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추석 연휴 북한산 백운대에서 코로나19 유행을 예방하기 위해 국립공원 관계자들이 안전 수칙을 홍보하고 있다. | 한겨레
코로나19 장기화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길어지자 밀폐된 실내에서 운동하는 체육관이나 헬스장 대신 산으로 향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가을철이 되면서 등산객 증가세가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국에 걸쳐 강화되면서 5060세대 외에도 실내운동과 스포츠를 즐기던 젊은 층까지 산행을 하는 추세다. 관광버스를 타고 단체로 떠나는 원정 산행은 줄었지만 혼자 산을 찾거나 가족 단위 등산객도 크게 늘어났다.
10월 중순 지리산을 시작으로 10월 말까지 전국의 단풍이 절정을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2020년은 단풍놀이 나들이객이 급증할 경우 자칫 코로나19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어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환경부는 10월 7일 “되도록 단풍 구경을 가지 말고, 가더라도 방역수칙을 지켜달라”는 ‘코로나19 단풍 지침’을 내놨다. 정부는 대형 버스의 국립공원 주차장 이용을 제한하고, 케이블카 운영을 50%로 줄이는 등 방법도 동원할 예정이다.
10월은 전국 국립공원의 방문객이 가장 많은 시기다. 2019년은 10월 한 달간 국립공원 이용객 수가 560만 명으로 가장 방문객이 적은 1월(270만 명)의 2배를 넘어섰고, 둘째로 방문객이 많은 8월(443만 명)보다도 120만 명 많았다.
관광버스 전세 단체 탐방 자제 권고
정부는 2020년에는 11월까지 국립공원 등에 관광버스 전세 등을 통한 단체 탐방을 자제해줄 것을 권고했다. 당장 국립공원공단은 직영으로 운영하는 주차장 21곳에서 10월 17일부터(지역마다 시점 다름) 11월 말까지 대형버스 출입을 제한한다. 설악산과 내장산에서 운영하는 케이블카는 탑승자 간 거리를 확보할 수 있도록 케이블카당 최대 인원을 50%로 제한해 운행될 예정이다.
설악산, 지리산 등 21개 공원의 주요 탐방 밀집 지점에는 출입 금지선이 설치된다. 이 금지선은 코로나19가 끝날 때까지 기한 없이 유지된다. 무단으로 출입 금지선을 넘으면 공원공단 직원의 제지를 받을 수 있다. 출입 금지선은 지리산 바래봉, 내장산 서래봉과 갓바위, 설악산 울산바위 등 산 정상부와 지리산 대원사 계곡길 전망대, 설악산 토왕성폭포 전망대, 오대산 전나무길 쉼터 등 탐방객이 몰릴 때 일정 거리 떨어지는 것이 어려운 58곳에 설치됐다. 대구시는 코로나19로 실내운동 대신 산을 찾는 시민이 크게 늘어나자 팔공산, 비슬산 등 160개 노선 517km의 등산로를 일제 정비한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도심 등산객은 증가하는 추세다. 북한산(수도권), 계룡산(대전), 치악산(강원 원주) 등 도심에서 가까운 국립공원 3곳의 등산객이 크게 늘었다. 국립공원공단이 집계한 자료를 보면, 2020년 1~6월 북한산 탐방객은 341만여 명으로 2019년 같은 기간(276만여 명)보다 24% 늘었고, 계룡산과 치악산도 같은 기간 탐방객이 90만여 명에서 104만여 명으로(16%), 32만여 명에서 40여만 명(24%) 늘었다.
