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일 서울 중구 명동 거리에 ‘2020 코리아세일페스타’를 알리는 알림판이 걸려 있다.│한겨레
한국이 코로나19 방역은 물론 경제적 충격 방어에도 성공적인 나라로 떠올랐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튼튼한 국가 역량을 전 세계에 보여준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20년 ‘한국경제 보고서’에서 “한국은 바이러스 확산을 가장 성공적으로 차단한 국가로 일체의 봉쇄 조치 없이 방역 성과를 거두면서 경제적 피해도 최소화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OECD 회원국의 2020년 상반기 평균 국내총생산(GDP) 실질성장률은 -12.4%인데 우리나라는 -4.4%로 가장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OECD는 하반기부터 한국의 경제회복 속도도 빨라졌다며 2020년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2%에서 -0.8%로 상향 조정했다. 비록 역성장이긴 하지만, OECD 37개 회원국의 평균 전망치인 -4.5%보다 훨씬 높은 압도적 1위다. 2021년 경제 전망도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낙관적인 국가로 분류된다.
생산·소비·투자 3개월 만에 ‘트리플’ 상승
특히 최근 국내 실물경제 지표가 개선세를 보이면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가 완화되고, 국제 수요가 확대되면서 수출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3분기 GDP 성장률이 전기 대비 플러스 전환(1.9%)한 가운데 9~10월 나온 여러 경제지표도 한 방향으로 ‘경기회복’을 가리키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누리소통망에 “통계청의 9월 산업활동동향 보고를 보면 생산, 소비, 투자 등 주요 지표가 모두 개선돼 이른바 ‘트리플 증가’를 기록했다”며 “이는 4분기와 2021년 경제전망을 비교적 밝게 하는 의미 있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회복세는 자동차,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이 주도했다. 2분기 -16.6%까지 추락했던 수출이 3분기 들어서는 15.6% 증가세로 돌아섰다. 반도체·자동차 분야 위주로 수출이 늘자 기업은 공장 가동을 늘렸고, 기계류와 운송장비를 중심으로 한 설비투자도 확대했다.
그 덕에 10월 30일 발표된 ‘9월 산업활동동향’에서도 산업생산, 소비, 투자가 일제히 오르면서 3개월 만에 ‘트리플’ 상승을 기록했다. 산업활동동향은 실물경제를 파악할 수 있는 종합지표다. 문재인 대통령은 11월 2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이 같은 흐름에 대해 “코로나19로 인해 이동이 제한되고, 서비스산업이 크게 위축되는 상황에서 우리 경제가 기적 같은 선방을 한 것은 제조업 강국의 튼튼한 기반 위에 제조업체들의 활발한 생산과 수출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평가했다.
11월 1∼10일 수출 20.1% 증가… 회복 기대감
이런 흐름은 11월 경제지표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11월 1~10일 수출액이 2019년 같은 기간보다 20.1% 증가했다. 코로나19 충격으로부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커졌다. 11월 11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10일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은 141억 달러로 2019년 동기 대비 20.1% 늘었다. 수입도 133억 달러로 2019년 동기 대비 7.8% 증가했다. 이 기간 조업일수는 7.5일로 2019년(7일)보다 0.5일이 많았다. 조업일수를 반영한 일평균 수출액은 12.1% 증가했다.
수출 현황을 주요 품목별로 보면 2019년 동기 대비 반도체(31.9%), 승용차(8.3%), 무선통신 기기(33.3%) 등이 늘었다. 석유제품(-24.1%), 컴퓨터 주변기기(-3.1%) 등은 감소했다. 국가별로는 중국(14.5%), 미국(23.5%), 유럽연합(40.5%), 베트남(15.8%) 등으로 수출이 큰 폭 증가했다. 일본(-7.4%), 중동(-4.5%) 등은 줄었다.
수입 현황을 보면 2019년 동기 대비 반도체(42.0%), 기계류(24.6%), 정밀기기(25.3%) 등이 증가한 반면 원유(-57.9%), 가스(-27.8%), 무선통신 기기(-7.9%) 등은 감소했다. 중국(34.8%), 유럽연합(37.4%), 일본(24.6%) 등으로부터 수입은 늘어난 반면 미국(-5.1%), 중동(-59.3%), 캐나다(-11.1%) 등으로부터는 줄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와 자동차가 전달에 이어 연속 증가하면서 우리 수출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주고 바이오헬스, 2차전지 등의 신수출 품목도 지속 성장하고 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라며 “코로나19 이후 한때 부진했던 디스플레이, 가전 등 품목도 10월부터 회복세를 이어가 앞으로 수출활력 회복에 긍정적 신호가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코세페 내수에 ‘훈풍’… 카드사 매출 8.4% 증가
경제 심리도 10월 들어 큰 폭으로 개선됐다. 2020년 10월 소비자심리지수(CSI),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모두 11년 6개월 만에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 코로나19 확산과 방역 때문에 그동안 움츠렸던 소비심리와 기업의 투자심리가 빠르게 정상화하고 있다는 신호다.
