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수소차 넥쏘 | 청와대사진기자단
민자사업 1호 ‘H국회 수소충전소’ 가보니
7월 3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에 있는 ‘H국회 수소충전소’. 평일 낮인데도 수소를 충전하려는 차가 끊이지 않고 들어왔다. 오전 8시부터 밤 12시까지 충전을 담당하는 직원 네 명이 바쁘게 수소를 충전하고 있었다. 대략 한 시간에 다섯 대 정도 차가 들어왔다. 현장 충전을 관리하는 수소에너지네트워크 권성욱 실장은 “하루 평균 80대의 차가 들어온다. 소비자들 반응을 보면, 지금 (수소)차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다. 충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고작 2~3분이다. 그런데 충전할 때 압력 차이를 이용해서 넣기 때문에 압력 맞추는 시간까지 합하면 10~15분 걸린다. 수소충전소에서 오래 대기해야 하고 국회(충전소)로 몰리다 보니 그런 점은 불만이 있다”고 말했다.
국회 수소충전소는 승용차 기준으로 하루 50대 이상 충전할 수 있는 250kg 규모로 설치되어 있었다. 차 한 대가 충전을 마치고 빠져나가자 그다음 차가 들어왔다. 수소충전소 구축을 위해 국회 내 200~300평 대지가 활용됐다. 구축은 현대자동차가, 인허가는 영등포구청이, 안전성 검사는 한국가스안전공사가 담당했다.
국회 충전소는 여의도 국회대로변에 위치해 사용자 접근성을 확보했고, 연중무휴로 운영해 편의성을 크게 높였다. 우리나라도 파리의 에펠탑, 일본의 도쿄타워처럼 서울 중심부이자 국민을 대표하는 입법기관인 국회에 상징적인 수소충전소를 보유하게 된 것이다. 시공과 관리 측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전기준에 따라 도심 한가운데 수소충전소를 구축해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안전성을 검증받는 계기가 됐다.
▶8월 3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정부세종청사 수소충전소 준공식에서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
▶H국회 수소충전소에 차들이 충전을 위해 진입하고 있다. | 수소에너지네트워크
그린 뉴딜 핵심축인 수소차 대중화 사업
특히 정부가 한국판 뉴딜의 한 축인 ‘그린 뉴딜’ 사업의 하나로 도심 내 수소충전소 보급을 추진하면서 수소충전소가 갖는 의미는 더욱 중요해졌다. 정부는 수소충전소를 시작으로 한국판 뉴딜 과제 가운데 수익 창출 가능성이 큰 사업을 차례로 민간에 개방해 투자 기회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고수익 또는 적정 수익 보장 방식을 통해 그린 뉴딜 국책사업에 민간 참여도 늘리겠다는 의도다.
이처럼 정부가 그린 뉴딜 핵심축인 수소차 대중화 사업에 민간을 적극 끌어들이는 것은 그린 뉴딜의 간판사업인 수소충전소 보급 확대 여부가 수소차 성공은 물론 그린 뉴딜 성공 전반에도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수소충전소 외에 현재 공개된 그린 뉴딜 민간투자 사업은 그린 스마트 스쿨의 일환인 노후학교 태양광 발전시설 설치, 친환경 단열재 보강공사 등이 있다. 모두 민간 자체적으로 수익을 창출하기 어려워 정부 지원이 필요한 사업이다.
그렇다면 현재 수소충전소 사업의 수익적인 측면은 어떨까. 권 실장은 “수익 면은 인건비, 전기료 지급이 안 되면 충전소가 가동되지 않는데 최소한의 운영비는 우리가 맞출 수 있는 수준인 것 같다. 임대료라든지 감가상각비, 향후 수익과 관련된 부분은 아직 모자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들이 수소 충전을 하는 데 드는 비용은 1㎏에 8800원이다.
수소차는 빠르게 늘어나는데 도심 충전소 설치 속도가 그에 못 미치는 점은 약점으로 꼽힌다. 정부는 2018년부터 수소충전소를 크게 늘리겠다는 정책을 내놨다. 현재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서울 등 도심에 충전소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국내에서 상용화된 수소차는 현대자동차가 2018년 출시한 넥쏘가 유일하다. 넥쏘 판매량은 2018년 730대, 2019년 4190대를 기록했으며 2020년 1~5월에는 2300대가 판매됐다. 총 7220대다. 2020년 하반기 국내에서 운행되는 넥쏘는 1만 대가 넘을 전망이다. 이들 중 상당수가 서울과 수도권에 있다는 게 자동차업계의 설명이다.
