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년은 ‘부동산 투기와 전쟁’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강도 높은 부동산 수요억제 정책들이 발표되었습니다. 처음부터 이랬던 것은 아닙니다. 정책적으로만 본다면 2013년 4월 1일 ‘서민주거안정을 위한 주택시장 정상화 종합대책’부터 2016년까지 만 4년 동안은 주택경기 활성화를 목적으로 하는 시장·가격 부양정책이 잇따랐고 꽤 잘 작동했습니다.
특히 시장 활성화가 정점이던 2015~2016년은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에서 건설투자가 유의미한 기여가 있을 정도였습니다. 물론 부양정책의 반대급부로 2015년부터 주택가격이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해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현 정부는 강화된 부양정책을 서둘러서 완화하는 형태의 대책을 잇따라 발표했습니다. 다만 한 번에 나온 것이 아니라 여러 차례에 걸쳐 누적돼서 발표되었는데요. 그간 발표된 정책들은 대출규제를 포함한 다양한 수요억제 정책이 하나의 줄기를 이루고 있고, 신도시를 포함한 수도권 127만 호 공급정책이라는 두 개의 줄기가 존재합니다.
특히 2020년 7월 10일에는 ‘주택시장 안정 보완대책’을 도입했는데요. 취득·보유·처분의 전 생애주기에 걸쳐 과세 부담을 높임으로써 부동산 시장으로 투자자본 유입 인센티브를 낮추는 접근 방식도 도입했습니다. 그간 주택의 수요공급 측면에서 접근이 조금 전통적 방식이라면 후자의 부동산·주식 등 자산시장 간 차등 세율을 둠으로써 자금 흐름을 변경하는 형태인 정책의 경우, 타 시장과 장단점을 비교하게 함으로써 주택시장의 투자 매력을 낮추는 정책이라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어 귀추가 주목됩니다.
아마도 7·10대책과 127만 호의 공급정책, 그리고 누진적으로 촘촘히 강화된 대출 제한 등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주택시장은 안정화 단계로 빠르게 진입할 것입니다. 다만 부동산은 실물 주택이 공급되기까지 시차가 있고 7·10대책의 발효 시점은 2021년이기 때문에 2020년 말까지는 그간 상승해왔던 관성이 작동하는 시기가 아닌지 조심스레 예상해봅니다.
주택 통계▶▶월간 및 광역 단위로 조사 발표를
이런 정책적 변화나 시장 영향들 속에서 국민에게 부동산 정책의 신뢰를 높이는 방법은 뭐가 있을지 생각해보자면, 첫 번째가 바로 주택 통계입니다.
현재 정부는 한국감정원 통계를 국가 공식통계로, KB국민은행의 통계를 보조로 활용하고 있는데요. 민간 시장에서 감정원의 숫자를 믿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습니다. 신뢰도가 낮죠. 이유는 감정원 통계의 작성 방법이나 수치가 현실과 괴리가 커서입니다.
국제표준이라 할 주택가격 통계 방식인 ‘거래쌍 방식(같은 주택의 종전-신규 거래가격을 조사)’을 쓰는 건 좋지만, 이런 거래 형태를 ‘주간으로’ ‘읍면동까지 나눠서’ 발표하는 국가통계는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미국 맨해튼의 주택가격 통계를 본 적 있나요? 미국의 케이스실러 지수도 실거래쌍 방식이기 때문에 ‘월간으로’ ‘20개 대도시를 묶어서’ 발표하는 것을 본다면, 우리의 국가통계도 월간 단위를 기본으로 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월간 통계가 존재하긴 하나 읍면동 단위 통계가 필요한 것이 아니며 광역 단위의 국가통계로 단일화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특히 주간 단위 통계조사를 발표하는 민간과 비교하기보다는, 월간 단위의 정제된 통계를 발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입니다.
또 대도시 단위가 아니라 읍면동 단위이다 보니 ‘핀셋 규제’를 적용하는 데도 감정원 자료가 근거가 되는데요. 조사 방식의 신뢰도는 정책 신뢰도까지 연결될 수 있는 부분이므로 이에 대해서는 근본부터 다시 뜯어보는 처방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왜 이런 변화가 지금 요구되냐면, 2021년이 되어서 주택시장이 실제로 안정화된다 해도 감정원의 주간 가격 동향을 토대로 안정화가 되고 있다고 발표하면 시장이 이를 제대로 믿어줄지 우려스럽기 때문입니다.
