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모란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예방의학과 교수 | 기모란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가 전하는 재유행 대비책
기모란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교수(예방의학)가 수도권에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지 않으면 신규 확진자가 크게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한 발언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앞서 기 교수는 고양시 명지병원에서 열린 제2차 고양의료발전포럼에서 ‘코로나19 2차 대유행 예측 모델과 대응전략’에 대해 발표하면서 “장기전 준비”를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19 2차 유행에 대비해 지금 시작해야 하는 것은 장기전 준비다. 장기전에 대비하려면 지금까지 해온 것을 복기·평가하고 대안을 마련해 시행해본 뒤, 미세 조정하고 안착하는 단계로 가야 한다”며 “감염병에 대해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수학적 모형을 개발하는 팀도 있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이런 일을 하는 공공기관이 없다”고 지적했다.
기 교수는 이어 “2차 대유행이 오면 확진자가 대거 발생할 수 있다. 지금처럼 의사만 코로나19 검사를 해서는 감당하기 힘들다. 검사 인력을 확대하고 자가 검사도 고려해야 한다”며 “개인별로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하기 위해 하루 접촉자 수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R 50% 줄이면 하루 확진자 수 한 자릿수로
장기전을 위해 의료인력 양성 방안과 의료전달체계 개편에 대한 논의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개원하는 의사가 많고, 대도시 지역은 과다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대도시 인구 10만 명당 개원의사 수를 제한하는 방안 등을 논의해야 한다”며 “3년인 공중보건의사 복무 기간을 줄이고 필요하다면 여성도 공중보건 분야에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가가 의사를 양성하는 데 돈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기 교수는 이어 “단골 의사, 주치의 등 1차 진료 의사를 활성화하고 비대면 의료도 결국은 활성화하는 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방문 의료, 방문 검사, 약 배달, 방문 간호와 연계해 의료전달체계를 개편해야 한다”고 했다.
기 교수는 “질병관리청을 대응과 방역만 하던 조직에서 예방 업무까지 같이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국민건강보험공단도 치료만 급여로 인정하고 있지만 예방 분야로도 급여를 하루빨리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 교수에 따르면 최근 국내 코로나19 감염재생산수(Reproductive number, R)가 증가했다. R는 환자 한 명이 몇 명에게 전파하는지를 나타낸다. 3월 14일부터 4월 29일까지 평균 0.45이던 R는 4월 30일부터 6월 11일까지는 평균 1.79로 증가했다. 코로나19 환자 한 명이 1.79명을 감염시킨다는 의미다. R가 1보다 낮으면 확진자가 감소하고 1보다 높으면 증가한다. 기 교수는 방역 조치에 따른 코로나19 확진자 수 변화를 예측했다. 하루 신규 확진자 수를 한 자릿수로 줄이려면 R를 0.86으로 감소시켜야 한다.
기 교수는 “하루 확진자 한 자릿수가 되려면 R를 현재 대비 50% 줄여야 한다.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서 사람 간 접촉을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유리 기자
장기전 대비 의료 역량 확충 급선무
기 교수가 강조한 것처럼, 코로나19 장기전 대비를 위해 의료인력을 양성해야 한다는 주장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국내 코로나19 발생 6개월에 대해 “마라톤을 하는데 이제 10㎞ 정도 온 것 같다”는 소회를 7월 20일 밝힌 바 있다. 정 본부장은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마라톤을 하는데 10㎞ 구간을 100m 달리기로 전력 질주하지 않았나 싶다”며 “앞으로는 장기전에 대비해 지속 가능하고 효율적인 대응 시스템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정 본부장은 코로나19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고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19의 세계적 유행 상황에서 방역 목표는 우리의 의료·방역 체계, 사회시스템이 감당 가능한 수준으로 발생 규모와 속도를 억제하고 통제해 고위험군의 생명을 보호하고 사회·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라며 “코로나19를 근본적으로 예방 관리할 수 있는 백신, 치료제 개발과 확보가 중요한 과제다. 코로나19 환자 증가에 대비한 의료 대응 역량을 확충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요양시설, 사회복지시설, 의료기관 등에서 철저한 감염 관리와 방역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며 “역학 대응의 효율성을 높이고 지속 가능할 수 있도록 인력을 투입하고 정보시스템을 개선하는 등 (관련 사항들을) 정비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