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의 한 영어교습소 관계자가 8월 29일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실시 이후 비대면 원격수업을 위한 수업자료를 준비하고 있다.| 한겨레
김남중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 인터뷰
“대구 때처럼 치료 못 받고 집에서 사망하는 경우가 발생하지 않도록 병상을 늘리기 위한 계획을 이행 중이다.”
수도권 전역에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적용된 8월 19일 오후, 휴대전화 너머로 김남중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의 고민이 전달됐다. 김 교수는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를 겪고 요즘 의료 현장에서 새로운 감염병인 코로나19와 싸우고 있다. 감염 전문의로 21년째 근무 중인 김 교수에게 최근 코로나19 재확산과 관련해 원인과 재발 방지책에 대해 물었다.
-수도권의 코로나19 확산세는 느슨해진 거리두기의 결과로도 볼 수 있나?
=한편으론 그렇다. 그러나 코로나19는 언제든 집단 발병이 가능한 전염성이 높은 질병이다. 그만큼 어느 지역에서나 비슷하게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코로나19 속성과 별개로, 어찌 됐든 방역 의식이 느슨해진 부분은 분명 있다.
-일각에선 소모임 금지 해제나 소비쿠폰 등 침체된 소비심리를 살리기 위한 정부의 정책이 국민에게 잘못된 신호를 줬다는 지적도 있다.
=그렇지 않다고 본다. 정부가 느슨해도 된다는 메시지를 줘서 그렇다기보다 방역을 계속 강하게 유지해가기 어려운 상태라고 본다.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국민이 계속 해나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인간관계 단절에 따른 고통을 견디는 게 상상 이상으로 힘들다.
야외라고 2m 이내가 안전하다고 볼 수 없어
-방역 당국은 이번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한 감염 확산을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으로 보고 있다. 의료계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안 좋은 신호인 건 맞다. 인구 2500만여 명이 밀집한 수도권에서 발생한 집단감염이라 더욱 그렇다. 의료계는 대구 때처럼 치료도 못 받고 집에서 사망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어 걱정하고 있다. 여러 병원에서 병상을 늘릴 방법을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다.
-‘슈퍼 전파지’의 중심에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가 있다. 유독 교회에서 감염이 높은 이유는 뭐라고 보나.
=많은 사람이 모인 공간에서 마스크를 안 쓰고 노래를 부르는 행동은 위험하다. 야외 또한 안전지대는 아니다. 실내보다 덜 위험할 뿐이다. 광화문 집회 사진을 보면 사람들이 밀착해서 구호를 외치고 노래하고 있다. 보통 실내는 2m를 안전거리라고 본다. 야외는 실내보단 낫겠지만, 그렇다고 야외에서 2m 이내가 안전하다고 볼 수는 없다. 공기 중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되기 때문이다. 넓은 야외에서 왜 굳이 좁게 모여 있나. 진짜 위험하다.
무증상도 감염 퍼뜨리는 데 기여
-세계보건기구(WHO)는 무증상 젊은 층이 최근 코로나19 확산을 주도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수도권 확산세에 무증상 영향도 있다고 보나?
=이번 확산세의 원인을 밝힌 다음에 해석이 가능한 일이다. 아직 확산세 시작점이 누군지 모른다. 하지만 무증상도 비슷한 강도로 퍼뜨릴 수 있다. 퍼뜨리는 데 무증상도 당연히 기여했을 것이다. 무증상자에 대해서는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많다. 무증상자가 전체 감염의 적게는 5%, 많게는 80%까지 차지한다는 보고가 나오고 있다. 무증상 환자의 바이러스 양이 유증상 환자보다 적은 건 맞다. 그러나 무증상 환자 수가 많기 때문에 퍼뜨리는 데 절반은 기여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확실한 건 두 가지다. 하나는 무증상자가 있다는 것. 그리고 무증상도 질병을 퍼뜨리는 데 기여한다는 것이다. 이 질병을 막는 게 더욱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전파력이 여섯 배 높은 GH형일 가능성이 크다”는 방역 당국의 발표도 나왔다. 그래서 더 위험한 건가?
