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가균형발전 정책 추진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대한민국 대전환’ 정책으로 내세운 한국판 뉴딜을 국가균형발전과 맞물려 추진하고 나선 것이다. 여기에 문재인 대통령이 최고의 민생 과제로 지목한 부동산 문제 해결을 위해선 강력한 국가균형발전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힘을 얻고 있다.
특히 문 대통령이 코로나19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한국판 뉴딜 정책을 지역균형 발전과 연계해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국가균형발전이 갖는 의미는 더욱 중요해졌다. 문 대통령은 7월 21일 국무회의에서 “한국판 뉴딜은 공간적으로는 수도권 중심에서 지역 중심으로 국가발전의 축을 이동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며 “(한국판 뉴딜은) 단기적으로 지역경제 회복의 발판이 되고, 중장기적으로 국가균형발전을 한 차원 높이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판 뉴딜은 우리 정부가 추진해온 국가균형발전 정책과 긴밀히 결합해 지역 발전의 속도를 더욱 가속화하면서 균형발전의 완성도를 높여줄 것”이라며 “정부는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지방자치단체와 소통을 강화하고 중앙과 지방 간에 강력한 협력체계를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국가균형발전은 문재인정부가 출범 당시부터 내놓은 5대 국정목표 가운데 하나다. 문재인정부는 2017년 8월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비전 아래 5대 국정목표, 20대 국정전략, 100대 국정과제, 487개 실천과제를 마련했다. 100대 국정과제에는 대통령 선거 공약뿐 아니라 ‘광화문1번가’를 통해 접수된 국민의 정책 아이디어를 포함시켜 최초로 정부와 국민이 함께 참여한 국민참여형 정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문재인정부는 최초 발표한 국정과제를 5년 동안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제시되는 국민적 요구와 정책 환경의 변화를 국정과제에 꾸준히 반영하며 당초 487개였던 실천과제를 2020년 5월 현재 496개로 수정·보완했다.
‘국민이 주인인 정부’ ‘더불어 잘사는 경제’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 ‘고르게 발전하는 지역’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 등 5대 국정목표 가운데 ‘고르게 발전하는 지역’은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대의 아래 중앙정부 권한의 지방 이양과 지방재정 확충으로 지방분권 추진을 목표로 한다. 또 주민자치 확대를 통해 풀뿌리 민주주의를 구현하고, 지역의 자립적 성장 기반을 마련함으로써 중앙 대 지방, 지방 대 지방 간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모두 11개의 국정과제를 핵심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사람이 돌아오는 농산어촌’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자치분권’ ‘골고루 잘사는 균형발전’ 등 3대 국정전략별로 나눠 지난 3년 국가균형발전의 성과를 살펴본다.
▶소순창 건국대 행정학과 교수 | 정책기획위원회
소순창 건국대 행정학과 교수 인터뷰
“지방소비세율 10% 인상으로 지방정부의 재정을 확대한 재정분권을 지금까지 문재인정부의 가장 큰 성과로 봅니다. 물론 세부적으로 가면 앞으로 과제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중앙집권을 추구하는 이들의 저항을 이겨낸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책기획위원회 국민주권분과위원장인 소순창 건국대 행정학과 교수는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문재인정부의 가장 큰 성과로 재정분권을 꼽았다. 또한 “여러 이견이 있긴 했지만 대승적 차원에서 지역의 어려운 실정을 고려한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로 지역발전의 숨통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2020년 5월 ‘문재인정부 3년 100대 국정과제 추진실적’을 발표하면서 ▲지방소비세율 인상 등 재정분권 강화 ▲거제·군산 등 지역산업 위기지역 지원, 도시재생사업 등을 통해 지역성장 기반과 생활 인프라 강화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23개 사업, 총 25조 원 규모의 예타 면제 실시 ▲생활 사회간접자본(SOC) 확충, 규제자유특구 지정, 국가혁신클러스터 지원 등 지역경제 활력 회복 추진 등을 ‘고르게 발전하는 지역’ 국정목표의 주요 성과로 밝힌 바 있다.
