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작 <칠중주:홍콩이야기>는 195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홍콩을 다루는 15분 안팎 단편 모음집이다.
매년 가을이면 국내외 영화팬을 설레게 한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감염병 확산 여파를 딛고 오프라인 무대의 닻을 올렸다. 10월 21일 훙진바오(홍금보), 쉬안화(허안화), 쉬커(서극), 조니 토(두기봉) 등 일곱 명의 홍콩 감독이 함께한 옴니버스 영화 <칠중주: 홍콩 이야기>를 개막작으로 내세워 관객을 만났다. 코로나19 대유행이라는 악재 속에서 개막식은 생략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시 고개를 들면서 개최 자체가 불투명했다. 그러나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1단계로 완화되면서 방역수칙을 지키며 현장 개최를 확정했다. 영화제는 여느 때와 비교해 2주 늦게 열렸다.
2020년 25회째를 맞은 부산국제영화제 풍경은 개막 전부터 달랐다. 우선, 영화팬들이 길게 줄 서던 현장 매표소를 찾아볼 수 없었다. 영화제 예매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온라인으로만 실시되기 때문이다. 티켓 예매는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누리집(www.biff.kr)과 공식 애플리케이션(앱) ‘BIFF’에서만 할 수 있다. 1인 1장 예매가 가능하고 기존의 종이 티켓 대신 모바일 티켓으로만 발권이 이뤄진다. 모바일 티켓을 소지해야 상영관에 입장할 수 있다.
▶폐막작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부산국제영화제
개·폐막식 없이 68개국 총 192편 상영
2020년 부산국제영화제는 상영관도 축소했다. 부산 도심 곳곳에서 영화를 볼 수 있던 예년과 달리 영화의전당 6개 스크린에서만 영화가 상영된다. 사람이 많이 몰리는 야외무대 인사와 레드카펫, 오픈토크 등의 각종 행사와 해외 영화 관계자 초청도 취소했다. 영화제는 오로지 극장 상영만 진행한다. 폐막일인 10월 30일까지 1편 1회 상영을 원칙으로 68개국 192편을 상영한다.
상영관 내 좌석 간 거리두기를 시행하는 것은 물론이다. 영화제 홍보팀 관계자는 “극장 규모와 관계없이 일정 인원만 입장할 수 있다”며 “각 상영관 전 좌석의 25%에 해당하는 분량의 티켓만 영화제 누리집과 공식 앱을 통해 예매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보통 극장이 전체 좌석 수의 50%로 제한하는 것에 비해 더 강력한 조처다. 남동철 수석 프로그래머는 “관객들이 밀집할 만한 행사는 모두 취소했다. 모바일 티켓을 가진 관객만 상영관에 출입할 수 있고, 일일이 발열 상태를 확인하고 QR코드 기반 전자출입명부를 작성하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채로운 행사가 취소된 영화제는 대신 초청작 감독과 배우들이 참여하는 ‘관객과 대화(GV)’를 통해 관객의 아쉬움을 달랜다. 상영작 192편 중 140여 편의 감독과 배우들이 어려운 시기에도 영화제를 찾는 관객들의 열정에 보답하기 위해 GV에 참여한다. GV는 작품 상영을 전후로 감독과 배우 등 관계자들이 관객과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다. 2020년 GV는 한국 작품은 오프라인으로, 해외 작품은 온라인으로 진행한다. GV에서 질의응답은 안전을 위해 공개 채팅을 활용해 운영된다. 영화 관람을 마치고 극장 스크린의 QR코드를 찍어 질문 채팅창에 입장할 수도 있다. <반도>의 연상호 감독과 <사라진 시간>의 정진영 감독, <울렁울렁 울렁대는 가슴안고>의 안재홍 감독 등이 직접 부산으로 날아가 관객과 대화를 나눈다. 또 <시티홀>의 프레더릭 와이즈먼, <트루 마더스>의 가와세 나오미 등 해외 감독들은 온라인 영상 연결로 GV에 참여한다.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포스터│ 부산국제영화제
온·오프라인으로 ‘관객과 대화’
상영 편수는 크게 줄었다지만 그래도 상차림은 풍성하다. 2020년 베니스영화제 개막작인 <끈>을 비롯해 취소된 칸영화제의 공식 선정작 56편 중 23편이 고스란히 넘어왔다. 남동철 수석 프로그래머는 “화제가 되는 작품들을 엄선했다. 칸영화제 선정작뿐 아니라 베니스, 베를린, 선댄스 등의 영화제에서 수상한 작품이 대거 초청됐다. 2020년 화제가 된 영화들, 꼭 보고 싶은 영화들을 부산에서 모두 만나볼 수 있다”며 2020년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램에 대해 소개했다. 대부분의 주요 국제영화제가 취소된 2020년 부산국제영화에 대한 해외의 관심이 더욱 뜨거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유명 감독들의 화제작은 10월 15일 예매 시작 1분여 만에 매진됐고 2시간 사이 70% 이상 팔렸다. 픽사 애니메이션 <소울>, 베니스영화제 은사자상 수상작 <스파이의 아내>,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 수상작 <사탄은 없다>는 ‘피케팅(피 튀기는 티케팅)’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10일간의 영화제 여정은 폐막작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애니메이션 판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전양준 집행위원장은 “폐막작을 통해 관객들이 잠시나마 무력감과 답답함에서 벗어나 훈훈함과 따뜻함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심은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