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임대차 제도로 세입자 거주 안정성과 법적 권리 강화

2020.08.17 최신호 보기

▶한 아파트 입구 부동산 중개업소 유리창에 전·월세 가격 시세판이 붙어 있다.│한겨레

무주택 서민의 주거 안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주택임대차 거래 환경이 8월부터 획기적으로 바뀌었다. 세입자 보호 관련 법이 마침내 국회 문턱을 넘어 세입자의 거주 안정성과 법적 권리가 강화된 것이다. 이 가운데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 도입을 골자로 한 주택임대차보호법(주임법) 개정안은 7월 31일부터, 임대차 신고제를 담은 부동산거래신고법 개정안은 2021년 6월부터 시행된다.
부동산시장 일각에서는 새로운 임대차 제도 시행으로 전·월세 주택 공급이 위축되고, 전세의 월세 전환이 증가해 오히려 서민 주거비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최근 1~2년 사이에 전세의 월세 전환을 요구하는 집주인이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임대차 제도의 변화보다는 금리 영향이 더 크다. 임대인으로선 전세보증금으로 자산 운영을 할 때 나오는 수익률이 낮아 월세를 선호하는 것이다. 하지만 전세보증금이 여윳돈이 아니라 온전히 세입자에 대한 채무일 경우에는 월세로 돌리기 어렵다. 기존 세입자에 대한 보증금을 반환하려면 신규 세입자에게도 전세 계약을 맺어 목돈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국회에서 전세의 월세 전환 가능성과 관련해 “서울 강남의 경우 전세를 안고 집을 사는 갭투자가 70%대까지 올라갔는데 이는 다주택자들이 전세보증금을 갭투자에 썼기 때문이다. 갭투자의 보증금 해소를 위해서는 목돈이 필요하기에 월세 전환 추세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정당한 사유 땐 임대인 계약 갱신 거부 가능
주임법은 집주인이 특별한 사유 없이 계약 갱신을 거부하고 새로운 임차인과 계약을 맺을 경우 기존 임차인한테 손해배상책임을 지도록 규정했다. 손해배상액 산정에 대한 법적 근거와 기준도 마련됐다. 배상액은 갱신 거절 당시 월 단위 임대료(전세금은 연리 4%의 금리를 적용한 월세로 계산)의 3개월 치에 해당하는 금액이나, 새로운 임차인에게 받는 월 단위 임대료와 갱신 거절 당시 임대료 차액의 2년 치에 해당하는 금액 가운데 큰 것으로 산정된다.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임대인이 계약 갱신 요구를 거부하는 것도 가능하다. 임대인이나 그 직계 존·비속이 해당 주택에 실제 거주해야 할 경우, 임차인이 임대인의 동의 없이 주택 내부 구조를 변경하거나 심각하게 훼손한 경우, 2회 이상 임차료를 연체할 경우, 임차인과 서로 합의해 상당한 보상을 제공하는 경우 등이 정당한 사유에 해당된다.
정부는 임대인이 계약 갱신 사유를 거짓으로 제시할 가능성에 대비해 임차인의 임대차 정보 열람 권한을 확대하기로 했다. 또 집주인이 임대차 계약기간에 집을 제3자에게 팔 수 있지만, 임대차 계약이 해당 매수자에게 그대로 승계되기 때문에 세입자의 거주권은 달라질 게 없다.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는 세입자에게 집주인이 마음대로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것도 금지됐다. 개정 주임법에서는 임대차 계약 갱신을 직전 임대차와 같은 조건으로 다시 계약된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다만 임대인과 임차인 간 동의에 따라 전세보증금의 일부를 월세로 전환하는 경우 금리는 주임법과 대통령령이 정한 ‘법정 전환율’이 적용된다. 현행 법정 전환율은 한국은행 기준금리(연 0.5%)에 3.5%포인트를 더한 연 4.0%다. 따라서 보증금 5억 원의 전세 계약을 ‘보증금 2억 원+월세’ 계약으로 갱신한다면 월세는 100만 원(3억 원×0.04÷12)이 된다.
임대차 신고제 도입을 골자로 한 부동산거래신고법 개정안은 주택 전·월세 거래를 하면 임대차 계약 당사자와 보증금 및 월 임대료, 임대 기간 등의 계약 사항을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하고 실거래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내용을 담았다. 신고 의무는 공인중개사를 통한 거래일 경우 공인중개사가, 임대인과 임차인이 직거래하면 임대인이 진다.
전·월세 가격의 변경이 있을 때도 변경 내용을 신고해야 한다. 임대차 신고제는 전국 임대차 실거래 정보를 취합해 거래의 투명성을 높이고, 임차인에게 시의성 있는 시세 정보를 제공하는 데 목적이 있다. 또 신고와 함께 임대차 계약서까지 제출하면 임차인의 대항력이 발효되는 확정일자가 자동으로 부여된다. 국토부는 임대차 신고 관리 및 데이터베이스 검증 등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또 행정안전부와 서울시 등 지자체는 전입신고 양식을 개정해 전·월세 계약의 구체적인 내용을 추가할 예정이다.

