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극복 위해 재정 통한 경기 뒷받침 지속

2020.09.21 최신호 보기




2020~2024년 국가재정운용계획으로 본 재정 전략
정부가 2021년 예산안과 함께 ‘2020~2024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국회에 제출했다. 계획을 보면, 정부는 앞으로 5년 동안 수입보다 지출이 많은 재정 운용을 지속한다. 국내총생산(GDP) 명목성장률에 견줘서도 더 높은 재정지출 증가율이 이어진다. 코로나19에 따른 국가적 위기 극복과 경제활력의 선도적 회복을 위해 2024년까지 확장적 재정운용 기조가 유지되는 것이다.
 
총지출은 연평균 5.7%, 총수입은 3.5% 증가
기획재정부는 2020~2024년 연평균 재정지출(총지출) 증가율을 5.7%로 추정했다. 연도별로 보면, 2020년 546조 9000억 원(3차 추가경정예산 반영)에서 2021년 555조 8000억 원, 2022년 589조 1000억 원, 2023년 615조 7000억 원에 이어 2024년에는 640조 3000억 원에 이른다.
코로나19에 따른 경제활동 위축으로 재정수입(총수입)은 당초 재정계획상의 예측 경로에 조금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2019~2023년 국가재정계획에서 연평균 3.9%의 재정수입 증가를 예상했으나 2020~2024년 계획에서는 3.5%로 낮췄다. 특히 국세 수입은 2021년부터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서더라도 연평균 2.8% 증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지출이 수입 증가율을 웃도는 재정 운용을 이어가면서 재정적자 누적은 불가피해졌다. 사회보장성 기금(국민연금, 고용보험, 건강보험 등) 수지를 제외한 관리재정수지는 2020년 추경까지 고려하면 GDP 대비 5.8%(-111조 5000억 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정부는 2023년(예상치 -5.9%)까지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이 확대되다 2024년에는 –5.6%로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 재정의 적자는 국채 발행으로 충당하기 때문에 GDP 대비 국가채무(D1 기준) 비율도 해를 거듭할수록 오를 수밖에 없다. 2020년 839조 4000억 원으로 예상되는 국가채무는 2021년에 945조 원으로 더 늘어 국가채무 비율이 46.7%까지 오른다. 2022년은 처음으로 국가채무 비율이 50%(50.9%)대에 진입하고 2023년 54.6%, 2024년이 되면 58.3%까지 상승할 것으로 정부는 추정했다.
 
적은 재정 투입하고 경기 방어 높은 성과
재정적자의 확대와 국가채무 비율의 가파른 증가는 세계 각국이 공통적으로 겪는 현상이다. 코로나19 세계적 유행이라는 전례 없는 충격 때문이다. 충격의 강도와 경제 전반에 미치는 방대한 영향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재정 투입 비용이 적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6월에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를 보면, 주요 20개국(G20)이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재정지출 규모가 GDP 대비 평균 5.78%인데 우리나라는 절반 수준인 3.1%였다. 또 IMF 기준 GDP 대비 국가채무(D2 기준) 비율은 G20 평균은 2019년 82.8%에서 2020년 101.5%로 18.7%포인트나 높아지겠지만 한국은 7.6%포인트(41.9%→49.5%) 증가하는 수준으로 전망됐다.
우리나라는 이처럼 G20 회원국 가운데 상대적으로 적은 재정을 투입하고도 코로나19 방역과 경기 방어에서 높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8월에 발간한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한국은 바이러스 확산을 가장 성공적으로 차단한 국가로 일체의 봉쇄조치 없이 방역 성과를 거두면서 경제적 피해도 최소화했다”고 평가하며, 회원국 가운데 유일하게 2020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2%에서 -0.8%로 상향 조정했다.
-0.8%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회원국 가운데 2위(터키)와 4%포인트 이상 차이를 둔 압도적 1위다. OECD 보고서는 한국의 국가채무 비율이 주요국에 비해 낮다는 점을 근거로 “대규모 재정지원 등으로 재정적자가 발생하겠으나 재정을 통한 경기 뒷받침을 지속해야 한다”며 확장적 재정정책을 권고하기도 했다.
 
지출 구조 합리화와 효율화도 동시 추진
코로나19 세계적 유행은 전시와 같은 상황이다. 전시에는 일시적인 재정적자와 국가채무의 증가를 감내하더라도 정책 역량을 최대한 끌어올려 적극 대응해야 한다. 그것이 위기를 조기에 극복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선도국가로 다가가는 지름길이다. 그렇더라도 재정 건전성의 악화 위험을 경계해야 한다. 재정 건전성의 지속적인 악화는 경제의 재도약을 장기간 제약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지출 구조의 합리화와 효율화도 동시에 추진하기로 했다.
우선 인구 고령화 등에 따른 의무지출 비중의 증가 추세를 감안해 유사·중복 예산이나 저성과, 집행 부진 사업 등을 중심으로 여러 부처의 재량지출에 대한 과감한 구조조정을 실시하기로 했다. 2021년 예산안 편성에서도 모든 재량지출 사업의 실적과 성과를 백지상태(제로 베이스)에서 분석해, 우선순위가 낮은 사업을 과감히 축소하거나 폐지했다.
아울러 공공부문의 고통 분담 차원에서 공무원과 공공기관이 직접 사용하는 경상경비를 5% 이상 감액하고, 2021년 공무원 처우 개선율도 최저임금 인상률보다 낮은 0.9% 수준으로 결정했다. 의무 지출도 복지 전달체계의 합리화와 보조금 수급 관리 인프라의 확충 등 제도적 개선 노력으로 지출 효율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확보한 절감 재원은 한국판 뉴딜과 사회안전망 확충 같은 핵심 사업에 우선 배정함으로써 재정투자의 효과를 높이겠다는 게 정부의 복안이다.
 
탈루소득 과세 기반 강화도 꾸준히 추진
국가재정운용계획에는 재정수입 기반의 확충 방안도 담겼다. 먼저 세입 기반에서는 비과세·감면 제도의 정비를 추진한다. 경제활력 회복이나 일자리 지원을 위한 조세 기능만 빼고, 실효성이 낮고 불요불급한 비과세·감면 항목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정비에 나서기로 했다.
탈루소득(납세자가 신고하지 않은 소득)에 대한 추적 및 과세 기반도 강화한다. 다국적기업의 조세회피 방지를 위해 OECD가 마련한 ‘세원잠식과 소득이전(BEPS: Base Erosion and Profit Shifting) 대응 프로젝트’의 국내 입법을 추진하고, 해외 금융계좌 신고대상을 확대하는 등 역외세원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체납세액 납부를 촉진하기 위해 고액·상습 체납자의 명단 공개 대상도 늘린다. 또 칸막이식 재정운용 방식에서 벗어나 각종 공공회계와 기금 간 여유 재원의 조정을 추진하고, 소규모 기금 여유자금에 대한 맞춤형 통합운용 지원과 자산 운용의 효율화도 적극 추진한다.

박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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