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0원에 택시 타요”… 농산어촌에 찾아온 ‘희망’

2020.08.24 최신호 보기

▶7월 8일 오전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상진부 1리 마을회관 앞에서 임덕상(왼쪽) 씨와 박인철 씨가 희망택시 탑승권을 보여주고 있다.

‘희망택시’로 본 살고 싶은 농산어촌
“안녕하세요. ‘희망택시’를 신청하려고 하는데요. 여기는 상진부1리 마을회관입니다.”
7월 8일 오전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상진부1리 마을회관 앞에서 박인철(72) 씨가 전화를 걸자 5분 뒤 택시가 도착했다. ‘희망택시’는 버스가 다니지 않는 마을 주민이 택시를 불러 시내버스 요금(1400원)만 내면 면 소재지까지 태워다 주는 복지제도다. 나머지 요금은 평창군이 택시 회사에 지원한다. 2015년 2월 봉평면 원길1리, 진부면 간평2리, 탑동리, 봉산리, 대관령면 유천3리 등 5개 마을을 대상으로 희망택시 사업을 처음 시작한 평창군은 2019년 2월 상진부1리 등 28개 마을로 확대했고 2020년에는 39개 마을까지 늘렸다.
박 씨와 함께 택시에 올라탄 임덕상(70) 씨는 “이 마을에는 버스가 들어온 적이 없다. 희망택시가 생기기 전에는 내 돈 내고 택시 타고 다녔다”고 말했다. “면 소재지까지 4㎞, 딱 10리 길인데 갈 때는 내리막이라 운동 삼아 걸었어요. 올 때는 힘드니까 택시를 탔는데 3년 전부터는 힘들어서 왕복으로 타요. 택시비만 1만 원 좀 더 들어갔는데 희망택시가 생겨서 엄청 도움이 되죠.”
마을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던 한수자(72) 씨가 합승하면서 모두 세 명이 면 소재지까지 이동했다. 평창군은 2019년 2월 대상 마을을 늘리면서 동시 탑승을 권장하기 위해 인원수와 상관없이 이용 요금을 1400원으로 고정했다. 이에 따라 희망택시 탑승권 한 장과 1400원만 내면 최대 네 명이 동시에 희망택시를 이용할 수 있다.
최근에는 택시 요금이 많이 올라 상진부1리 주민들은 같은 시간대에 면 소재지에 나갈 주민을 수소문해 함께 희망택시를 이용하고 있다. 임 씨가 “택시비를 5500~6000원 냈는데 어떤 택시는 6500원도 받고 그래요”라고 하자, 한 씨는 “마당까지 들어오면 7000원까지 받는 택시도 있다”며 “희망택시를 이용하면 요금에 신경 쓰지 않아 편하다”고 말했다.

