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2일 오후 4시 30분경 아이돌보미 김 씨와 서연이가 집으로 향하고 있다.
아이돌봄서비스, 이렇게 이용하세요
“선생님!”
“서연이 나왔네. 하루 재밌게 보냈어?”
9월 22일 오후 4시 30분경, 서울 영등포구 한 초등학교 정문 보안관실 앞. 교실에서 나온 1학년 서연 양(가명)이 아이돌보미 김 모 씨를 향해 뛰어온다.
“배고팠지?”
“네, 선생님. 저 가면서 약과 먹을래요.”
김 씨가 서연이가 메고 있던 책가방에서 약과를 꺼낸 후 왼쪽 어깨에 가방을 걸쳐 멘다. 서로 손을 꼭 잡은 두 사람이 10분 거리에 있는 서연이네 집을 향해 걸어간다.
만 12세 이하 자녀 둔 맞벌이 가정 대상
서연이는 4월부터 여성가족부 아이돌봄서비스를 통해 아이돌보미 김 씨와 만나고 있다. 등하교 시간이 포함된 월~금요일 오전 7~9시, 오후 4시 30분~6시 30분 이렇게 하루 4시간씩 ‘시간제 돌봄 일반형’(이하 일반형) 서비스를 이용 중이다. 서비스는 학교·보육시설 등·하원 및 준비물 챙기기, 부모가 올 때까지 임시 보육하며 놀이 활동 함께하기, 식사와 간식 챙겨주기 등으로 이루어진다.
덕분에 서연이의 등하교는 큰 걱정이 없어 보였다. “오후에 선생님이 같이 집에 와주시고, 간식도 챙겨주셔서 좋아요.” 식탁 앞에 앉아 간식을 먹으며 교육방송을 보던 서연이가 미소를 지었다.
아이돌봄서비스는 만 12세 이하 자녀를 둔 맞벌이 가정 등에 아이돌보미가 직접 방문해 아이를 보살피는 돌봄 서비스다. 2007년 시작한 이 서비스는 맞벌이 부모의 양육 부담을 덜어줌으로써 양육 친화적인 사회 환경을 만드는 동시에, 육아·돌봄 의사가 있는 여성에게 교육 지원, 일자리 제공 등으로 능력개발의 기회를 부여하자는 취지로 시행 중이다. 이용자는 ‘시간제 돌봄’(일반형 시간당 9890원, 종합형 시간당 1만 2860원), ‘영아종일제 돌봄’(시간당 9890원), ‘질병감염아동 돌봄’(시간당 1만 1860원), ‘기관연계 돌봄’(시간당 1만 6740원) 등 자신의 상황에 맞는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다.
일반형 서비스가 가사활동을 제외한 일반적인 돌봄활동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시간제돌봄 종합형은 일반형에 더해 아동 관련 세탁물 세탁과 식사·간식 조리 및 설거지 등 가사 서비스가 추가된다. 만 3개월~만 36개월 이하 영아가 있는 가정이라면 아이돌보미가 1:1로 이유식 먹이기, 젖병 소독, 기저귀 갈기, 목욕시키기 등 영아의 건강·영양·위생과 관련해 종합적인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영아종일제 돌봄 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있다.
아이돌봄서비스를 이용하려면 국민행복카드를 발급받고, 누리집(www.idolbom.go.kr)에 등록한 후 원하는 서비스와 서비스받는 날짜 및 시간을 신청하면 된다. 일정 소득수준 이하 가정에는 이용요금 일부를 정부가 지원한다. 단, 정부 지원 희망자는 이용자 등록 전, 주소지 관할 읍·면사무소 및 동주민센터를 방문해 소득유형 판정을 받고 신청해야 한다. 가구소득과 서비스 종류에 따라 정부지원금은 달라질 수 있다.
출근·등하교 고민 부모들 걱정 덜어
서연이네는 아이돌봄서비스 시행 초창기였던 10여 년 전 이 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접했다. 현재 6학년인 서연이의 오빠도 초등학교 입학 전 이 서비스를 이용했다.
