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인으로 정착하는 데 정부 연수비 등 큰 도움”
▶2017년 귀농인의 집에 입주해 고창군에서 고추농사를 시작한 고성완 씨│고성완
■ 귀농·귀촌 지원 프로그램
도시에서 20년 넘게 직장 생활을 하다 농업과 농촌을 ‘블루오션’으로 판단한 고성완 씨는 2017년 전북 고창군 귀농귀촌센터 누리집에서 ‘귀농인의 집’ 입주자 모집 공고를 보게 됐다. 귀농인의 집은 귀농·귀촌 희망자가 일정 기간 영농 기술을 배우며 지낼 수 있도록 저렴하게 제공하는 임시 거처다.
지방자치단체에 따라 ▲가족 수와 주택 부지 ▲농지 확보 여부 ▲귀농교육 이수 시간 등을 평가해 입주 대상자를 선발하며, 농기계 사용 방법과 농촌문화 이해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고 씨는 “이장님과 마을 어르신들이 면접을 봤고, 가족 네 명이 함께 내려오는 점을 긍정적으로 봐주신 것 같다”고 설명했다.
2017년 7월 귀농인의 집에 입주한 그는 “아무래도 귀농인의 집이 리모델링했다고 해도 덥고 추워 힘들었지만, 마을에 직접 들어와 살다 보니 마을 분들과 빨리 친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 뒤 고창군 심원면에 4000㎡(약 1200평) 규모로 고추농사를 시작해 지금은 성공한 귀농 사례로 꼽히는 고성완 씨는 자신의 성공 요인을 ▲귀농 전 정보수집 및 교육이수 등 철저한 준비 ▲누리소통망 등 새로운 판로 확보 ▲2019년 귀농 농업창업자금을 지원받아 산 농기계를 활용해 수익창출 극대화 ▲시골 방앗간을 통해 신선한 고춧가루 제조 등 상품성 확보 노력을 꼽았다.
특히 귀농 초기 마을 정착을 위해 “귀농인의 집 같은 임시 거주시설에서 미리 살아보면 농촌의 현실을 몸으로 빨리 받아들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도전과 포기를 빠르게 결정할 수 있어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점도 ‘미리 살아보기’의 장점으로 꼽았다.
정부는 2020년 7억 5000만 원이던 ‘6개월 미리 살아보기’ 프로그램 예산을 40억 8000만 원으로 크게 늘려 2021년 예산안에 배정했다. ‘6개월 미리 살아보기’ 프로그램은 귀농·귀촌 희망자가 원하는 지역에서 6개월 동안 임시 주거장소와 월 30만 원의 연수비를 지원받으며 살아보는 것으로 2021년 전국 80개 시·군에 임시 주거시설 240곳(1~2인실)을 조성한다. 한 달에 15일 이상 일하면 월 30만 원의 연수비를 귀농·귀촌 희망자 400가구에 최대 6개월 동안 지급한다.
고성완 씨는 연수비 지급에 대해 “이곳에 있다 보면 의지가 있는 사람과 아닌 사람이 딱 보인다”며 “최소 비용을 받으면 수입이 없는 것보다 정착하는 데 큰 도움이 되겠지만, 30만 원을 그냥 주는 것이 아니라 ‘그 마을에 3년 이상 거주할 것’과 같은 조건을 붙이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또 “도움을 요청할 곳이 없으면 정말 떠나고 싶더라”며 고창군에서 귀농인 심리 상담과 원주민과 문제 해결을 해주는 팀을 만든 것처럼 다른 지자체에도 귀촌·귀농인을 위한 전담 부서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귀농·귀촌과 관련된 정부의 노력에 대해 매우 높게 평가합니다. 귀농·귀촌인에 대한 정부 지원이 정말 많아요. 이런 지원을 잘 활용해 농업 활동을 한다면 정착하는 데 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
“코로나19 속 기회 적은 중소 기획사에 돌파구”
▶연예기획사 브레이브엔터테인먼트 총괄대표 조기현 씨│ 조기현
■ 온라인 K-팝 공연장 조성
2020년 초 데뷔한 9인조 보이그룹 ‘다크비(DKB)’는 ‘다크브라운 아이즈’의 줄임말로, 검은 눈동자를 가진 멤버들이 음악을 통해 전 세계로 뻗어나가겠다는 포부를 담고 있다. 지금까지 두 차례 미니 앨범을 발표했지만, 팬들 앞에서 공연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소속사인 브레이브엔터테인먼트의 조기현 총괄대표는 “코로나19랑 같은 시기에 데뷔하는 바람에 팬들이 있는 무대에 한 번도 서본 적이 없다”며 아쉬워했다. 그래도 누리소통망(SNS)에 일주일에 두세 번씩 콘텐츠를 꾸준히 올린 덕분에 일본과 중국에는 이미 팬 조직(팬덤)이 형성돼 있고, 미국에도 팬들이 생겨나고 있다.
“온라인 팬 미팅은 기본이고, 이벤트에서 당첨된 해외 팬과 아이돌이 일대일로 화상통화하는 ‘비대면 소통’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 전에 해왔던 대면 이벤트가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이라 지금은 이렇게라도 하는 거죠. 저희뿐 아니라 대부분의 기획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팬들이 기다려주지 않잖아요. 끊임없이 비용을 들여서 뭔가 해야 팬덤이 유지되거든요.”
누리소통망에 영상을 올리고 음반 내서 방송 활동하는 게 전부이다 보니 현재 수입은 음원 판매가 대부분이다. 일부 대형 기획사는 유료 온라인 공연을 하지만, 팬덤이 약한 중소 기획사는 엄두를 내지 못한다. 제작비용이 만만치 않아 수익이 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브레이브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도 2020년 온라인 공연을 한 번도 하지 못했다. 다크비가 처음으로 한·중·일 팬을 위한 온라인 공연을 10월 초에 열려다 해외 사정으로 미뤄진 상태다.
“온라인 공연이라고 비용이 덜 드는 건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공연장과 카메라를 빌려야 하고, 온라인 송출 비용도 들어가죠. 다크비는 9인조라 의상 비용도 만만치 않거든요. 홍보 등 제반 비용까지 더하면 대략 1억 원은 듭니다. 아무리 못해도 수천만 원을 들여야 하는데, 팬덤이 없는 신인이 홍보 차원으로 하기에는 금액이 너무 큰 거죠.”
정부는 대형 기획사를 중심으로 이뤄졌던 K-팝 비대면 공연이 중소 기획사를 포함한 대중음악계 전반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온라인 실감형 한국대중음악(K-팝) 공연제작’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2021년 예산안에 290억 원을 반영했다. 온라인 K-팝 공연을 제작할 수 있는 스튜디오 조성에 200억 원, 공연제작 지원에 90억 원을 편성했다. 이에 대해 조기현 대표는 “지금 같은 코로나19 국면에서 기회가 적은 중소 기획사에 돌파구가 될 수 있다”며 “중소 기획사의 해외 진출에도 조금 더 신경 써달라”고 말했다.
“해외에 방탄소년단(BTS)이나 세븐틴 같은 큰 팀만 나가 있는 건 아니거든요. 남미와 동유럽에도 K-팝 시장이 열려 있는데, 거기에서 공연하며 나름 팬덤을 다졌던 팀들이 좀 있어요. 코로나19로 시장이 막혀 수익이 나지 않는데, 중소 기획사 혼자 계속 쏟아부을 수는 없거든요. 콘텐츠 자원이 두터워져야 다양한 팬덤을 끌고 갈 수 있고, K-팝도 지속가능할 수 있습니다.”
원낙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