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임대차 거래에 새로운 질서를 가져올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가 시행되면서 기존 세입자(임차인)는 2~4년간 전세금 폭등 우려에서 벗어나게 됐다. 계약갱신청구권은 임대인에게 합당한 거절 사유가 없으면 임차인이 전세계약을 2년 더 연장해 총 4년 동안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전월세 상한제는 계약 갱신 때 임대료 증액 상한선을 5%로 제한하는 것이다. 두 가지 제도 모두 세입자의 ‘이사 걱정 없는 거주’를 어느 정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이하 주임법) 개정으로 7월 31일부터 시행된 두 제도는 무주택 세입자의 주거 안정에 목적을 두고 있다. 제도 시행 후인 8월부터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해 5% 이내 인상된 금액으로 재계약한 임차인은 재계약 기간이 끝나는 2년 후까지, 최근 전월세 계약을 해 계약기간이 거의 2년 남은 임차인은 계약갱신청구권 행사까지 고려하면 4년까지 안정된 주거가 확보됐다.
하지만 전월세 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예측도 없지 않았다. 주임법 개정 전 시장 일각에서 제기한 가장 큰 부작용은 전세 매물 품귀와 전셋값 폭등이었다. 임대인이 전세 물건을 대거 월세로 전환해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이 커지리라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실제 주임법 개정 이후 전셋값 상승폭이 커졌다. 9월 전국 월간 주택종합 전세가격지수는 0.53% 올라 8월 0.44% 대비 상승폭이 확대됐다. 수도권은 전월세 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 시행과 거주요건 강화, 가을 이사철 등의 영향으로 전세 매물 부족 현상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과거 경험에 비춰보면 이 같은 불안 요인은 단기간에 한정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주임법 개정에 앞서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주요 내용이 개정된 것은 1989년이 마지막이었다. 임대차 계약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조정한 당시 법 개정 이후 2년마다 이사를 해야 하는 주거 불안정 상황은 그렇게 ‘2년의 벽’으로 30년간 깨지지 않은 채 세입자들에게 족쇄가 되었다.
장기적으로 전월세 시장 안정화에 도움
주택임대차 계약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리는 법안이 1989년 12월 30일 통과되자, 그 전후로 전셋값이 반짝 상승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989년과 1990년 전국 평균 전세금은 각각 17.5%, 16.7% 뛰었다. 그러나 1991년엔 상승률이 2.0%로 떨어지는 등 제도 도입 이후 오히려 안정세를 보였다. 치솟던 전월세 가격을 단숨에 잡지는 못해 1990년 봄까지 전월세 가격 폭등이 유지되다가 1991년 이후 안정화한 것이다.
부동산 업계의 한 전문가는 “1989년 경과조치(법 시행 당시 존속 중인 임대차 기간은 종전 규정에 따르는 것)로 인해 전셋값이 갑자기 올랐지만 오히려 1990년 하반기와 1991년에는 변동률이 크지 않았다”면서 “이번 경우에도 단기적으로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전월세 시장 안정화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의 취지가 살아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시장 상황을 점검하며 보완 대책을 추진할 방침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10월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국토부 국정감사에서 전세시장 안정화 시점을 묻는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계약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렸던 1989년에는 5개월 정도 걸렸다”면서 “똑같이 5개월이라 말씀드리기는 어렵고, 시장이 안정을 찾을 때까지 열심히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김회재 의원이 “전세난 지속기간이 5개월이라고 해도 2021년 초까진 불안할 텐데 예상보다 더 길어질 경우 또 다른 대책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선 “지금이 그때와 똑같을 순 없지만 일정 시간이 걸릴 것이고 예의 주시하겠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앞서 9월 1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임대인과 세입자 모두 어려움을 슬기롭게 이겨내면 몇 개월 후 전세가격이 안정을 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전세 거래량이 줄어드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며 “계약갱신청구권제가 도입되면서 집을 내놓은 사람도, 이사하는 사람도 절대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임차인이 4년 동안 주거 기간을 보장받는 데 따른 무형의 혜택도 고려해서 시장의 안정 여부를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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