소순창 교수는 문재인정부의 남은 임기 동안 과제에 대해서는 “마무리라는 차원보다 다음 정부에 이르기까지 할 수 있는 거대한 미래지향적 국정의 틀을 세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전환기적 시대에 성과 지향적 틀에서 벗어나 대한민국의 미래를 설계하고 하나의 다리를 놓는다는 마음으로 국정을 운영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의 실현
-2017년 8월 정부가 100대 국정과제를 발표하면서 전국이 고르게 발전하려면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이 우선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지난 3년 동안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은 어떻게 추진되었나요?
=첫째, 자치입법권을 확대하는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지방자치단체의 입법권을 강화함으로써 지방의 정책 결정을 자기 책임 아래 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둘째, 자치분권위원회에서 발표한 자치분권 종합계획에 따라 자치경찰 모델 등 세부 추진계획을 작성해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내용은 재정분권입니다. 지방소비세를 2019년 4%포인트 인상해 중앙부처에서 지자체에 약 3조 5000억 원의 세원을 이양했고, 2020년에는 6%포인트 추가 인상해 모두 10%포인트를 지방에 넘기는 재정분권을 실현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지방소비세의 인상은 지자체 입장에서 볼 때 수도권 및 대도시에 유리한 정책이라는 한계가 있습니다. 지방소비세와 함께 지방소득세의 인상을 통해 특정 지역의 조세 수입 편중을 해소할 수 있어야 합니다.
셋째, 현재 국토교통부 외에 많은 부처가 도시재생 관련 사업을 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 사업의 체계적이고 통합적인 연계·추진 노력이 필요하며, 지역마다 특성이 있고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 단일 기준의 공모를 지양하고 경쟁력 있는 지자체가 선정될 수 있도록 대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사업의 확대로 전문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효과적·체계적인 추진에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따라서 여러 부처 도시재생사업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조정하며, 도시재생사업과 회계를 전담할 기구를 설립해 운용하도록 추진하고 있습니다.
넷째, 농산어촌의 활성화를 위해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가 신설되었는데 효율적인 운영과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농어업에 종사하는 농어촌민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비수도권으로 균형발전 무게중심 이동해야
-최근 더불어민주당에서 실질적 행정수도로서 세종시의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논의를 본격화하면서 수도권 부동산 가격 안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가 있습니다. 국가균형발전과 부동산 문제는 어떤 연관성이 있으며,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수도권 부동산 가격의 폭등은 단순히 부동산 입장에서만 봐서는 해결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의 넓은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정의 큰 축이 스스로 고르게 발전하는 지역으로 갈 수 있기 위해서는 자치분권과 함께 균형발전이라는 큰 정책적 관점에서 수도권의 부동산 문제에 대응했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최근 수도권으로 집중정책이 많은 반면, 비수도권으로 분산정책은 부족한 상황입니다. 그러다 보니 모든 국민이 수도권에 관심을 갖게 되고, 수도권으로 투자적 시각을 보이는 거지요. 이런 측면이 수도권의 부동산 가격을 폭등하게 한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남은 기간에는 좀 더 균형발전과 자치분권의 시각에서 비수도권으로 분산정책, 분권정책, 균형발전으로 국정의 무게중심을 과감히 이동해야 한다고 봅니다. 초광역 경제권을 축으로 지역에서 5개 내지 7개의 거점을 육성·발전시켜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그 초광역 거점을 중심으로 ‘지속가능한 자치분권 및 균형발전의 생태계’가 구축되도록 국정을 펼쳐야 할 것으로 봅니다.
-7월 21일 국무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판 뉴딜의 대표 사업 상당수는 지역 변화의 상징이 될 것”이라며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을 접목한 그린 스마트 스쿨, 스마트 그린 산업단지 등을 대표 사례로 꼽고 해상풍력, 태양광 등 그린에너지 사업 역시 지역의 새로운 먹거리가 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국가균형발전과 관련해 한국판 뉴딜의 의미와 과제는 무엇일까요?