규제 샌드박스로 국회에 들어선 수소충전소
국회는 상업지역인 데다 국유지여서 현행 법령상 수소충전소가 들어설 수 없는데도 규제 샌드박스 제도 덕분에 들어설 수 있었다. 규제 샌드박스는 혁신적 제품과 새로운 기술이 시장에 나오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규제에 특례를 부여해 기업들이 놀이터의 모래밭(샌드박스)처럼 마음 놓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해준다는 취지의 제도다.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실증특례 및 임시 허가를 통해 기존 규제를 면제하거나 유예시켜 혁신을 촉진하는 규제유예 제도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19년 2월 11일 제1차 산업융합 규제특례심의회를 열어 도심 충전소 설치 등 총 네 건의 안건을 심의, 규제 특례를 부여하기로 의결했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현대자동차는 ▲국회 ▲양재 수소충전소 ▲탄천 물재생센터 ▲중랑 물재생센터 ▲현대 계동사옥 등 다섯 곳에 수소충전소를 설치할 수 있게 해달라는 신청을 했다. 규제특례심의회 결과 ▲국회 ▲양재 수소충전소 ▲탄천 물재생센터는 규제 특례가 부여됐다.
현행 법령상 국회는 상업지역이고 현대 계동사옥은 준주거지역, 중랑 물재생센터는 제1종 일반주거지역이어서 이곳에 수소충전소를 구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한 3000㎥ 이상의 수소충전소 시설은 도시계획시설로 지정돼 있을 경우에만 구축이 가능하나 현대차가 신청한 다섯 곳은 모두 도시계획시설로 지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아울러 국회는 국유지이고 양재 수소충전소와 탄천·중랑 물재생센터는 모두 서울시 소유의 토지여서 이곳에 수소충전소를 구축하려면 국가 토지 임대가 필요하거나, 서울시로부터 토지 임대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처럼 서울 도심에 수소충전소를 설치하려면 곳곳에 있는 규제를 넘어야 했다. 그럼에도 규제 샌드박스 덕분에 규제 특례가 부여돼 수소충전소를 설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권 실장은 “임대료가 원래 굉장히 비싼데 공식 임대료의 25% 정도만 내고 있다. 규제 샌드박스로 인해 임대료 할인 혜택을 받고 있다. 국회 충전소 샌드박스이기 때문에 연간 1억 원 등 비용 지원을 받고 있다. 그런 지원이 없으면 수소충전소는 생기기 어려웠을 것이다. 다른 충전소도 그렇지만 규제가 많이 걸려 있다. 주변 건물과 안전거리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런 부분을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해소하게 된 것이다. 규제 샌드박스가 없었다면 구축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유리 기자
▶H국회 수소충전소에 충전 대기 중인 수소택시들 | 수소에너지네트워크
수소택시 보급 등 수소경제 로드맵 구축
산업통상자원부는 국회 수소충전소를 마중물 삼아 충전소 등 기반 시설을 조기에 확충하는 ‘수소충전소 구축 방안’을 9월 말까지 수립·발표할 예정이다. 산업부는 수소경제 로드맵에서 밝힌 ‘2022년 310기, 2040년 1200기’ 구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정부는 1월 수소경제 로드맵을 발표한 이후 각 과제를 차질 없이 추진하고 있다”고 밝히고 “이번 국회 충전소가 대표적 성과의 하나”라고 강조했다. 또한 “수소택시는 ‘달리는 공기청정기’로 도심 미세먼지 저감과 수소전기차 확산 및 산업 육성에 기여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산업부는 국회 수소충전소 준공식 직후 서울에서 수소택시 시범사업을 개시했다. 2020년은 두 개의 택시업체(삼환운수, 시티택시)에서 각 5대씩 10대가 서울시내 도로를 누빌 예정이며, 2022년 말까지 4년여에 걸쳐 총 20대의 수소택시를 일반 택시와 같이 운행할 계획이다. 2019년 수소버스 운행 개시에 이어 수소택시도 시범 운행되면서 대중교통의 친환경차 전환이 가속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산업부는 이번 시범 사업을 통해 4년여 간 최대 80만 명 이상의 서울 시민이 수소택시를 경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수소택시를 실도로에서 16만km 이상 운행함으로써 수소전기차 핵심 부품의 내구성과 성능을 검증하고 개선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내 최초로 울산 및 서울 수소버스가 실제 노선에 투입됐다. 산업부는 ‘2020년 수소버스용 충전소 실증사업’ 신규 공모 계획을 공고했다. 수소버스용 충전소 실증사업은 수소경제 흐름에 맞춰 다양한 형태의 충전소를 구축·운영하기 위해 한국형 수소충전소 모델을 확보하고 부품 국산화율을 높이기 위한 사업이다. 앞으로 4년간 국비 100억 원을 포함해 총 197억 원이 투입된다.
산업부는 이 사업을 통해 350기압과 700기압 충전설비를 조합해 두 가지 형태의 수소충전소를 구축하고 에너지 소비량, 버스노선 운영 유형 등을 실증해 최적화된 수소버스 충전방식을 마련할 계획이다. 수소버스용 충전소는 현재 세계적으로 충전압력 350기압(유럽·미국·중국), 700기압(한국·일본) 두 종류로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