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또 해낼 거야, 다시 웃을 거야” 뮤지컬 배우들이 부른 ‘희망의 노래’

2020.10.12 최신호 보기
▶‘힘내라 대한민국’ 뮤직비디오에 동참한 뮤지컬 배우들이 9월 24일 서울 용산구 효창동 효창공원 돌계단에서 국민에게 ‘희망’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뒷줄 왼쪽부터 방진의, 주아, 유희지, 김지원, 서연정, 연지 리, 이종석 배우)

‘힘내라 대한민국’ 뮤직비디오
“힘내라 대한민국 언제나 그랬듯이, 우린 또 해낼 거야. 다시 웃을 거야.”
추석 연휴를 앞두고 국토교통부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힘내라 대한민국’ 뮤직비디오 노래 가사다. 시원한 가창과 합창을 선보이며 코로나19로 멈춰버린 일상에 희망을 선사하고 있다. 답답한 가슴을 뻥 뚫어놓은 힘찬 목소리의 주인공은 뮤지컬 배우들이다. 주아, 방진의, 이충주, 연지 리, 서연정, 유희지, 김지원, 이지현, 이종석이 노래를 불렀다. 뮤지컬 배우들이 무대가 아닌 곳에서 함께한 이유는 뭘까. 이번 프로젝트는 코로나19로 피해 입은 국민이면서 문화예술 종사자들의 주도적 참여로 시작해 모든 참여자의 재능 기부를 통해 제작됐다. 여기에서 발생하는 수익금은 코로나19 방역에 힘쓴 이들에게 기부될 예정이다. 프로젝트를 기획한 하태성 작곡가와 함께 주아, 방진의, 연지 리, 세 배우를 만났다.

▶국토교통부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힘내라 대한민국’ 뮤직비디오 갈무리

-어떻게 지내나. 코로나19로 인해 생활 터전인 무대가 잠시 멈추기도 했다.
=(하태성) 한국뮤지컬협회에서 멘티 활동을 맡고 있다. 여기서 10월에 올리는 <루 살로메> 쇼케이스(새 작품을 널리 알리기 위해 하는 특별 공연)를 준비 중이다. 세계적 예술가인 니체와 릴케, 프로이트가 사랑한 여자 이야기다.
=(방진의) 집에서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무대는 8월 30일에 뮤지컬 <펀홈>을 마쳤다. 코로나19로 조기 종연되었다. 이어 9월 개막 예정이었던 뮤지컬 <그레이트 코멧>도 2021년으로 연기되었다. 두 번씩이나 남자친구에게 차인 먹먹함을 느꼈다.
=(주아) 홍익대에서 강의하고 있다. 처음 해보는 원격 강의에 애를 꽤나 먹었다. 그리고 집에서 두 아이와 발성 연습 중이다. 목청이 더 좋아지고 있다. (웃음)
=(연지 리) 올 3월 한국에 왔다. 오디션에 합격해 여기 계신 선배님들과 <그레이트 코멧> 작품을 준비하고 있었다. 앞서 대한민국 오페라 페스티벌에서 주연을 맡았는데 코로나19로 개막 공연(오프닝) 3회 전에 종연했다. 최근엔 해보고 싶었던 펜싱을 배우기 시작했다. 또 2021년 2월 미국 정신과협회와 협업하는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무대다.
=(하태성) 점점 온라인 시대가 오는 것 같아 무섭긴 하다. 
 
