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슬기롭게 헤쳐나가려면…

2020.08.31 최신호 보기
코로나19가 우리나라에서 처음 확인된 지 7개월이 지나가고 있다. 당시 설 연휴 마지막 날 근무하는 병원의 주요 보직자들이 모여서 긴급 대응회의를 했던 순간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때는 코로나19가 감기처럼 별것 아닌 신종 감염병이길 바랐다. 혹은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때처럼 몇 개월만 열심히 감염 환자를 찾아서 격리하고 치료하면 끝날 줄 알았다.
그렇게 외부에서 들어온 바이러스를 막아내며 2월 중순에는 확진자가 한 명도 없던 기간이 며칠 지속되면서 곧 끝날 수 있겠다는 기대에 들뜨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기대는 2월 18일 대구에서 31번째 환자가 발생하며 악몽으로 바뀌었다. 대구와 경북을 중심으로 한 첫 번째 큰 유행은 하루 확진자가 수백 명에 이르고, 병상이 배정되기를 기다리는 사람이 2000명 넘어가면서 급기야 대기하던 사람 중에 집에서 사망한 슬픈 일도 있었다.
그 절체절명의 위기를 우리는 국민의 협조와 지혜로 이겨냈다. 대구·경북 시민들은 스스로 활동을 최대한 줄였고, 많은 의료진이 대구·경북으로 가서 일손을 도왔다. 또 진단 능력을 빠른 시간에 확대해 감염자를 찾아냈고, 생활치료센터를 크게 확충해 감염된 이들을 수용했으며, 다른 지역의 중증 치료병상에서 환자를 돌보았다.
이처럼 우리가 말하는 K-방역은 공공과 민간의 의료 인력,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행정력, 시민들의 자발적 협조가 어우러져 이뤄낸 성과였다.

재유행은 온다… 그리고 다시 왔다
대구·경북 지역의 첫 번째 파도를 넘고 수개월 동안 지역사회 감염자 수는 10~20명으로 통제가 되었다. 또 이태원과 대형 물류센터의 집단 유행이 있었으나 의료 역량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억제되었다. 이렇게 수개월간 통제될 수 있었던 것은 국민의 높은 마스크 착용률과 접촉자 중 추가 감염자를 조기에 찾아내는 전략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대부분 전문가들은 코로나19의 또 다른 유행이 찾아올 것이라고 염려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코로나19가 증상 발생 이전, 그리고 초기에 감염력이 높고 심지어 증상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 감염자를 통해서도 전파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현실적으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감염병의 전파를 진단과 추적만으로 차단할 수는 없다. 따라서 지속적으로 사람들과 접촉을 줄이고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숨어 있는 감염자에 의해 전파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경제활동을 해야 하고 기존 일상에 대한 갈망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과 만남을 계속 줄이고, 마스크를 착용하기 어려운 활동들을 억제하기 힘들다. 그리고 이러한 우려는 불과 얼마 전부터 현실이 되었다.
휴가철을 즈음해 우리의 일상 활동은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이전 수준까지 회복되었지만, 유례없이 긴 장마로 인해 마스크를 착용하기 어려운 활동들을, 코로나19가 전파되기 좋은 밀폐된 실내에서 했다. 이렇게 누적돼 가던 감염이 특정 종교 집단이 기폭제가 되어 폭발한 것이다.
그동안 전문가들은 재유행에 대비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수차례 했다. 하지만 기존 K-방역의 핵심 전략인 3T(Test(진단), Trace(역학조사), Treat(환자 관리))가 효과적인 까닭에 재유행에 대한 대비는 소홀했다는 반성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유행이 확산되는 상황에서는 기존 3T 전략으로 억제하기 어렵다. 따라서 일단 단기적으로는 빠른 시간에 정해진 시나리오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해야 한다.
물론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하는 것에 따른 사회·경제적 비용이 들지만, 개입 시기가 늦어질수록 유행의 크기는 기하급수로 커지고 기간도 길어져서 경제적 피해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작은 것을 주고 큰 것을 얻는 심정으로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고, 국민은 이에 참여해야 한다. 또한 국민은 위기 상황에서 보건 당국과 전문가의 지침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

연대, 다가올 파도를 넘기 위한 힘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하는 적은 과학적 근거를 외면하는 반지성주의, 특정 집단에 대한 배척, 그리고 이기심이다. 나의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고, 그 결과가 부메랑이 되어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공동체를 보호하는 것이 나와 가족을 보호하는 길이다.
이번 유행을 잘 넘기더라도 백신이 개발되어 집단면역이 형성되는 수준으로 사람들이 접종을 마칠 때까지는 세 번째, 네 번째 파도가 다시 올 것이다. 유행이 확산될 때 인력, 병상, 물자를 어떻게 동원할지 시나리오에 따라 계획대로 진행되어야 한다. 유행이 닥친 후에 진행하면 시기를 놓친다.
특히 예비군과 같이 위기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평소에 민간 병원들이 시설을 유지하고 인력 채용에 들어가는 비용의 상당 부분을 정부에서 지원해 의료의 질을 높이고, 전문 능력을 갖춘 의료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병원의 유지를 위해 최대한 효율적인 운영이 중요한 상황에서 현재의 의료 인력이 감당하고 있는 업무 강도와 시설로는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 쉽사리 자원하기 어렵다. 평상시 충분한 시설과 인력을 유지하도록 정부에서 지원하다가 위기 시 동원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무엇보다 위기 상황에서 시급하지 않은 문제로 의료진이 영향을 받지 않도록 정부는 정책적, 제도적으로 최선을 다해 지원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의료인들은 공적인 책임 의식을 가지고 돕도록 해야 한다. 바이러스는 본연의 미생물학적 특성에 따라 움직이는데, 우리가 서로의 이기심에 따라 행동하면 바이러스는 자신의 특성대로 움직여 큰 유행을 만들 것이다.
이 어려운 시기를 잘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서로를 의지하며 함께 걸어가야 한다. 우리의 결정과 행동이 재유행 양상을 달라지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김탁_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감염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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