고 있으며, 새로운 위기 역시 계속 찾아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차장은 역학조사 역량 확충, 의료대응 역량 강화 등의 방역 목표를 언급하면서 “생활치료센터와 감염병 전담병원은 권역별로 한 곳 이상 상시 운영하는 한편, 예비 지정을 통해 환자 증가에 대비하겠다”며 “의료기관에서 자율 관리하는 중환자 병상을 정부가 관리하는 코로나19 중환자 전담 병상으로 전환하고, 중환자 병상을 크게 확충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연말까지 180여 개의 전담 중환자 병상을 확보하며 이럴 경우, 하루 평균 250여 명의 신규 환자가 발생해도 통상적인 대응범위 안에서 적절한 치료가 가능하다”며 “감염병 전담병원의 기능을 다양화해 생활치료센터의 후방 협력병원 기능을 수행하고, 신장 투석이 필요하거나 소아·임산부 등 특수한 환자와 접촉자에 대한 진료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
박 차장은 무엇보다 새롭게 바뀌는 거리두기 단계에서는 국민 개개인의 방역 협조가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비롯해 지속 가능한 코로나19 대응체계를 준비하는 이유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해 국민 여러분의 일상과 경제활동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지금까지처럼 국민과 의료인, 정부가 협력하며 한마음으로 대응한다면 지속 가능하고 일상과 방역이 조화되는 코로나19 대응체계라는 ‘미증유의 해결책’을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김청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