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일문일답
-2021년에도 총지출 증가율이 8.5%로 3년 연속 확장적 재정이다. 국가채무 비율이 과도하게 늘어나는 것은 아닌가?
=2020년 9.1%, 2021년 8.5%로 증가율은 조금 낮아졌지만 모두 8% 이상의 재정지출 증가율을 보여줬다. 2019년 세계경제의 침체가 있었고, 2020년은 코로나19라는 위기를 맞았다. 정부로서는 두 가지 선택이 있었다. 재정의 역할을 통해 낮은 성장이 예상되더라도 그냥 갈 것인지, 아니면 채무와 적자를 감내하더라도 재정이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서 성장률을 높이고 재정건전성을 다시 찾아올 수 있는 선순환 체계를 만들 것인지다.
정부는 국가채무와 수지가 조금 늘어나 약화되더라도 재정이 역할을 해주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주요 20개국(G20)을 포함한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이 같은 조치를 추진했다. 또 한국은 다른 나라보다도 재정 여력이 있다는 점이 반영됐다. 재정건전성과 앞으로 재정 수요를 고려해 총지출 증가율을 최대한 억제하는 노력도 병행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3단계로 격상할 경우 경제적 파급 영향은 어떻게 보는가?
=만약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로 전환되면 경제적 피해가 극심할 것으로 생각된다.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는 10인 이상의 집합을 금지하는 등 매우 엄격해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굉장히 클 것으로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3단계로 이행은 깊이 있게 검토해서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로 가는 것 자체가 경제, 방역과 매우 밀접한 동전의 양면이기 때문에, 3단계 이행을 무조건 반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이 같은 논의가 있을 때 방역의 필요성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균형 있게 짚어보면서 결정될 수 있도록 하겠다. 희망만 얘기한다면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로 가는 것은 경기회복에 가장 부담되는 요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2020년 플러스 성장이 가능한가?
=한국은행이 2020년 성장률을 -1.3%로 하향 조정했다. 세계 경기의 추세와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증감 등을 모두 반영해서 조정한 것 같다. 정부는 6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2020년 성장률을 0.2%로, 역성장을 방지하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빠른 시일 안에 코로나19 위기가 통제된다면 3분기 반등과 2020년 역성장 방지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수 있을 것 같고, 성과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다만 최근의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가 연말까지 가거나, 새로운 상황이 나타나면 2020년 역성장을 방지하는 노력은 굉장히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정부는 한국은행이나 연구소처럼 성장률을 그때그때 조정해서 제시하지 않는다. 정부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하반기경제정책방향(하경방) 때 제시한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최대한의 조치다. 성장률에 대한 추가 조정은 하지 않을 것이다.
-재정준칙 도입에 대한 구체적인 구상은 무엇인가?
=최근 경제 위기와 코로나19 위기 극복으로 재정 증가율이 굉장히 높았다. 국가채무, 재정수지 등에 대한 재정 여력이 상당히 약화된 측면이 있어 재정준칙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재정준칙을 연구해보니 전 세계 국가 중 100여 개국, 정확히는 92개국이 재정준칙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었다. 어떤 형태로든 우리나라에도 재정준칙 도입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검토를 하고 있다. 선진국을 보니 재정지출에는 네 가지 유형이 있다. 세무준칙, 수지준칙, 지출준칙, 수입준칙이 그것이다.
이에 더해 비계량적인 정성적 준칙도 결합해 운영하고 있다. 재정준칙과 함께 이번 코로나19 위기처럼 극단적인 위기가 와서 재정이 반드시 역할을 해야 하는 상황은 예외로 인정하는 등 여러 가지 유연성을 보강한 재정준칙을 제시할 계획이다. 9월 중 검토를 마무리하고 발표할 예정이다.
-확장재정의 기준은 무엇인가.
=확장재정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총 세 가지다. 총수입 증가율과 총지출 증가율의 차이(세입 증가와 세출 증가의 차이), 총지출 증가율의 경상성장률 초과 범위, 재정충격지수(Fiscal Impulse Indicator)다. 총수입 증가율이 0.3%인 것에 비해 총지출 증가율은 8.5%이기 때문에 두 증가율의 차이는 8.2%가 된다. 2020년은 7.9%였다. 오히려 7.9%에서 8.3%로 더 늘어난 것이 확장적 재정의 여부를 보여줄 수 있는 한 가지 기준이다.
두 번째 기준은 총지출 증가율이 경상성장률을 얼마만큼 초과했느냐다. 2020년 총지출 증가율이 9.1%, 경상성장률이 3.8%여서 그 차이가 5.3%였다. 2021년에는 총지출 증가율이 8.5%, 경상성장률이 4.8%로 그 차이가 3.7%가 된다. 이 기준에 따르면 2020년보다는 조금 낮아지지만 경상성장률을 훨씬 넘는 수준의 총지출 증가율이 두 번째 기준이다.
세 번째 기준은 재정충격지수다. 국제통화기금(IMF)이 만들어내는 지수다. 재정충격지수가 0보다 크면 확장재정, 0보다 작으면 긴축재정으로 판단한다. 재정충격지수가 2020년 1.7이었는데 2021년에는 2.0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확장재정이라고 볼 수 있다.
-줄어든 세수 확보에 대한 증세 계획은 무엇인가?
=2021년 국가채무비율은 46%대가 된다. 2020년 3차 추가경정예산 기준 43.5%였는데 3%포인트 이상 늘어나게 된다. 2020년 세 차례 추경으로 국가채무 비중이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세입 증가율이 재정지출 증가율보다 높게 되면 이 같은 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하다. 2020년 적자국채 발행분이 2021년까지 영향을 미쳐서 어쩔 수 없이 2021년 국가채무가 46%대로 이어졌다.
정부는 2021년 예산을 짜면서 증세 부분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큰 폭의 증세에 대해서는 국민적 공감대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별도로 고려할 다른 사안이 아닌가 싶다. 정부는 씀씀이를 줄일 수 있도록 지출 구조조정을 하겠다. 또 비과세 감면 축소, 과세원 개발 및 발굴 등의 대책을 세우겠다.
-2022년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가 50%를 넘게 된다.
=9월에 국제신용평가사 피치(Fitch)와 협의가 예정돼 있다. 피치를 포함한 신용평가사들이 국가신용등급을 평가하는 데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다. 그 나라의 경제 상황과 거시경제지표(펀더멘털), 채무, 수지 등이다. 국가채무 수준도 고려한다. 피치는 GDP 대비 국가채무가 어느 정도인지 상당히 주의력 있게 관찰하는 평가사 중 하나다. 그래서 정부도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늘어나는 속도에 대해 여러 차례 경계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국가채무가 급격히 늘어나지 않도록, 또 늘어나는 것만큼 재정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대응책도 같이 마련해 나가겠다. 코로나19 위기 과정에서 190건 정도의 신용등급 하락 결정이 있었다. 한국은 3개 평가사에 의해 국가신용등급에 대한 변동이 없었다. 정부는 재정 역할의 불가피성을 설명하고, 재정건전성을 위한 정부의 노력을 최대한 설명하면서 대응해 나가겠다.
이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