▶국토교통부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힘내라 대한민국’ 뮤직비디오 갈무리

-현장이 주는 에너지가 공연 무대만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아직까지 온라인 공연은 생소한데.
=(하태성) 그래서 앞으로 4차 산업의 공연예술이 더 많이 탄생할 거 같다. 집에서 보지만 현장의 호흡을 4차 산업을 통해 느끼는 공연 형식이 등장할 거 같다.
=(주아) 4DX, 3D 영화관처럼 체험하는?
=(하태성) 창작자 입장에서는 이런 환경의 변화를 염두에 두게 된다. 그래야 이번처럼 갑자기 무대가 멈출 때 정신적 충격을 예방할 수 있다. 코로나19 같은 상황이 또 발생할지 모르는 시대를 대비할 때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균형을 이루는 모습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코로나19의 직접 피해자이기도 하다. 그래서 더욱 이번 프로젝트 참여가 남달랐을 듯하다.
=(주아) 공연이 연기된 것은 난생처음이었다. 심적으로 엄청 힘들었다. 마음이 무겁다기보다 아리다고 할까. 울기도 많이 울었다. 그렇게 힘든 시간을 보내던 중 제안을 받았다. 내가 위로를 받고 싶었다. 그렇게 시작했다. 누가 나 좀 위로해줘, 나 좀 탈출시켜줘 하는 심정으로. 신기하게도 노래하면서 위로를 받았다. 내가 받은 위로를 다른 사람도 받으면 좋겠다 싶었고, 그런 마음으로 녹음했다.
=(하태성) 우리 프로젝트 취지가 ‘선한 영향력’이었다. 각자의 누리소통망(SNS)에 우리들만의 추억, 우리의 팔로우를 위로해줄 수 있는 게 뭘까 생각했다. 지금 뮤직비디오의 드론 영상까지 공개되는 건 생각지도 않았다. 그저 우리가 부르는 노래가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전달돼 그들이 힘을 낼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이런 작은 마음이 모였다. 이거야말로 ‘덕분에’였다. 기획 단계부터 여기까지 모두 ‘덕분에’로 이루어졌다. 이렇게 좋은 노래를 SNS에만 올리는 건 아깝다며 홍보에 나서주고, 녹음 지원도 해주고. (하태성 작곡가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해졌다)
=(방진의) 이 눈물로 시작했다. 배우들이 나간 텅 빈 연습실을 보면서 하태성 작곡가가 곡을 썼다. 8월 중순의 일이다. 녹음 마스터링 앨범 나오기까지 2주 걸렸다. 모두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
=(하태성) ‘힘내라 프로젝트’로 기적을 느끼고 있다. ‘덕분에’ 모든 게 이뤄졌다. 한솔 작가님 덕분에 좋은 글귀가 나왔고, 배우들 덕분에 이런 하모니가 나왔고, 협회 덕분에 유튜브 채널이 열리고, 또 국토부 덕분에 드론 영상도 지원받았다, 모든 게 ‘덕분에’다. 누구 하나 이익이 개입되었다면 여기까지 못 왔을 것이다. 선한 영향력의 힘을 느꼈다. 앨범 나오고 노래가 들려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과정이 있나. 인스타로 시작하려던 기획이 이렇게 판이 커진건 모두의 덕분이다.
=(방진의) 서로 밥 사고 응원하고 함께한 2주가 지난 지금도 우리 휴대전화 채팅방은 너무 행복하다.
=(주아) 모두가 한마음이었다. 그 마음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 선한 영향력의 힘이 여기까지 오게 했다.
 
-뮤지컬 배우들의 힘있는 에너지가 충만한 곡이다. 멜로디도 쉽고 중독성도 상당하다.
=(하태성) 배우분들 덕분이다. 제 멜로디를 잘 불러준 덕분이다.
=(주아) 우선은 가사가 너무 공감되었다. 눈물이 펑펑 났다. 무대가 멈췄을 땐 내가 쓸모없는 인간 같았다. 이충주 배우가 말한 ‘잉여인간’이 된 것처럼. 아마도 모든 국민이 느낀 감정이지 않았을까 싶다.
=(방진의) 마음이 하나로 모이고 막혔던 담을 허물어지게 하는 힘이 노래에 있다. 이 노래를 9명이 불렀는데 곡을 듣고 30명이 부른 것 같다고 말했다. 세계를 품은 듯한 큰 느낌의 노래다.
=(하태성) 더 나아가 세계가 위로받았으면 좋겠다. 지구촌의 누군가가 우리의 멜로디를 따라 부르며 세계가 하나 되면 좋겠다. 우리끼리 이 노래로 24부작 뮤직비디오를 만들어볼까 상상도 해봤다. 코로나19가 끝나 사이판에서 “힘내라 대한민국”을 마지막으로 외치는 그림도 그려가면서. 

▶국토교통부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힘내라 대한민국’ 뮤직비디오 갈무리
 
-‘힘내라 대한민국’ 노래를 들은 주변의 반응은 어떤가.
=(방진의) 힘난다, 에너지가 생긴다는 직접적인 반응을 들었다. 오늘 남대문 쪽으로 걸어왔는데 시장 분위기가 많이 침체돼 있었다. 남대문시장에서 ‘힘내라 대한민국’ 노래를 한번 해야 하나 생각했다.
=(하태성) 다 같이 으샤으샤 하면 좋겠다.
=(주아) 시장에서 확성기 타고 이 노래가 흘러나오면 좋겠다. 그래서 모두가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 “언제나 그랬듯이” 외환위기 때도 그렇고, 코로나19도 이겨낼 수 있다. 새마을운동 노래처럼 울려 퍼졌으면 좋겠다.
 
-이번 프로젝트는 기획되지 않은 느낌이 들어 좋다. 그래서 더욱 나를 응원해주는 느낌이 강하게 느껴져 힘이 난다.
=(하태성) 배우들은 작품 속 다른 인생을 산다. 그런데 이번 프로젝트는 배우의 인생이 아닌 국민의 인생을 보여준 거 같다. 캐릭터가 아닌 국민의 한 사람으로 참여했다. ‘국민이 국민에게 전하는 위로’. 우리 프로젝트에 국토부에서 붙여준 해시태그다.
=(주아) 누구의 엄마이고 딸이며, 아들이고 오빠다. 그저 상처받은 영혼과 같이 나누고 싶었다.
=(하태성) 그렇다. 캐릭터 이름이 아닌 주아, 방진의, 이충주, 연지 리, 서연정, 유희지, 김지원, 이지현, 이종석 본인들의 이름으로 참여했다. 욕심으로 했으면 이렇게까지 되지 못했을 것 같다. 우리끼리 해서 더 단단해졌고 전달력도 커진 것 같다. 