신뢰도뿐 아니라 발표 주기도 너무 짧습니다. 주간 동향 발표는 부동산을 너무나 투기적으로 접근하게 하는 것이기도 하며, 정책 효과가 발휘되는 데 수개월이 걸리는 점을 보더라도 주간 단위 통계의 필요성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잦은 가격 동향 조사는 시장의 투기성을 높일 수 있으므로 최소한 국가통계는 월간 단위, 광역 단위로 조사 발표를 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국민주택▶▶‘면적’ 아닌 ‘가구 구성원 수’로 기준을
두 번째는 국민주택 규모에 대한 재해석이 필요한 시기가 되었다는 점입니다. 현재의 25.7평, 즉 85㎡라는 국민주택의 기준은 과거에도 근거가 약했으나 지금은 더욱 약합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으로 주거질을 표현할 때 1인당 주거면적을 사용하곤 합니다. 그리고 1인당 면적은 점차 넓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1인당 주거면적이 넓어지는 것을 반영하려면 85㎡로 ‘면적’이 기준이 아니라, ‘가구 구성원 수’가 기준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1인 가구와 2인 가구, 4인 가구의 경우 소요주택 면적이 모두 다른데 가구 구성원 특성을 무시한 천편일률적인 85㎡의 기준은 시대에 뒤떨어집니다.
특히 85㎡ 기준은 조세제도와도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는데요. 이 제도로 인해 공급면적 34평(전용 85㎡)을 사이에 두고 시장이 양분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 공동주택 1400만 호 중 85㎡와 60㎡ 같은 인위적 면적기준이 존재하면서 인원수에 맞는 평면이 아니라, 판에 박힌 듯한 평면이 공급되고 있어 장래 1~2인 가구 중심의 시대로 가는 것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자연스러운 면적 증가와 다양한 평면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전용 85㎡의 3베이(Bay) 평면으로 표준화돼서 2·3·4인일 때의 다양한 수요를 억지로 끼워 맞춰야 합니다. 최근 전용 59㎡에서 전용 74㎡로 20평형대의 면적이 넓어지듯, 전용 84㎡ 역시 전용 95~100㎡로 넓어질 필요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무엇보다 세제 혜택을 가격이 아니라 면적기준으로 한다는 것도 다소 억지스러운 부분인데요. 서울의 소형 고가주택은 혜택을 받고, 지방의 대형 저가 주택은 혜택이 없는 상황도 되니까요.
청약제도▶▶미혼 3040세대에게 제도적 지원을
세 번째로 청약제도의 개편입니다. 현재의 2030세대는 5060세대, 즉 고성장과 부동산으로 부를 축적한 세대의 자녀 세대입니다. 이들은 현재 일부의 공무원·고소득 전문직군을 제외하고 높은 실업률, 낮은 임금 성장률 속에서 미래 자산을 증가시키는 것을 다소 암담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부모 세대의 빛나는 성장기를 부러워합니다.
정부는 2017년 8·2대책을 통해 투기과열지구의 청약 방식을 가점제 100%로 바꿨는데요. 청약가점제 역시 무주택 기간·부양가족 수·청약통장 가입과 같이 1980년대의 기준으로 점철돼 21세기 1~2인 가구들의 청약이 사실상 불가능해졌습니다. 그에 따라 이들 중 일부가 기존 주택을 전세 끼고 매입하는 1주택 갭투자의 형태로 변화했는데요. 이런 주택 매수 형태가 2019년 하반기부터 주택 수요의 한 축을 담당하고 현재도 작동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3기 신도시 사전청약 등으로 청년세대의 수요 이연 등을 노리고 있는데요. 사전청약을 포함한 특별공급은 ‘혼인’을 기본으로 전제하기에 미혼 3040세대는 청약시장을 통한 주택 마련이 근본적으로 어렵습니다. 신혼부부 특별공급의 비중이 높아지는 것에 대해 무언의 합의는 있을 거라고 보입니다. 출산율과 인구론의 관점에서요.
다만 혼인을 먼저 한다면 주택을 쉽게 마련하겠다라는 생각은 순서가 뒤바뀐 게 아닌가 합니다. 제 짧은 생각으로는 미혼이어도 집이 청약으로 생긴다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을 생각하는 것이 지금보다는 더 쉬울 것 같습니다. 즉, 집이 먼저가 아닐까 합니다.
부동산 정책과 부동산 시장의 시차를 고려할 때, 지금의 부동산 시장은 점차 과열에서 벗어나 안정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고 보입니다. 2021년 이후에야 본격적인 정책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고요. 요즘의 젊은 사람들은 미세한 부분까지 모두 챙겨서 볼 정도로 세밀합니다. 그간 속도감 있게 6·17부터 8·4 공급대책까지 발표된 것을 알고 있는데 그 속도 속에서 세심하게 챙기지 못했던 부분을 지금부터 차분히 메워가면 좋을 것 같습니다.
채상욱 전 하나금융투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