직장생활을 하며 아이 유치원 등하원까지 챙기는 일은 쉽지 않다. 어린 아이들이니만큼 “가기 싫다” 보채기도 하고, 갑작스레 몸이 아픈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언뜻 소소해 보이지만 아이와 관련해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를 여러 일이 당장 출근을 앞둔 부모들 마음을 불안하게 한다. 회사 회의시간이 너무 일찍 또는 늦게 잡히는 바람에 아이 맡길 곳을 찾느라 발을 동동 구르는 일도 생긴다. 많은 이들이 친정이나 언니 등 아이 돌봄을 도와줄 가족, 친지의 집 근처로 이사를 가는 이유다.
서연이 엄마 이 모 씨 역시 두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이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 다행히 아이돌봄서비스를 알게 되어 돌봄 부담을 많이 덜었다. 3~4년 전까진 근처에 사는 어머니와 아이돌보미 선생님이 함께 아이들을 돌봐주었고, 이젠 아이돌봄서비스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너무 바쁘다 보니 마음과 달리 아이한테 ‘빨리 해!’라고 재촉하는 일이 잦아지더군요. 어느 순간에는 ‘내가 뭘 위해서 직장 일을 하나’ 자책도 하게 되고요. 아마 직장에 다니는 많은 부모님들이 비슷한 경험을 할 겁니다. 그런 상황에서 접한 이 서비스가 제겐 큰 도움이 됐어요. 학교에 잘 갔는지, 하교 후 어떻게 지내는지 등 돌보미 선생님과 소통하며 아이를 잘 살필 수 있어서 제 일에도 그만큼 더 집중할 수 있죠.”
간식 내주기·통신문 확인 등 생활 전반 챙겨
아이돌보미 김 씨는 주중 아침 7시에 서연이네 집에 도착한다. 서연이가 일어나면 가방 챙기기, 옷 갈아입히기, 밥 먹이기 등 등교 준비 전반을 도맡는다. 가정통신문을 거듭 확인하며 빠진 준비물 등이 없는지도 점검한다. 준비를 다 마치면 서연이를 학교까지 데려다준다.
오후 4시 30분에는 서연이 하교를 살피러 학교로 향한다. 안전하게 집으로 귀가시킨 후엔 손 씻기부터 시작해 옷 갈아입기, 책가방 풀기, 가정통신문 확인, 부모가 준비해둔 간식 내주기, 함께 책 보며 이야기하기 등 오후 돌봄이 시작된다. 6시 30분 서연이 엄마가 퇴근해 돌아오면 김 씨의 업무도 끝난다. 매일 업무가 끝나면 아이돌봄 앱에 그날의 활동일지를 작성한다.
서연이의 귀가 후 공부하는 모습을 6개월 동안 지켜봐온 김 씨는 이제 아이의 학습 태도도 잘 꿰뚫고 있다. “다른 집 애들은 책을 좀 보자고 해도 말을 안 듣는데 서연이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책에 푹 빠져 지내요. 교육방송 등도 잘 보고요. 예뻐요.”
인·적성 검사 등 검증 강화 “정부 서비스라 신뢰”
코로나19 탓에 학사일정 변동 등 예기치 못한 변수가 많아지고, 아이들이 자칫 혼자 있는 상황이 발생하기 쉬운 요즘 아이돌봄서비스의 역할은 더욱 커지고 있다.
현재 아이돌보미는 각 지역 내 지정된 아이돌봄서비스 제공 기관이 선발한다. 보육교사·교사 자격증 소지자이거나 아이돌보미 양성교육 과정을 수료할 경우 지원할 수 있다. 아이돌봄지원법 제6조에 따라, 아동학대 관련 범죄로 처벌을 받은 뒤 10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 등은 일할 수 없다.