한 달 탑승권 여섯 장 지급 “병원 갈 때 요긴해요”
희망택시 탑승권은 한 달에 1인당 여섯 장씩 제공되기 때문에 주민들은 아껴서 꼭 나가야 할 때 쓰고 있다. 한 씨에게 희망택시가 제일 필요한 때는 진부면 소재지에 있는 병원 갈 때다. “무릎도 아프고 오른팔 어깨도 못 쓰고, 온몸이 다 망가져서 정형외과를 계속 다니고 있어요. 최근에는 발가락이 아파서 엑스레이 찍으니까 또 관절이 안 좋다네요.” 임 씨도 “약 사러 다니고 병원에 가는 게 일”이라며 “한 달에 탑승권 6장이면 왕복으로는 세 번밖에 못 나가니까 두 장씩만 더 주면 좋겠다”고 바랐다.
마침 이날은 3, 8일마다 열리는 진부 오일장이 서는 날이었다. 한 씨가 “오늘은 먼저 오일장에 들렀다가 정형외과 가서 물리치료를 받을 예정”이라고 하자 택시기사 박수기 씨가 “지난 장날에 코로나19 확진자가 왔다 가는 바람에 오늘 오일장은 안 선다”고 알려줬다. 그는 “희망택시가 생기고 난 뒤 매출이 10% 이상 올랐다”며 “그 전에 택시 이용 안 하던 어르신들이 희망택시 때문에 많이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평창군은 2020년 6월부터 희망택시 대상 기준과 운영 방법을 개선해 운영 중이다. 기존 희망택시 대상 마을 선정 기준은 버스가 다니지 않는 마을과 승강장에서 1㎞ 이상 떨어진 가구 가운데 차 없는 가구가 대상이었지만, 6월부터는 차량 소유 여부에 관계없이 해당 마을에 거주하는 주민이면 모두 이용할 수 있다. 다만 탑승권 수에 차이를 둬 차가 없는 가구는 여섯 장, 있는 가구는 네 장을 배부한다.
박인철 씨는 2019년 8월까지 자동차를 직접 몰았지만 지금은 희망택시만 이용하고 있다. 그때 교통사고를 낸 뒤 바로 폐차했다. 작은 접촉 사고였지만 희망택시가 있어 무리해서 운전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희망택시도 있는데 굳이 직접 몰지 말라는 계시인가 싶어 이참에 차를 없애버렸어요. 나이가 많으면 사고율도 높잖아요. 무리해서 운전하지 않는 게 좋겠다 싶었지요. 지금 우리 군에서는 면허증을 반납하면 10만 원을 1회에 한해 주는데, 그것 대신 희망택시 탑승권을 좀 더 주는 게 나이 든 사람들이 활용하기에는 낫다는 생각이 들어요.”

▶마을회관 앞에서 임씨(왼쪽)와 박 씨가 희망택시를 타고 있다.

주민·택시·지자체 모두 공공형 택시 만족
시내버스가 다니지 않는 농어촌 마을 주민을 저렴한 요금으로 읍내나 면 소재지까지 태워다 주고 나머지 요금은 자치단체 예산으로 지원하는 공공형 택시는 여러 자치단체가 운영하고 있다. 지역마다 희망택시를 비롯해 ‘100원 택시’ ‘효도택시’ ‘마실택시’ ‘사랑택시’ ‘따복택시’ ‘별고을택시’ ‘천원택시’ 등 이름도 다양하다. 공공형 택시는 충남 서천군이 2013년 6월 전국 최초로 도입했다. 두메산골 주민들의 교통복지를 위해 버스가 다니지 않는 6개 읍·면 23개 마을 주민을 대상으로 100원만 내면 이용할 수 있는 희망택시 운행을 시작했다.
공공형 택시는 시골 지역의 교통복지를 획기적으로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다른 자치단체에서도 배워 갔다. 주민과 택시업계는 물론 자치단체까지 만족하기 때문이다. 주민은 한 시간 이상 걸어 다니던 시골길을 값싼 요금으로 택시를 이용해 읍·면과 전통시장, 병·의원 등을 쉽게 왕래할 수 있어 환영하고 있다. 택시업계도 이용객이 늘면서 수입 증가로 이어져 크게 반기고 있다. 자치단체 쪽에서는 공공형 택시를 운행하면 버스보다 적은 예산으로 훨씬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산간벽지에 시내버스가 다니려면 도로 폭을 3m 이상으로 확장해야 하는데, 공사 비용이 만만치 않다. 게다가 수익이 나지 않는 버스 노선에 대한 지원금까지 고려하면 공공형 택시의 예산 절감 효과가 매우 크다.