기존 임대주택 사업자, 등록기간 세제혜택 유지
이와 함께 정부는 기존 민간임대주택 사업자에 대한 소득세·법인세·종합부동산세 세제혜택을 임대등록기간 동안 유지하는 등 주택임대사업자 보완책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의무임대기간이 경과하기 전에 자진·자동 등록 말소하는 경우 그동안 감면받는 세금을 추징하지 않는다. 또 의무임대기간의 절반만 채우면 임대주택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를 하지 않고, 거주 주택에 대한 양도세 비과세도 적용해주기로 했다.
기획재정부는 8월 7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개정에 따른 임대주택 세제지원 보완조치’를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기존 민간임대주택 사업자가 등록 말소 시점까지 안정적으로 임대사업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8월 4일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 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단기 민간임대주택 및 아파트 장기일반 매입임대주택 유형이 폐지됐다. 이에 따라 폐지 유형의 사업자 자진등록 말소가 허용되고, 최소 임대기간이 경과하면 자동으로 등록이 말소된다. 이에 정부는 이번에 폐지한 단기임대(4년)와 아파트 장기 매입임대(8년)에 대해 임대등록기간에 받은 임대소득에 대한 소득세·법인세 및 임대주택 보유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세제혜택을 유지해주기로 했다. 아울러 의무임대기간 미충족 시에도 거주 주택에 대한 1세대 1주택 비과세가 적용된다. 자진·자동 등록 말소로 인해 의무임대기간을 충족하지 않더라도 임대사업자의 거주주택을 임대주택 등록말소 후 5년 내 양도하는 경우 1세대 1주택 양도세 비과세를 인정한다. 정부는 이 같은 보완 조치를 입법예고, 국무·차관회의 등을 거쳐 9월 초 국회에 제출하는 등 법령 개정 절차를 거쳐 시행할 예정이다.
임대차 관련 새 제도가 안착하려면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자신의 정확한 권리와 의무를 알아야 한다. 정부는 새로운 제도 도입에 따른 시장의 혼선을 막기 위해 유관기관과 공인중개사협회 등에 법 개정 내용의 해설서를 배포하고, 분쟁 조정 능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새 제도에 대한 상담을 받으려면 국토부 민원 콜센터(1599-0001), 대한법률구조공단(국번 없이 132), 서울시 전월세보증금지원센터(02-2133-1200~8), 경기도 임대차 즉시전화상담(031-8008-2246) 등으로 연락하면 된다. 정부는 또 현재 전국 여섯 곳에만 있는 분쟁조정위원회를 단계적으로 늘려 인구 50만 이상 도시에는 최소 한 곳 이상이 설치될 수 있게 할 방침이다.

박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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