2019년 여성가족부는 아이돌보미 선발 과정에 인·적성 검사를 도입해 일정 수준 이상의 인성과 자질을 지닌 아이돌보미를 채용하는 등 선발 시 검증과 교육을 강화했다. 면접 과정에서 아이돌보미 인성, 자질과 역량을 검증할 수 있는 표준 면접 지침을 마련하고, 면접 시 아동학대 예방 또는 심리 관련 전문가를 필수적으로 포함하도록 했다. 출·퇴근 현황 및 주요 활동 내용·이력 등을 관리하는 아이돌보미 통합관리시스템도 구축했다. 서비스 이용 희망 가정에서는 신청 시 연계 예정 아이돌보미의 활동 이력, 자격제재 사유 등 정보를 추가로 살펴볼 수 있다. 한편, 영상정보처리기기(CCTV) 등 설치에 동의한 아이돌보미를 영아 대상 서비스에 우선 배치하기로 했다.
“아이돌보미로 활동하면서도 정기적으로 교육 및 인·적성 검사 등을 받고 있어요. 아동복지, 아동심리 등 전문 교수진의 수업도 듣는데 내용이 정말 체계적이고 질도 높습니다. 최근엔 코로나19 탓에 방역지침 등도 계속 내려오는 상황인데 아이들 건강 문제 등에도 각별히 신경 쓰고 있어요. 정부에서 운영하는 것이니만큼 믿을 수 있다는 점이 이 서비스의 장점이 아닐까 싶어요.” 아이돌보미 김 씨의 설명이다.
엄마 이 씨가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유 역시 ‘신뢰감을 주기 때문’이었다. “정부에서 운영하는 서비스이다 보니 검증된 전문가들이 찾아와서 서비스해 준다는 점이 부모 입장에선 가장 큰 장점입니다. 일하는 부모들이 양육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게 하자는 취지로 시작한 걸로 알고 있는데 의외로 이 서비스를 아는 분이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저처럼 일하는 부모들에게 널리 알려지고 더 활성화되면 좋겠습니다.”
글·사진 김청연 기자
코로나19 위기 속 이용요금 40~90% 지원
여성가족부는 코로나19 위기가 지속되면서 아이돌봄서비스 이용 가정의 부담을 덜기 위해 이용 시간과 요금을 최대 90%까지 보조하는 등 정부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9월 4일 밝혔다.
이번 정부지원 확대 대상은 9월 2일부터 2020년 연말까지 휴원·원격수업 등으로 아이돌봄서비스를 이용하는 가정을 대상으로 한다. 해당하는 서비스 이용 시간은 원격수업 시간인 평일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다. 우선 휴원·원격수업을 하게 될 경우 평시 정부 지원시간(720시간 한도)과는 별도로 추가해 아이돌봄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또한, 서비스 이용요금(시간당 9890원) 중 정부지원 비율을 확대해 라형을 포함한 모든 유형(가~라)의 가구를 대상으로 이용요금의 40~90%를 지원한다. 단, 해당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맞벌이, 한 부모, 다자녀 등 양육 공백이 발생한 가정이어야 한다. 자세한 사항은 아이돌봄(www.idolbom.go.kr) 누리집 또는 전화(1577-2514)로 문의하면 된다.
한편, 아이돌보미와 서비스 이용 가정의 안전을 위해 아이돌보미의 마스크 착용과 손 소독제 사용 등 방역 지침을 철저히 지키도록 하고, 아이돌보미에게 방역물품도 지원한다. 또 아이돌보미가 확진자 다수 발생 지역을 방문하거나 기침·발열 등 조금이라도 의심 증상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받도록 권고하고, 이용 가정의 감염 의심 징후가 있는 경우에도 이를 아이돌보미에게 알리도록 안내했다.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육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정에 이번 정부 지원 확대가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며 “아이와 아이돌보미가 함께 안심할 수 있도록 돌봄 서비스를 꼼꼼히 살펴 안전한 서비스를 지원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