코로나19 예방 위한 강력한 방역 필요
문제는 산이 코로나19 안전지대는 아니라는 점이다. 거리두기가 잘 안되는 데다, 마스크를 제대로 쓰지 않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또 등산하며 물이나 음식을 나눠 먹거나 등산 뒤 함께 식사를 하기도 한다. 실제 수도권에서는 등산모임 회원들이 8월 29일과 30일, 10월 1일 함께 등산한 뒤 식사를 했다가 20명이 집단 감염되기도 했다. 최근 울산에서도 등산 등을 함께 하는 지인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
김신우 대구시 감염병관리지원단장(경북대병원 알레르기감염내과 교수)은 “등산이 실외 활동이긴 하지만 물, 음식을 나눠 먹기도 하고 호흡이 가빠지기 때문에 2m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등산 내내 마스크를 쓰는 것이 힘들면 주변에 사람이 없을 때 잠시 벗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2020년은 코로나19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평년보다 많은 사람이 산을 찾으리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등산객을 대상으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더욱 강력한 방역수칙 적용과 단속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등산객들을 태운 관광버스가 전국에서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루는 오색지구 남설악탐방지원센터에 대한 걱정이 크다. 또한 차량 정체 시 운행하는 소공원 콩나물시루 셔틀버스에 대한 대책도 세워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단풍 산행도 해수욕장처럼 예약제를
하지만 좁은 등산로를 숨 가쁘게 올라가야 하는 산행 특성상 등산로에서 등산객들의 마스크 착용을 기대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정체 현상이 빚어지면 다닥다닥 붙어 산행할 수밖에 없어 방역 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등산로 정체는 코로나19로 대피소 숙박이 어렵고 태풍 피해로 인해 일부 탐방로를 통제한 2020년에는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인파가 몰리는 단풍 산행에 대해서도 여름철 해수욕장처럼 예약제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 측은 고지대 등산로에서 마스크 미착용과 거리두기 미준수 등을 단속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공원사무소 관계자는 “탐방객들에게 방역수칙을 지켜달라고 당부하고 있다”며 “탐방객 분산을 위해 천불동계곡 등 태풍 피해를 본 탐방로 복구를 서두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유리 기자
가을 산행 이것만은 주의하세요!
단풍 구경에 나선다면 밀폐된 공간보다는 개방된 구역에서 산을 오르는 것이 좋다. 케이블카 등 밀폐된 공간을 이용할 때는 마스크를 반드시 쓰고 탑승자 간 거리를 1m 이상 둬야 한다. 국립공원공단 관계자는 “공원 안에서 여럿이 모여 음식을 먹는 행위, 마스크를 벗고 떠드는 행위 등을 자제해달라”며 “공원 인근 민간 음식점을 공공기관처럼 규제할 수 없지만 음식은 되도록 개방된 공간에서 안전거리를 유지하며 섭취하고 손 소독제 사용 등 개인 방역에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또 ‘비대면 단풍놀이’를 적극 권장하고 있다. 국립공원공단은 유튜브의 공단 공식 채널(국립공원TV)로 설악산, 오대산, 내장산의 절정기 단풍을 담은 영상을 제공한다. 영상은 10월 20~30일에 게시될 예정이다.
국립공원TV 채널에서는 1인칭 시점으로 촬영돼 직접 국립공원 탐방로를 걷는 듯한 체험을 할 수 있는 영상(북한산 백운대, 우이령길)이나 열기구를 타고 국립공원 위로 날아올라 경관을 감상하는 등의 영상도 즐길 수 있다. 환경부는 “코로나19로부터 개인과 가정의 안전을 지키려면 현장을 방문하는 대신 비대면으로 국립공원 단풍을 즐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밝혔다.
또 무리한 등산은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전문의들은 “가을철 등산을 즐기려면 무리한 산행으로 인한 관절 부상, 급작스러운 일교차로 인한 급성 심질환 등을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등산은 체력과 관절에 부하가 많이 걸리는 전신운동이다. 헬스장을 대신해 등산하려는 초보자들이 아무런 준비 없이 산에 올랐다가는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등산은 높은 산을 오르는 활동인 만큼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해서 걷는 운동으로, 부주의로 미끄러져 부상을 입기 쉽다. 경치를 보다가 발을 헛디디거나, 땅이 고르지 않아 발목이 꺾여 다칠 수도 있다.
무릎관절이 약한 사람은 내리막길을 조심해야 한다. 관절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등산 도중 무릎 하중을 줄여야 한다. 발목과 무릎에 무리가 가지 않으려면 등산 전 준비운동도 필수다. 발목과 무릎을 중심으로 10분 정도 스트레칭하면 관절이 움직이는 범위를 넓혀주고 주변 근육을 풀어 부상 예방에 도움이 된다.
등산할 때는 보폭을 좁게 하고 최대한 부드럽게 지면을 디뎌 무릎에 전해지는 충격을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 스틱을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오르막길에서는 상체를 약간 앞으로 숙이며 걷는 것이 도움이 된다. 자신의 체력과 건강을 고려해 등산로를 선택하는 것도 필요하다. 평소 무릎관절이나 발목이 좋지 않으면, 가파른 경사보다는 가볍게 오르내릴 수 있는 길로 가야 한다.
아울러 심장이 약한 사람들도 등산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가을철 추운 환경에서 강도 높게 산을 오르는 것도 심장에 무리가 될 수 있다. 등산 초보자나 심장질환을 앓는 사람은 일주일에 3~4회 유산소운동으로 몸을 단련하고 적응한 상태에서 등산을 즐기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