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바람 품고 열어가는‘서해안 경제시대’

2020.09.28 최신호 보기

▶해상풍력발전기

‘그린 뉴딜’ 서남권 해상풍력 실증단지에 가다
전북 고창군 상하면 구시포항. 코로나19를 극복하고 선도국가를 위한 한국판 뉴딜의 한 축인 그린 뉴딜 현장으로 가는 길목이다. 태풍 하이선이 물러난 9월 10일, 항구의 날씨는 맑고 물결은 잠잠했다.
고속선박을 타고 고요한 항구를 나선 지 30분 남짓, 현장이 눈앞에 펼쳐진다. 푸른 서해 바다에 거대한 회전날개(블레이드)가 달린 풍력발전기가 줄지어 나타난다. 잔잔한 바닷바람을 따라 유유히 돌고 있는 회전날개를 바라보는 풍광은 새롭다. 전라북도 부안군 위도와 전라남도 영광군 안마도 중간 해상에 위치한 ‘서남권 해상풍력 실증단지’다. 구시포항에서 10㎞, 가장 가까운 위도에서도 약 9㎞ 거리다.
서남권 해상풍력 실증단지를 건설하고 운영하는 회사는 한국해상풍력이다. 한국전력공사를 비롯해 6개 발전 공기업이 공동출자해 설립했다. 케이블을 설계·조달·시공(EPC)하는 업체는 현대건설과 두산중공업이다. 현대건설이 풍력터빈과 타워 조립, 그리고 기초 하부구조물 설치를, 두산중공업이 풍력터빈 납품과 기초 하부구조물 설계를 맡았다.



보는 이 압도하는 해상풍력발전기 규모
구시포항에서 출발한 고속선박은 망망대해 위에 탑처럼 불쑥 솟아 있는 해상풍력발전기들이 보이자 속도를 늦췄다. 눈에 쏙 들어온 서남권 해상풍력 실증단지의 위용은 대단하다. 약 800m 간격, 4열 종대로 서 있는 해상풍력발전기 20기를 한눈에 담기는 불가능하다. 고속선박을 타고 돌아봐도 족히 30분이 걸린다.
운송 작업자를 함께 태운 고속선박이 해상풍력발전기 1기에 가까이 다가갔다. 마주한 해상풍력발전기의 규모는 가히 압도적이다. 고개를 젖혀도 끝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다. 저풍속에 회전이 느려서인지, 고속선박 모터 소리에 묻힌 건지, 바다 위 거대한 풍력발전기에서 소음은 들리지 않았다.
작업자 모습 뒤로 해상풍력발전기의 기초 하부구조물인 노란색 재킷이 보인다. 해수면과 맞닿은 부분은 해초나 따개비 등이 잔뜩 붙어 있었다. “해저 구조물이 수중생물의 서식지가 돼 이를 먹이로 하는 어류가 늘어날 것”이라며 한국해상풍력 장완석 과장은 설명했다.
해상풍력발전기 사이사이를 지나 고속선박이 향한 곳은 해상변전소다. 국내 최초로 바다 위에 세워진 변전소로 무인 감시 시스템이다. 154킬로볼트(kV)급 해상변전소는 해상풍력발전기에서 생산된 전기를 모아 서고창변전소로 송전하는 다리 역할을 한다. 장 과장은 “20기의 터빈에서 생산된 전력은 22kV인데, 3회선의 해저케이블로 모아 해상변전소 내부에 있는 두 개의 주변압기를 통해 154kV로 승압해 1회선의 해저케이블로 육지까지 보낸다. 전압을 높여 먼 거리를 한 개의 회선만으로 송전함으로써 송전 손실을 줄이고 건설비용도 절감했다”고 밝혔다.

