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프로축구 FC바르셀로나의 리오넬 메시가 8월 25일 바르셀로나를 떠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며 구단 측에 이적 요청서를 제출했다. 메시가 8월 14일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챔피언스리그 8강전에서 머리를 감싼 채 낙담한 표정을 짓고 있다.│연합
‘축구의 신’이라 불리는 리오넬 메시(33·FC바르셀로나)의 ‘탈(脫)바르셀로나’ 도전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20년간 행복했던 선수와 구단의 동맹은 적대적 관계로 바뀌었다. 축구장이라면 ‘신기의 드리블’로 적진을 무너뜨릴 수 있겠지만, 축구장 밖에서 이뤄지는 싸움은 메시에게도 쉽지가 않다.
메시가 8월 25일 FC바르셀로나 구단에 보낸 팩스 한 장으로 시작된 ‘전쟁’의 요지는 간단하다. 메시는 유소년팀 입단 뒤 20년, 프로 데뷔 뒤 14년 동안 인연을 맺은 바르셀로나 팀을 떠나고 싶어 한다. 하지만 구단은 절대 보낼 수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계약 조건에 대한 해석이 서로 다르다는 데 있다.
메시는 2017년 구단과 재계약했다. 2021년 6월까지로 돼 있는 이 계약서에는 ‘메시가 원하면 이적료 없이 언제나 떠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이 내용은 메시 쪽이 처음 공개한 것이다. 반면 구단은 떠나고 싶을 때는 ‘6월 10일 이전에 통보해야 한다’는 규정을 준수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메시가 규정을 위반한 채 이적을 원하고 있는 만큼 메시를 영입하려는 팀은 7억 유로(약 9800억 원)의 이적료(바이아웃) 조항을 지켜야 한다고 말한다. 계약서 문구를 우선시하는 유럽 문화에서 일단 메시는 불리한 것으로 보인다. 메시는 계약서의 이적 통보 시점이 6월 10일로 돼 있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코로나19로 2020년은 상황이 달라졌다고 본다. 정상적이라면 5월 중순에 정규리그가 끝나고, 5월 말에는 챔피언스리그도 종료돼 여름 이적시장(7월)이 열리기 20일 전인 6월 10일까지 이적 의사를 밝히는 것이 맞다. 그런데 2020년은 코로나19로 시즌이 중간에 중단됐고, 결국 챔피언스리그 등 각종 경기가 8월에 끝난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가겠다”는 메시와 “어림없다”는 구단
그러나 바르셀로나 구단은 메시를 풀어줄 의지가 전혀 없다. 과거의 끈끈했던 유대 관계는 이미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만큼 의미가 없다. 이제 협상에서 최대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한 치열한 여론전과 상대방의 취약점을 공격하는 일만 남았다.
일단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사무국은 바르셀로나 구단의 손을 들어주었다. 즉 메시와 바르셀로나 간의 계약은 유효하며 계약을 조기 종료하려면 이에 따르는 위약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만약 계약에 따른 금액을 지급하지 않으면 라리가 사무국은 이적 절차를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라리가 입장에서는 리그를 대표하는 스타 선수의 이탈이 전체 흥행에 끼칠 악영향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바르셀로나가 풀어주지 않을 경우, 메시가 선택할 수 있는 수단은 많지 않다. ‘백기 투항’해 팀에 돌아간다는 것은 일단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7월 챔피언스리그 8강전 바이에른 뮌헨전 대패(2-8) 뒤 새로 부임한 로날트 쿠만 감독은 자기 색깔이 강하다. 쿠만 감독은 부임 이래 팀의 주포인 루이스 수아레스에게 방출 통보를 했고, 아르투로 비달을 내보낼 계획이다. 메시와 절친한 친구인 둘은 각각 이탈리아 세리에A의 유벤투스와 인테르밀란으로 이적할 것으로 보인다. 쿠만 감독은 이미 라키티치도 세비야로 보냈다.
메시가 자신의 주요 동료 선수를 방출하고 팀을 새로 구축할 것이라는 쿠만 감독의 계획을 알고 이적 통보를 했다는 말도 나온다. 이런 쿠만 감독 아래 메시가 다시 들어가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메시의 선택은 다른 팀으로 이적을 강행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메시와 바르셀로나는 국제축구연맹(FIFA) 분쟁조정위원회나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서 법적 다툼을 벌일 가능성이 있다. 만약 메시가 지면 그는 구단에 끼친 손해를 물어야 하고, 피파로부터 몇 달간 자격정지 징계를 받을 수 있다. 메시와 계약한 구단도 제재를 받게 된다. 매우 위험한 시도다.
다른 하나는 통째로 한 시즌을 쉬는 것이다. 이럴 경우 메시는 다음 시즌에 이적료 없이 팀을 옮길 수 있고, 바르셀로나 구단은 1억 유로(약 1420억 원)의 메시 연봉을 절감할 수 있다. 메시는 8월 말 시작된 프리시즌 코로나19 검사와 팀 훈련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또한 정력적으로 활동을 펼 수 있는 메시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결정이다.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메시를 향해, 어릴 적 클럽 팀인 ‘뉴얼스 올드 보이스’로 돌아와 아르헨티나 국내 프로무대에서 처음으로 뛰어달라고 요청했지만, 클럽이 메시의 연봉을 감당할 수 없어 이뤄지기 힘든 일이다.
이적료 낮춰 풀어주는 게 가장 현실적
결국 메시와 구단이 타협해 이적료를 낮춰 메시를 자유롭게 풀어주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이럴 경우 협상 테이블은 구단에 유리해진다. 만약 협상이 잘 진행돼 메시의 이적료가 크게 낮아진다 해도, 여전히 상당할 것으로 보이는 이적료를 지불할 팀은 거의 없다. 메시는 아버지를 통해 바르셀로나 구단 주제프 바르토메우 회장과 협상을 시도하고 있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메시가 팀을 떠나기로 한 것은 최근 구단이 보여온 행태와 관련 있다. 각종 타이틀을 위해 꼭 필요했던 메시의 동료 네이마르는 구단에 의해 3년 전 파리 생제르맹으로 이적했고, 메시가 신뢰했던 전임 에르네스토 발베르데 감독은 1월에 해임됐다. 결국 바르셀로나는 2020년 무관으로 마감했다.
만약 극적인 돌파구가 생겨 메시가 이적할 수 있다면 2008~2012년 바르셀로나 사령탑이었던 페프 과르디올라 감독이 이끄는 맨체스터 시티가 유력하다. 메시와 과르디올라 감독은 2008~2009시즌 트레블(3관왕)을 포함해 라리가 3회, 코파 델 레이 2회, 챔피언스리그 2회 등 우승을 합작했다.
메시는 그동안 구단 이사회에 버금가는 힘을 가진 초특급 스타로 군림했다. 하지만 정작 자신의 거취 문제를 혼자서 풀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구단이 칼자루를 쥐고 있어 더욱 그렇다. 메시의 위기다.
김창금_ <한겨레> 스포츠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