▶국토교통부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힘내라 대한민국’ 뮤직비디오 갈무리
 
-제작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하태성) 스튜디오 녹음하고 야외 촬영하는 날이 있었다. 그날 배우 한 명이 함께하지 못했다. 그 배우 어머님이 일하는 병원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기 때문이다.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그래도 안전을 위해 배우 스스로 자가격리를 했다. 야외 촬영날 아침 그 배우 어머님이 배우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전달받았다. “주위에 확진자가 나오니까 두렵구나. 그래서 앞으로 엄마는 이 시간 이후부터 ‘동선일기’를 쓰기로 했다. 너도 해봐라. 나중에 혹여 이런 일이 일어났을 때 기억나게 말이다. 나 때문에 더 번지지 않도록 말이다.” 이런 어머님의 마음에 울컥했다. 이런 분들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노래를 부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마음 하나하나가 모여서 ‘힘내라 대한민국’을 외칠 수 있었던 거 같다.
=(주아) 우리나라만큼 방역이 잘된 나라가 없다. 우리나라 국민 최고다. 월드컵 신화가 괜한 게 아니었다. 자랑스럽다. 그래서 더욱 힘내야 한다.
 
-뮤지컬 배우로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시기였겠다.
=(주아) 다시 무대에 오르면 개막곡부터 펑펑 울 거 같다. 올여름 세종문화회관에서 뮤지컬 <모짜르트!>를 공연했다. 매일매일을 마지막 공연처럼 올렸다. 4회 남겨놓고 공연이 멈췄다. 코로나19가 배우들을 더 단단하게 하고 무대에 대한 간절함을 절실히 느끼게 해주었다. <모짜르트!> 커튼콜 때 ‘황금별’을 불렀는데, 관객들도 무대에 대한 간절함을 함께 느끼고 있었다.
=(연지 리) 예술인들은 사회에서 치어리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배우들은 여러 각도에서 인생을 조명한다. 모두의 이야기일 수는 없지만 누군가의 이야기이고, 그 이야기를 듣고 누군가는 힘을 낸다. 이번 ‘힘내라 대한민국’ 프로젝트는 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좋았다. 개인의 삶이 아닌 국민이란 대상이 마음에 와닿았다. 특히 알게 모르게 고립되어 고통받고 있는 확진자들도 우리의 국민이라는 걸 담고 싶었다. 그분들이 노래를 듣고 힘을 내면 좋겠다. 비대면으로라도 병원에 이 노래가 울려 퍼지길 희망해본다. 우리가 닿을 수 없는 곳에도 닿았으면 좋겠다.
 
-수익금은 기부할 계획이라고 들었다. 어디에 사용되길 바라나.
=(하태성) 수익금이 얼마 나올지 모르겠지만, 마스크 한 장이라도 살 수 있는 돈이 생겨서 그 마스크가 필요한 사람에게 전달되면 좋겠다. 코로나19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분들에게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하나로 모아진 우리의 마음이 마스크 한 장으로 누군가에게 희망이 될 수 있다면 참 고맙겠다. 프로젝트의 힘이 작은 불씨가 되어 여러 사람을 돕는 손길이 되었으면 하는 게 우리 모두의 희망이다. 
 
-이 팀 그냥 해체하기 아까운데.
=(하태성) 선한 영향력을 전달할 수 있는 일이라면 언제든지 함께하고 싶다고 말했다. 으샤으샤 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우리 팀이 뭔가 또 하지 않을까. (웃음)
 
인터뷰 다음 날 표지 촬영을 위해 더 많은 배우들이 행복한 발걸음을 해줬다. 안전수칙을 위해 촬영은 야외에서 진행했다. 이 자리엔 주아, 방진의, 연지 리, 이종석, 김지원, 서연정, 유희지 일곱 배우가 함께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이들이 함께 연결되어 있는 누리소통망(SNS)에는 여전히 커피 쿠폰 이벤트를 열고 있다고 한다. 매일 한 장씩 올라오는 커피 쿠폰은 먼저 쓰는 사람이 임자다. 소소하지만 아슬아슬한 재미를 즐기며 다음 무대를 준비하는 배우들. 하지만 여기까지 오는 데엔 이번 ‘힘내라 대한민국’ 프로젝트가 큰 힘이 되어주었다. 갑자기 멈춰버린 무대에 배우들은 큰 상실감에 빠졌었다. 그 긴 터널을 ‘힘내라 대한민국’을 외치며 힘을 얻었다. “힘내라 대한민국 언제나 그랬듯이, 우린 또 해낼 거야. 다시 웃을 거야.” 뮤지컬 배우들이 뿜어내는 긍정의 에너지가 세상을 훤히 밝혔다.

글 심은하 기자, 사진 곽윤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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