▶해상풍력발전기의 기초 하부구조물인 노란색 재킷

풍력발전기 20기로 연간 155GWh 생산 목표
다시 돌아온 구시포항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실증단지를 운영·관리하는 한국해상풍력의 실증센터가 있다. 실증센터에는 제어실 기능의 종합감시센터와 홍보관이 들어서 있다.
60메가와트(MW) 규모의 서남권 해상풍력 실증단지는 2010년 11월 지식경제부의 서남해 해상풍력 종합추진계획 발표 후 지역주민 반대로 수년간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했다. 그러다 문재인정부 들어 해상공사에 착수, 2020년 1월 준공해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한국해상풍력은 3MW의 해상풍력발전기 20기를 통해 생산되는 전력이 연간 155기가와트시(GWh)가량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4인 기준으로 약 5만 가구가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장 과장은 “현재 실증단지는 연간 155GWh의 발전량을 목표로 현재 상업운전 중에 있다”고 밝혔다.
국내 해상풍력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시험장(테스트 베드)을 제공하는 데 목적을 둔 만큼 실증단지는 국내 기술력이 대거 투입됐다. 장 과장은 “대부분 국내 기술력으로 설계와 제작, 시공을 했다”며 실증센터 홍보관에서 설명을 이어나갔다. “날개 지름 134m의 경량 탄소섬유 회전날개를 채택, 서남해 지역 특성에 맞게 저풍속에서도 고효율을 얻을 수 있도록 개발됐습니다. 특히 해상풍력발전기 20기 가운데 1기는 석션버킷 방식의 하부구조물을 시범 적용했습니다.?석션버킷은 수압 차를 이용해 하부구조물을 설치하는 방식으로 항타가 필요 없어 진동과 소음을 줄일 수 있습니다. 일반 재킷 구조물의 경우 1기 설치에 2개월 정도 소요되는 데 반해 석션버킷 방식은 3일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해상변전소는 해상풍력발전기에서 생산된 전기를 모아 서고창변전소로 송전하는 다리 역할을 한다.

문 대통령 “지역민과 함께 지역발전 상생 도모”
실증단지는 정부 주도로 추진되고 있는 서남권 해상풍력 프로젝트의 첫 단추다. 2022년부터 시범단지 조성이 본격 추진되어 2028년까지 석탄발전 2.5기 용량인 총 2.46GW 규모로 확대될 예정이다. 이는 20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서남권 해상풍력 사업은 한국판 그린 뉴딜 사업의 그린 에너지 사업이 구체화되는 현장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린 에너지 사업의 핵심 내용인 해상풍력발전 본격 추진을 위한 실험과 확대가 동시에 이뤄지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7월 17일 전북 부안군에 위치한 서남권 해상풍력 실증단지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그린 에너지 현장-바람이 분다’ 행사에서 “그린 에너지, 해상풍력으로 우리는 함께 성장하며 기후위기 대응 속에서 성장 동력을 만들어갈 것”이라며 “대규모 민간투자를 촉진해 연간 8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특히 지역민과 함께 지역발전과 상생을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바다와 바람을 품은 전라북도는 지금 녹색에너지 해상풍력을 통해 서해안 경제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글·사진 심은하 기자

▶한국해상풍력 실증센터 외관·내관 모습| 한국해상풍력

해상풍력 산업, 한국판 뉴딜의 성장동력
한국판 뉴딜의 한 축인 그린 뉴딜이 전북에서 포문을 열었다. 정부의 숙원이었던 전북 서남권 해상풍력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면서 그린 뉴딜 계획이 첫 단추를 끼우게 됐다. 서남권 해상풍력은 재생에너지 사업 중 가장 부진했던 해상풍력 분야를 활성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정부는 ‘3020 이행계획’에 따라 해상풍력 규모를 2030년까지 12GW로 늘려 영국, 독일, 중국, 미국에 이어 세계 5대 해상풍력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현 규모는 탐라 30㎿, 영광 34.5㎿, 서남해 실증단지 60㎿ 등
총 124.5㎿에 그친다. 목표를 달성하려면 대규모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보급을 확대해야 하지만, 해상풍력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있는 데다 주민 수용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탓에 사업 추진이 지연되는 한계가 있었다.
전북 서남권 해상풍력이 성공적으로 추진되면 2028년까지 2.4GW의 대규모 해상풍력 단지를 건설하게 된다. 이와 함께 신안 8.2GW, 울산 6.0GW, 제주 0.6GW. 인천 0.6GW 등 다른 주요 프로젝트까지 탄력을 받으면 3020 이행계획 목표를 순조롭게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20년 해상풍력 관련 예산으로 58억 원을 편성한 데 이어, 3차 추가경정예산에서 그린 뉴딜 명목으로 편성된 4639억 원 가운데 195억 원을 해상풍력에 투입한다.
이와 관련해 최근 문재인 대통령도 전북 부안군 소재 재료연구소 풍력핵심기술연구센터와 전북 서남권 해상풍력 실증단지를 잇따라 방문했다. 대한민국 대전환과 그린 뉴딜의 본격 추진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청와대의 설명이다. 청와대는 해상풍력을 중심으로 에너지 전환에 속도를 내고 2030년 세계 5대 해상풍력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도 반영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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