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인식지수 세계 20위권 끌어올리고 국민 원하는 방향으로 정책되게 할 것”

2020.09.21 최신호 보기

▶9월 8일 정부세종청사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실에서 전현희 위원장이 최근 현안과 앞으로 과제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규범은 행동을 제한하지만 한편으로 심리적 자유를 주기도 한다. 2016년부터 시행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이 국민의 지지 속에 우리 사회에 안착했다. 2019년 인식도 조사에 따르면 일반 국민의 87.7%가 청탁금지법이 우리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고 응답했다. 공무원 96.6%, 언론인 79.2%가 긍정적 평가를 내리는 등 주요 당사자들의 만족도가 높았다.
9월 28일이면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지 4년째가 된다. 법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미비점도 드러나면서 다소 보완이 필요하다. 특히 공직자들의 부동산 투기가 논란이 되면서 청탁금지법과 함께 추진됐던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의 제정이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9월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을 만나 최근 현안과 앞으로 과제 등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전현희 위원장은 “청탁금지법은 시행 이후 공직사회의 기강을 확립하고 국가청렴도를 높이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법의 규범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부적절한 관행이 남아 있는 취약 분야의 대책을 마련해 법령 보완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추석 농축수산물 선물 20만 원으로 상향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는 부정청탁 대상 직무 확대, 신고 활성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청탁금지법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 현행 청탁금지법은 부패 빈발 분야의 부정청탁 행위 유형을 열네 가지로 구체화하고 있다. 하지만 장학생·수습생 선발이나 학위 수여·논문 심사, 교도관의 교정·교화 업무 등은 높은 공정성이 요구되지만 대상 직무에 명시되지 않아 처벌이 어려웠다. 개정법에는 이들 분야를 포함하고 있다. 또 변호사가 대신 신고할 수 있는 ‘비실명대리신고제’를 도입하고 공익신고자 보호를 강화해 신고의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전 위원장은 “공공기관 청탁방지담당관 설명회, 국민생각함, 2030세대 간담회 등을 통해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폭넓게 듣고 향후 입법 과정에서도 전문가·이해관계자 등의 의견도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권익위는 2020년 추석 명절 전후(9월 10일~10월 4일)에 한해 청탁금지법이 정한 선물 상한액을 10만 원(농축수산물 및 관련 상품)에서 20만 원으로 올렸다. 현행 규정에는 식사 3만 원, 경조사비 5만 원, 선물 5만 원(농축수산물 10만 원)으로 돼 있다. 전 위원장은 “권익위는 법이 가진 긍정적 효과가 크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상한액을 유지해야 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며 “다만 코로나19 위기와 태풍·홍수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축수산업계를 돕기 위해 한시적으로 선물 상한액을 늘렸다”고 설명했다.
전 위원장은 180개국 중 39위(2019년 기준)에 머무는 우리나라 부패인식지수(CPI)를 20위권으로 끌어올린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6년(52위) 이후 3년 연속 순위가 상승했지만 여전히 홍콩(16위), 일본(20위), 대만(28위) 등에 밀린다.



부패인식지수 10점 오르면 GDP 1조 증가
전 위원장은 “부패행위는 사회 전반의 불필요한 비용을 지출하게 하고 사회 통합을 어렵게 만든다”며 “부패인식지수의 상승은 더욱 경쟁력 있는 국가의 단계로 진입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17년 서울대 산학협력단 연구 결과에 따르면 5년간 부패인식지수가 10점 올라가면 첫해 국내총생산(GDP)이 1조 원 증가하는 등 5년 동안 국내총생산이 67조 원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 위원장은 “부패인식지수가 세계 20위권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공공·민간에 대한 전방위적 반부패 개혁이 필요하다”며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을 제정하고 선출직 공직자 등의 행동강령 준수, 겸직 금지 등의 제도 정비와 함께 운영 실태와 위반행위를 점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직자의 직무에 사적 이해관계가 개입될 경우 직무 수행의 공정성이 저해될 우려가 있고, 공직사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훼손될 수 있다”며 “공직자의 부패를 예방하는 데 이해충돌방지법은 꼭 필요한 법률이기에 20대 국회에 이어 21대 국회에 다시 제출했다”고 덧붙였다.
국회에 제출한 이해충돌방지법안은 공직자들이 이해충돌 상황에서 지켜야 할 여덟 가지의 구체적 행위 기준을 규정하고 있다. 직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자신이나 가족의 이해관계가 개입될 경우 그 사실을 소속 기관장에게 신고하고 그 직무를 회피해야 하며, 직무 관련자와 금전·부동산 등을 거래하려는 경우에도 미리 알려야 한다. 또 직무상 비밀을 사적인 이익을 위해 사용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특히 고위공직자는 임기 개시일 기준 최근 3년간 민간 부문에서 활동한 내역을 제출해야 하는 등 더욱 엄격한 규정이 적용된다.
예를 들어 다주택 고위공직자와 부동산 정책의 ‘이해충돌’의 경우 공직자가 보유하는 주택 수와 상관없이 공직자의 주택·부동산에 직접적 영향을 끼치는 정책을 추진한다면, 그 사실을 미리 신고하고 해당 업무로부터 회피할 의무가 발생한다.

