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분쟁 ‘소송’ 말고 ‘조정’으로 푸세요

2020.08.31 최신호 보기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이렇게 이용하세요

‘2019년 주거실태조사’(국토교통부 통계누리)에 따르면, 전국 평균 자가 점유율은 58%이며 이에 상응하는 차가 거주(임차)율은 42%다. 바꿔 말하면 전국 평균 10가구 중 4가구 이상이 타인 소유의 주택을 빌려 생활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임대인(집주인)과 임차인(세입자) 사이의 주택임대차 계약관계는 기본적으로 민법에 따라 규율된다. 이에 더해 국민 주거생활의 안정을 보장하기 위해 마련한 특별법인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적용된다. 이 두 법률에는 사회적, 경제적 약자인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한 여러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럼에도 주택임대차의 법률관계는 계약 체결부터 이행, 종료에 이르기까지 당사자 간에 크고 작은 갈등과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상존한다. 임대차를 둘러싼 갈등, 분쟁이 제때 신속하고 원만하게 해소되지 않으면 당사자들의 고통과 불안이 커지는 것은 물론 사회 전반의 불신과 대립이 심화할 수 있다. 만약 재판으로 그 시시비비를 가리겠다고 하면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이 드는 것은 물론 서로 크나큰 정신적, 심리적 고통을 주고받게 된다.
 
당사자 자율성 존중 대화·양보로 문제 해결
타율적 성격의 재판 대신 중립적이면서 해결 방안을 강요하지 않는 조정인이 당사자들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대화와 양보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돕는 분쟁해결 방식이 조정(調停)이다. 영국, 캐나다 등 많은 선진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임대차 분쟁을 조정을 통해 해소하는 제도와 문화를 성숙시켜왔다. 그런 취지에서 우리나라도 2016년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을 통해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제도를 도입했다. 1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2017년 5월부터 대한법률구조공단은 서울, 부산 등 지역별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이하 공단 조정위원회) 6개소를 운영하고 있다. 2019년 4월부터는 상가건물 임대차 분쟁조정도 함께 처리하고 있다. 여기서는 국민의 일상생활에 더욱 밀접한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위주로 소개하겠다.
주택임대차와 관련된 제반 분쟁의 조정을 위한 조정위원회는 변호사, 법학 교수, 감정평가사 등 5명 이상 30명 이하의 위원으로 이뤄지는데, 분쟁의 효율적 해결을 위해 조정위원 3명으로 구성된 조정부를 운영하고 있다. 한쪽의 분쟁 당사자가 조정을 신청하고 상대방이 조정에 응하고자 하는 의사를 통지하면 조정 절차가 개시된다(2020년 12월 10일부터는 규정이 바뀌어 조정 신청 접수와 동시에 조정 절차가 시작된다).
조정위원회는 조정 신청을 받은 날부터 60일 이내에 분쟁조정을 마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직권으로 조정위원, 심사관, 조사관이 조정에 필요한 사실 조사를 실시하므로 주장과 입증을 위한 당사자의 수고와 부담을 덜 수 있다. 조정위원회가 제시한 조정안을 각 당사자가 수락하면 합의가 성립되고 강제집행 승낙의 합의를 한 경우 집행력이 부여되기에, 합의된 사항이 이행되지 않으면 별도의 소송을 거칠 필요 없이 조정서 정본으로 강제집행할 수 있다.

분쟁 해결률 80%, 평균 소요일수 18.96일
그동안 통계를 간단히 살펴보면, 공단 조정위원회가 출범한 2017년 5월 30일부터 2020년 7월 31일까지 총 6616건의 조정 신청이 접수돼 6031건을 처리했다. 그중 조정이 개시된 2010건 중 1353건이 조정 성립, 255건이 화해 취하돼 80.0%의 분쟁 해결률을 보이고 있다. 서울중앙조정위원회의 경우 조정 신청한 날부터 조정 성립 등 사건 종결까지 평균 소요일수는 18.96일, 신청인이 부담하는 조정 수수료는 평균 1만 원 내외(소액 임차인과 기초생활수급자 등은 수수료가 면제됨)에 불과하다.
임차인이 조정을 신청한 비율은 84.2%, 임대인의 신청 비율은 15.8%다. 신청 취지별로는 임차인의 보증금 반환청구가 63.4%로 가장 많다. 그다음으로 임차주택의 유지·수선, 원상회복, 기타 손해배상을 구하는 사건(13.5%), 기간 확정, 계약 갱신·종료 및 계약 이행·해석에 관한 분쟁(10.4%), 임대인의 주택 반환청구(8.0%) 순이다. 당사자가 마주 앉아 역지사지와 경청의 자세로 차분하게 대화하면 해결하지 못할 문제는 없다. 언제 어디서든 의사소통하고 자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공단 조정위원회는 임대차 분쟁 당사자들이 대화로 문제를 원만히 해소하고 각자의 주거 안정과 삶의 평화를 지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다음은 실제 조정 사례다.

사례1
임차인은 임차주택 거주 중 부엌 싱크대 부근 마룻바닥 누수 현상이 심해진 것을 발견하고 임대인에게 알렸는데 임대인은 원상회복 비용 전액을 부담하라고 요구했다. 임차인은 전 임차인 거주 시에도 동일한 누수 문제가 있었고 자신은 수리가 필요한 부분에 대한 민법상 통지의무를 다했으므로 자신에게 원상회복 책임이 없음을 확인받고자 조정 신청을 했다. 조정 진행 과정에서 조정위원회의 사실 조사 결과, 임차인의 주장과 달리 누수현상은 바닥 배관 문제가 아닌 임차인 스스로 싱크대 수전을 교체하다 일어났고, 전 임차인 거주 시 발생한 바닥 변색은 전 임차인 측의 선관주의 의무 위반에 기인했으며 전 임차인 비용으로 원상회복을 완료한 후 주택을 반환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를 기초로, 양 당사자는 임차인이 원상회복을 위한 수리 비용을 부담하되 마룻바닥을 신품으로 교체하는 경우 본래 가치보다 가치가 상승하는 점을 고려해 총 수리 비용 중 일부는 임대인이 부담하기로 합의가 성립됐다.

사례2
임차인은 임차주택 사용 중 비가 올 때마다 천장에서 비가 새는 것을 발견해 임대인에게 수선을 요청했으나 수개월이 지나도록 이행되지 않자 계약해지 및 보증금 반환을 구하는 조정 신청을 했다. 조정 과정에서 임대인은 누수 보수 의사를 밝히며 계약 유지를 희망했는데, 이 경우 보수공사의 원활한 이행을 위한 임차인의 수인·협조가 필요하고 일단 보수가 완료되면 임차인은 임차목적물의 하자 및 유지수선 의무 불이행에 따른 해지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다. 임차인은 예상되는 보수공사 진행 동안의 불편 등을 이유로 현시점의 계약 종료를 희망했다. 조정을 통해 양자가 계약을 합의 해지하되 잔여 계약기간이 많이 남아 있는 점, 그동안 누수로 인해 임차인이 불편을 겪은 점 등을 감안해 임대인은 보증금에서 현재 연체된 차임, 해지일까지 차임 및 관리비, 중개사 보수 일부 금액을 공제해 지급하기로 하는 합의가 성립됐다.

최재석 변호사·대한법률구조공단 상임조정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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