실제 11월 1일 개막한 ‘2020 코리아세일페스타’(코세페)는 제조·유통·서비스 등 고른 분야에서 놀랄 만한 성과를 보였다. 자동차가 하루 평균 7000여 대씩 팔리고, 카드사 매출도 2019년보다 8%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소비심리 회복과 내수시장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산업부와 코세페추진위원회가 11월 10일 코세페 개시 후 일주일이 지난 가운데 발표한 중간 집계 결과를 보면, 1~7일간 카드사 매출은 17조 원 규모로 전년 동기 대비 8.4% 증가하는 등 기대 이상의 좋은 성과를 보였다. 산업부는 코세페가 소비심리 회복뿐만 아니라 실제 소비 증가와 내수 진작에도 기여하는 것으로 평가했다.
특히 제조·유통·카드사 협업,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대형 유통사의 판촉비 50% 분담의무 완화 등을 바탕으로 대표 소비재 매출 증가세가 뚜렷했다. 자동차의 경우 자동차 5개사가 모두 참여한 가운데, 1~6일 일평균 자동차 판매대수는 7111대로 전년 동기 대비 23.3% 증가했고, 타이어는 1~8일 온라인 판매량이 업체별로 전년 동기 대비 125~34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패션·의류는 ‘코리아패션마켓 시즌2’(10월 30일~11월 5일)가 334개 브랜드가 참여한 가운데 온오프라인에서 진행됐으며, 이 중 오프라인 매출은 상반기 코리아패션마켓1 대비 2.2배 증가했다.
유통사 쪽에선 대형마트 주요 3사 오프라인 매출(1~8일)이 총 5194억 원 규모로 전년 동기 대비 9.3% 증가하는 등 생필품 소비가 확대됐다. 백화점 주요 3사 오프라인 매출(1~5일)은 4138억 원 규모로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 10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고 온라인 주요 8사 매출(1~8일)은 1조 72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6% 증가했다. 카드사의 경우 1~7일간 국내 카드 승인금액은 17조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4% 늘었다.
전통시장 활성화 지역경제 반등 기대감
골목상권과 지역경제 활성화도 두드러졌다. 전국 17개 시·도에서 코세페 연계 소비진작 행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대전·김해·충북·세종·광주·인천·부산·울산 등 지역화폐 발행 8개 시·도 기준 지역화폐 발행액이 총 2716억 원으로 전월 동기 대비 평균 37.4% 증가했다.
전통시장 역시 온누리상품권 판매액이 1~7일 118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5배 증가했다. 이와 관련해 전국 64개 전통시장에서 일정 금액 구매 시 온누리상품권을 제공하는 코세페 연계 전통시장 이벤트가 진행되고 있으며, 시장의 경우 매출이 전월 대비 10~20% 증가(전국상인연합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축수산물의 경우 생굴·참돔·고등어 등 제철 수산물 할인행사 ‘코리아 수산 페스타’가 10월 26일부터 진행되고 있으며 10월 26일~11월 5일간 총 26억 6500만 원 상당이 판매됐다. 한우는 할인행사가 10월 29일부터 진행 중이며, 이번 코세페에서 제로페이를 통해 5억 원 상당 발행된 한우사랑상품권은 판매 개시 31시간 만에 완판 실적을 거뒀다. 한돈의 경우는 한돈몰 판매를 통해 할인행사가 진행 중이며 1~8일간 총 3590만 원이 판매돼 전년 동기 대비 3.8배 증가했다.
전국 17개 시·도가 참여하면서 전통시장, 중소기업·소상공인의 코세페 연계 행사가 지속되는 가운데 지역화폐 발행액 37.4% 증가, 제로페이 결제액 15.1% 증가, 온누리상품권 판매액 약 5배 증가 등 골목상권·지역경제의 반등 계기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로페이 결제액도 15.1% 증가
중소기업·소상공인의 경우 제로페이 결제액이 1~8일간 358억 원 결제돼 2주 전 대비 15.1% 증가했고, 특히 ‘가치삽시다’를 통해 중소기업·소상공인 라이브 커머스(실시간 동영상을 통해 상품을 판매하는 방송)를 두 차례 진행(2, 4일), 6시간 동안 9200만 원을 판매해 2주 전 대비(10월 12, 14일) 매출 증가 32.6%를 기록했다.
해외 판로 개척을 통한 글로벌 성과도 거뒀다. 기업 간 전자상거래(B2B)의 경우 코세페와 연계한 K-방역, K-뷰티 등 한국 우수상품전을 통해 11월 6일 기준 1056개 기업이 총 9029만 달러 규모의 수출 상담을 진행했고 부산 국제수산엑스포를 계기로 2020년 처음으로 ‘온라인 화상 해외바이어 무역상담회’를 개최, 전년 대비 70% 증가한 160개 해외 바이어업체가 참여한 가운데 총 946건의 무역 상담을 진행했다.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의 경우 한류 행사가 K-상품 구매로 연결될 수 있도록 신남방국가 소비자 대상으로 11월 7일 ‘언택트(비대면) 한류박람회’ 개막 공연을 개최, 총 15만 5000명이 시청했다.
박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