권익위는 반부패 지휘본부, 공수처와 긴밀 협력
최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출범을 앞두고 있어 권익위와 역할 분담도 관심사다. 전 위원장은 “공수처는 수사기관으로 부패의 사후통제 측면이고, 권익위는 반부패 지휘본부(컨트롤타워)로서 부패 취약 분야에 대한 제도 개선, 점검·평가 등 부패 예방 정책을 중심으로 하는 기능상의 역할 분담이 있다”며 “부패 적발·처벌과 예방 정책 기능이 유기적으로 작동해야 하는 만큼 공수처 출범 뒤 필요 사안에 대한 정보 공유, 내부고발자 등 신고자 보호 협력 등의 사항에서 공수처와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권익위가 제대로 된 부패방지 지휘본부 역할을 하려면 신고사건을 실질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기능을 보완해야 한다고 전 위원장은 강조했다. 국민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부패신고나 공익신고가 급격히 늘고 조사관들의 부담이 증가하고 있지만 신고사건을 실질적으로 처리할 기능이 미흡하다는 것이다. 부패신고는 2017년 4066건에서 2019년 9435건으로 늘었고 공익신고는 2017년 2521건에서 2019년 5164건으로 증가했다.
전 위원장은 “부패·공익신고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신고자뿐 아니라 피신고자를 상대로 기초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현재는 이런 권한이 없다”며 “허위신고를 거르는 데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권익위가 최근 부동산 문제, 의대 정원 확대 등 사회적 현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 수렴에 나서며 일부에서는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있다. 전 위원장은 이에 대해 “부동산 문제나 의대 정원 확대, 대학등록금 반환 문제는 국민 실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며 “민원이 폭증하는 등 국민의 불만이 높아지면서 그 원인을 진단하고 보완 대책을 제시해 사회갈등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되고자 권익위가 적극적으로 국민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권익위의 활동은 여론조사와는 다르다”며 “이해 당사자들을 포함한 국민의 참여·소통 창구를 제공하고 갈등 조정과 제도 개선을 통해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나아가도록 하는 것은 권익위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라고 말했다.

이해관계 얽힌 집단 민원도 해결
권익위는 그동안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집단 민원도 해결해왔다. 국토교통부·행정안전부 등 9개 부처가 얽혀 70년 동안 해결되지 않았던 ‘주인 없는 땅’ 문제를 해결한 것은 한 예다. 6·25전쟁 이후 강원도 양구군에 주인 없는 땅이 대규모로 발생하자 정부는 1956년과 1972년 두 차례에 걸쳐 정책 이주를 실시하고 이주민들에게 ‘10년을 경작하면 토지 소유권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어느 부서도 주도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아 정부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결국 권익위가 관련 부처들을 설득해 범정부 특별팀(태스크포스)을 구성해 합의안을 이끌어냈다.
국민 생활과 관련한 제도 개선도 권익위의 주요 활동이다. 미세먼지와 관련한 국민의 민원을 분석해 단계별 안전조치 등 제도 개선을 마련했고, 여학생들이 치마가 아닌 바지 교복을 선택할 수 있게 했다. 권익위는 2008년 출범 이후 900여 건의 제도 개선을 권고했으며, 기관들의 수용률은 무려 95.2%에 이른다.
전 위원장은 “권익위는 앞으로도 부동산 정책이나 대학등록금 반환 문제 등 주요 현안과 국민 관심 사안에 대해 국민의 의견을 수렴해 제도를 개선해나갈 예정이며, 이해관계가 얽혀 해결되지 않는 사회적 갈등과 쟁점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 이찬영 기자
사진 곽윤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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