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정부가 기업인 특별입국절차를 시행하기 시작한 10월 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서 승객들이 출국에 앞서 발열검사를 받고 있다.│한겨레
여행업계 코로나19 위기극복 토론회
“14일 자가격리 조치에 대한 조건부 완화로 고사 위기에 처한 여행업계에 숨통을 터 주기 바란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도종환 위원장과 한국여행업협회는 2020년 10월 29일 오후 2시 국회 제2세미나실(의원회관)에서 ‘여행업계 코로나19 위기극복 토론회’를 열었다. 이번 토론회는 여행업의 생태계 붕괴 방지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디지털 전환을 위한 지원전략을 마련하기 위한 자리로 국회의원, 문체부, 여행업계 관계자 등 50여 명이 참석했다.
발제자로 나선 한국여행학회 홍규선 회장은 “코로나19의 세계적 2차 대유행 조짐이 현실화되는 상황에서 국내 여행업계는 고사 위기에 빠져 있다”고 전했다. 그뿐만 아니라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와 한일관계 악화 등의 문제로 국내 여행업의 국제적 고립도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국내 관광 활성화를 통한 여행업 위기극복을 강조했다. 방안으로는 코로나19 2차 대유행 시대를 맞아 여행업의 국내 관광상품 개발, 항공·크루즈 상품 개발 등이 언급됐다.
그는 여행업계 위기극복을 위한 정부의 역할로 ▲14일 자가격리 조치 조건부 해제 ▲공항·시내 면세점 허용 ▲크루즈 카지노 허용 ▲여행업 지원협의체 구성 ▲청정 국가 간 트래블 버블(Travel bubble) 등의 지원을 제안했다. 트래블 버블은 방역 모범 지역(국가) 간 일종의 방역 안전막(버블)을 만들어 여행객에 대해 격리를 면제하는 협약이다. 특히 이와 같은 조치들을 통한 경제 살리기와 일자리 창출로 국가 경쟁력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고 홍 회장은 전망했다.
검역 우수 국가와 ‘트래블 버블’ 추진을
뒤이은 토론에 참여한 다른 관계자들도 코로나19 위기 속 여행산업의 생존전략 모색이 필요하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대한항공 채종훈 한국지역본부장은 “코로나19 세계적 유행으로 2020년 2월부터 항공 이용객이 급감했지만, 회복 지연에 따른 항공사 여객 수입 회복은 난망인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주장은 한국관광공사의 ‘관광수지 현황’ 자료를 바탕으로 했다. 자료에 따르면 2020년 3~8월 국제선 수송량이 전년 대비 –97%를 기록하고, 내국인 출국자는 2019년 월평균 226만 명 수준에서 2020년 3~8월 월평균 3만 9000명으로 집계됐다.
채 본부장은 또 여행업 등록 사업체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해 여행사 폐업 등으로 인한 고객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19 초기에는 관망하던 분위기가 있었지만, 상황 지속에 따라 항공발권사(BSP) 반납이 발생해 8월 성수기에만 13개, 9월 추석 전에는 22개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어 “코로나19 회복 지연으로 여객수익 회복 전망은 하락하고, 항공사 유동성은 2020년 2분기 최악을 기록했다”면서 “이대로라면 2021년 4분기까지 현금흐름은 마이너스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여행·항공업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단계별 14일 자가격리 완화, 검역 우수 국가와 트래블 버블 추진, 신속 검역 절차 수립 및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며 국제관광 활성화 방안 필요성에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국내 기업인 등의 단기 출장 후 입국 시 자가격리 면제 대상 국가를 현행 지속 확대하고, 자가격리 면제절차 간소화 및 우수 방역국 대상 자가격리 면제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면서 “자가격리가 면제되는 특별입국 절차를 체결한 나라는 현행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일본 정도에 그친다”고 덧붙였다.
특히 6월부터 세계 각국에서 언급하기 시작한 트래블 버블을 통한 제한적 상호 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채 본부장은 “항공여행 수요 회복을 위해서는 코로나19의 완전한 종료를 기다리기보다 방역 우수 국가 간 시장 개방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입장에서는 국민 건강과 직결된 문제여서 쉽게 결정하기 힘들 수 있겠지만, 코로나19 확산 위험을 줄이면서 항공·여행업계의 점진적 회복 방안 등을 민관이 지속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위드(with) 코로나’가 불가피하다는 게 채 본부장의 주장이다.
디지털 전환으로 위기극복 나서야
신속 검역 절차 수립 및 지원과 관련해서는 인천공항 유전자증폭(PCR)검사센터 운영과 양국·다국 간 상호 인정 가능한 글로벌 헬스 앱(Global Health App) 도입을 제안했다.
끝으로 딜로이트 컨설팅 김정열 상무는 디지털 전환을 통한 여행업 위기극복 전략을 발표했다. 김 상무는 “대한민국 공공부문 서비스 및 디지털 정부 성숙도와 국민의 디지털 역량은 세계에서 가장 앞서가며 경쟁우위를 확보하고 있다”며 “변화하는 여행객들의 수요와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융합으로 활성화되는 디지털 여행 서비스 수요 증대 등에 따른 성장 기회 및 극대화 여력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핵심 성공 요인으로는 ▲산업 생태계 디지털화의 청사진 제시 ▲차별적 콘텐츠 구체화 ▲지역 콘텐츠의 디지털 확산을 꼽았다. 그러면서 “국내외 관광객들의 여행 콘텐츠를 자유롭게 생산·가공하고 활발하게 유통할 수 있는 산업 생태계 디지털화의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행산업 디지털화를 위해서는 “지자체, 기업 등 산업 내 모든 이해관계자가 디지털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차별적 콘텐츠를 구체화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아카이빙(기록 보관소 내에 파일을 적재·관리하는 작업), 핵심어 표시(해시태그)를 통해 개인이나 단체의 콘텐츠를 지역별 특화된 디지털 콘텐츠로 자산화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김 상무는 또 “개별 지자체의 관광 플랫폼 간 데이터·콘텐츠의 연계 및 통합 활용의 기반을 마련하고, 향후 내·외부 타 분야 플랫폼들과 추가 연계 방안에 대한 지침 제시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강민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