=대통령이 언급한 대로 한국판 뉴딜의 정책 방향은 수도권 중심에서 지역 중심으로 국가발전의 축을 이동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매우 적절합니다. 그래서 앞서 말씀드린 초광역 경제권의 지역거점을 구축해 지역성장의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데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중앙부처가 주도하고 지방정부는 소외되어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기획 단계부터 집행·추진 단계에 이르기까지 충분히 지방정부와 협력해 진행돼야 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그린 스마트 스쿨, 스마트 그린 산업단지, 해상풍력, 태양광 등의 사업들이 지역에 입지하고 사업으로 추진되지 않고 중앙부처가 나눠주기 식으로 추진되면 지역과 괴리되는, 지속가능하지 않은 단발성 과제로 남을 것입니다.
한국판 뉴딜은 새로운 전환기 시대에서 국토를 어떻게 설계하고, 지역을 어떻게 살려서 지속가능한 미래의 대한민국 ‘판’을 설계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에는 전환기의 다양한 고려 요인과 이해당사자가 함께할 수 있는 ‘판’도 설계해야 할 것으로 봅니다. 중앙정부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입장보다는 이런 점이 부족하니 함께 하자는, 그래서 함께할 수 있는 다양한 전문가, 기업, 시민, 정치인 등과 협치를 구축해야 할 것입니다.
재정분권 실현이 가장 큰 성과
-취임 초 문재인정부는 중앙정부 권한의 지방 이양과 지방재정 확충으로 지방분권을 추진하고, 주민자치 확대를 통해 풀뿌리 민주주의를 구현하며, 지역의 자립적 성장기반을 마련함으로써 중앙 대 지방, 지방 대 지방 간 격차를 해소해 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지금까지 ‘고르게 발전하는 지역’ 국정목표의 주요 성과는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가장 큰 성과는 재정분권을 실현했다는 점입니다. 자치분권의 핵심은 일, 돈, 인력, 권한 이렇게 네 가지 문제라고 봅니다. 그 가운데 일은 이미 지방으로 많이 갔어요. 그런데 일과 기능, 사무만 주고 돈을 주지 않으면 제대로 작동이 안 되죠. 그래서 돈을 줘야 한다는 게 재정분권입니다. 그리고 일을 수행할 수 있는 인력인 공무원과 권한까지 포괄적으로 이양하면 분권이 어느 정도 성숙한 과정으로 볼 수 있습니다.
지방소비세를 올해 4%포인트 인상했고, 2020년에 6%포인트 추가 인상까지 하겠다는 계획이기 때문에 재정분권이란 점에서는 큰 성과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사실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의 이견 속에서 쉬운 과제가 아니었거든요. 행안부는 재정분권을 더 하려 하고, 기재부는 신중하게 접근하려 하고…. 청와대나 정부 핵심 리더들의 결단이 없으면 재정분권은 쉽지 않다는 점에서 하나의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균형발전 분야에서는 예타를 면제한 것과 지역협약제도 도입, 2기 공공기관 이전 기획 등이 성과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예타 면제를 왜 했냐면 지방은 계속 인구가 줄어들기 때문에 예비타당성이 나오지 않거든요. 예비타당성이 나오지 않아서 아무것도 못 하면 지방은 소멸하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어요. 기존에 국토종합개발 할 때는 예측하고 투자하는 차원에서 계획했는데 이제는 예타를 통과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투자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어려워진 거죠. 그래서 균형발전이란 차원에서 지역의 발전 미래 가능성 등을 보고 과감히 예타를 면제한 것은 적절한 대응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2기 도시재생도 하나의 성과입니다. 지금까지 공공기관이 지역으로 많이 갔고 2기 공공기관 이전을 계획·준비하고 있긴 하지만, 이제는 공공기관의 균형발전보다 사람의 균형발전이 필요합니다. 지역을 사람이 정주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하고, 이것이 남은 임기 주요 정책과제로 추진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원낙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