천사버스 등 농촌형 교통서비스 확대
정부는 버스가 다니지 않는 교통 취약지 주민의 교통 편의를 위해 공공형 택시와 같은 농촌형 교통서비스를 계속 확대했다. 이에 따라 공공형 택시 도입 지역이 2017년 100개 시·군에서 2018년 126개 시·군으로, 2019년에는 136개 시·군으로 늘어났다. 공공형 택시를 이용한 주민은 2017년 22만 명에서 2018년 36만 명으로, 2019년에는 40만 명으로 증가했다.
택시뿐 아니라 버스도 전남 신안군의 ‘천사(1004)버스’ 같은 농촌형 교통서비스가 생겨나고 있다. 천사버스는 공영버스가 운행하지 않는 새벽이나 심야 시간대의 교통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2019년 6월부터 신안군이 운행을 시작한 ‘수요응답형(DRT) 버스’다. 수요응답형 버스는 여객의 수요에 따라 운행 구간, 시간 등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여객운송 시스템으로, 버스를 이용하려는 주민이 콜센터로 전화하면 대기하던 천사버스가 운행하는 방식이다.
신안군 암태도에 사는 김 모 씨는 만성적인 무릎관절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읍내 병원을 가려면 아픈 다리를 이끌고 버스 정류장까지 먼 길을 걸어야 했다. 하지만 신안군에서 천사버스를 도입한 뒤로는 24시간 필요할 때 불러 집 앞에서 버스를 타고 병원까지 가서 물리치료를 받고 있다. 김 씨는 “자다가도 아프면 바로 치료받고 들어올 수 있어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라고 심정을 전했다.
신안군 당사도에 사는 최 모 씨는 천사버스가 생긴 뒤 일상의 소소한 행복이 하나 더 늘었다. 천사버스를 불러 친구들과 함께 육지에 있는 목욕탕에 다녀오는 것이다. 천사버스를 타고 선착장에 가서 여객선을 타면 육지에 도착하는 시간에 맞춰 천사버스가 할머니들을 기다리고 있다. 먼 섬마을에 사는 어르신을 위해 맞춤형 버스 시스템을 운영하는 덕분이다.
천사버스와 같은 농촌형 버스를 운영하는 자치단체는 2017년 18곳에서 2019년 101곳으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택시형과 버스형을 합쳐 농촌형 교통서비스를 이용하는 주민은 2017년 29만 명에서 2018년 194만 명으로, 2019년에는 250만 명으로 증가했다.

▶진부면 오일장 입구에서 한수자·임덕상·박인철 씨(왼쪽부터)가 희망택시에서 내려 걷고 있다.

정주여건 개선 등 농촌형 복지 강화
정부는 국민의 삶터·일터·쉼터로서 농촌 조성을 위해 생활서비스 접근성 개선과 맞춤형 사회안전망 확충, 지역별 특화산업 발굴을 통해 농촌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찾아가는 의료·문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행복버스가 2019년 1년 동안 83차례 운행하면서 1만 8000여 명에게 질환 검진 및 물리치료를 지원했다.
읍·면 소재지에는 문화복지센터, 작은도서관과 같은 복합생활서비스 공급거점 287곳을, 마을 단위에는 기초생활서비스 공급거점 771곳을 조성했다. 농업인의 노후생활 안정을 위해 국민연금보험료와 건강보험료 지원액을 인상했고, 기존 농촌 인재·자녀 장학금 지원에 더해 청년창업농육성 장학금을 신설해 농가 학비 부담을 줄였다.
창업교육, 상담, 전용 매장 설치 등 창업부터 판로까지 맞춤형 종합지원을 통해 농촌 융복합산업 인증사업자는 2017년 1397명에서 2019년 1624명으로 16.2% 늘어났고, 지역 특산물을 중심으로 조성하는 농촌융복합산업화지구는 2017년 16곳에서 2019년 24곳으로 확대되는 등 농산물 매출을 늘리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농촌 지역경제를 활성화했다.
체류형·체험형 농촌관광 프로그램을 다양화하고 농촌체험휴양마을에 통·번역기 보급과 영어 표지판 설치 등으로 외국인 관광객의 편의를 높인 결과, 농촌 관광객은 2017년 1111만 명에서 2019년 1307만 명으로 17.6% 늘어났다.

글·사진 원낙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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