=어느 유형의 바이러스인가보다 퍼지고 있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 바이러스는 신천지 때 V형과 이후 발견된 GH형이 뒤섞여 발견되고 있다. 전파력이 강하든 약하든 바이러스가 전파된다는 게 우려스러운 점이다.
완치자 20% 정도 합병증 뒤따를 것
-부산 47번째 확진자였던 박현 부산대 기계공학부 겸임교수가 코로나19 완치 판정을 받은 뒤 5개월 넘도록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대부분이 후유증을 겪고 있나?
=통계로 설명하겠다. 신장 합병증 20%, 뇌 합병증 20%를 보이고 있다. 폐 합병증은 아직 모른다. 메르스 때 보면 심하게 앓은 사람은 나중에 폐 기능이 크게 떨어졌다. 합병증은 20% 전후로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금은 ‘80:15:5’를 중요한 수치로 본다. 80%는 경증 폐렴, 15%는 중증 폐렴, 5%는 인공호흡기를 달 정도의 위중 폐렴이다. 적어도 5%는 폐 기능 저하를 남길 것이고, 15%는 어느 정도의 폐 기능 감소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2차 대유행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나?
=모를 일이다. 전문가들 의견도 갈리고 있다. 재확산을 막기 위해 선제적으로 더욱 강하게 3단계로 방역 수위를 높이자는 입장도 나오고 있다. 나는 상황을 보면서 판단하자는 쪽이다. 이번 전파는 넘어갈 수 있다고 본다. 어느 집단에서 전파되는지 알고 있으니 추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위기는 또 온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력하게 계속 유지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단계가 내려가면 위기는 또 만나게 된다. 계속 반복될 것이다.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정부는 움직여야
-그렇다면 앞으로도 고강도와 완화된 거리두기를 반복해야 한다는 말인가?
=국민이 원하는 목표가 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본다. 확진자 수를 줄이는 게 목표인지, 아니면 경제가 목표인지. 국민 전체가 원하는 게 뭔지를 알아내 국민이 원하는 대로 정부는 움직여야 한다. 국민이 환자 수를 줄이는 게 목표라면, 모든 도시를 ‘봉쇄 조치(록다운·Lockdown)’하면 된다. 특히 서울, 경기 지역을 봉쇄 조치하면 ‘확실하게’ 줄일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봉쇄 조치는 직장 폐쇄, 생필품점을 제외한 모든 상점 문을 닫게 하는 것을 뜻한다. 지금까지 누구도 봉쇄 조치부터 완전 개방까지 사회의 어느 점을 원하는지, 그 점이 뭔지 깊이 있게 이야기하지 않았다. 혼란스럽지만 다수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그리고 국민의 목소리에 맞춰 대응책을 찾아야 한다. 여기에 언론의 역할이 있다고 본다. 말초적인 반응 말고 전체적으로 큰 그림을 그려줘야 하는 게 언론이다. ‘국민이 원하는 것’ 그 목소리를 알아야 하는 게 언론의 역할이라고 본다. 매우 큰 작업일 것이다. 코로나19는 장기전이다. 국민적인 공감대, 목표가 무엇인지, 이 선을 정하는 게 핵심이다. 이걸 뺀 논란은 근시안적 답변일 뿐이다. 전체 그림을 그려야 한다. 언론이 할 일이다.
-장기화할 것으로 보고 있는 건가?
=종식까지는 갈 길이 멀다. 백신이 나온다고 해도 완전히 해결될지는 아직 모른다. 지금까지 임상 자료를 토대로 판단하면, 항체가 생기더라도 병을 의미 있게 방어할 수 있는 수준으로 1~2년 동안 지속될 거라고 예상하긴 어렵다. 미국처럼 많은 피해를 보고 나서야 끝날 수도 있다.
-이 시점에서 개개인이 신경 써야 할 방역은?
=고전적인 개념 그대로다. 우선 마스크 착용이 정말 중요하다. 코로나19가 호흡기 질병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손 위생. 손씻기는 코로나19를 포함한 여러 감염병의 가장 효과적인 예방법임이 다양한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사람 많은 곳 피하기도 중요하다. 고위험군인 60세 이상의 기저질환자는 특히 조심해야 한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개인 차원의 가장 중요하고 효과적인 전략은 손씻기, 마스크 착용, 되도록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 방문하지 않기임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심은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