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은 잡고, 내집 마련 기회는 늘리고

2020.08.17 최신호 보기



부동산 투기를 차단하기 위해 정부가 전방위로 ‘묘수’를 짜내고 있다. 다주택 보유자 세제 강화 등 강력한 주택 투기 수요 억제 대책과 세입자 보호제도 완비 그리고 예상을 뛰어넘는 주택공급 대책을 내놓으면서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발 벗고 나선 것이다. 여기에 9억 원 이상 고가주택의 자금출처 상시 조사와 개발 예정지역 집값이 과열 조짐을 보이면 기획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도 내놨다. 이와 함께 부동산 대책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부동산 시장 감독기구’ 설치도 검토할 계획이다. 부동산 세법 강화와 함께 공급 확대 대책, 감독기구 설치 검토까지 나온 만큼 집값 안정의 일대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8월 10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주택 문제가 당면한 최고의 민생 과제”라며 “정부가 책임지고 주거의 정의를 실현해 나가겠다. 실수요자는 확실히 보호하고 투기는 반드시 근절하겠다는 것이 확고부동한 원칙”이라고 말했다.
앞서 국회는 8월 4일 본회의를 열어 부동산 관련 11개 법안을 일제히 통과시켰다. 고가·다주택자 부동산에 대해 종합부동산세를 비롯해 보유, 양도, 취득 과정의 세금 부담을 크게 강화하는 내용이다. 임대차 보호 관련 법과 부동산 세법 개정에 이어 주택공급 대책까지 나오면서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사실상 일단락됐다.
이처럼 최근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불로소득 환수 ▲투기수요 차단 ▲주택공급 물량 최대한 확보 ▲세입자 보호 등 4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주택·주거 정책의 종합판’으로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정부 대책에 대해 “부동산 투기의 시대를 끝내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담았다”며 “군 골프장 등 획기적 공급대책도 마련했고, 임대차보호법의 획기적 변화로 임대인과 임차인의 기울어진 관계를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정부 대책의 효과에 대해선 일단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문 대통령은 “종합대책의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과열 현상을 빚던 주택시장이 안정화되고 집값 상승세가 진정되는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며 “앞으로 이런 추세가 더욱 가속화되리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주택을 시장에만 맡겨두지 않고 세제를 강화하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세계의 일반적 현상”이라며 “이번 대책으로 보유세 부담을 높였지만 다른 나라보다는 낮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 같은 대책에도 여전히 집값 불안이 가라앉지 않으면 언제든 더 강력하고 신속한 추가, 보완 대책으로 투기 차단에 나선다는 각오다. 문 대통령은 “임차인 보호도 주요국에 비하면 한참 부족하다”며 “주택을 투기 대상이 아닌 복지 대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제도 변화에 국민의 불안이 크다. 정부는 혼선이 없도록 계속 보완을 해나가겠다”며 “중저가 1주택자에 대해서는 세금을 경감하는 대책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8월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주택 공급이 아무리 늘어나도 불법거래, 다주택자들의 투기 등을 근절하지 않으면 부동산시장은 안정되기 어렵다”며 “9억 원 이상 고가주택의 매매 자금출처가 의심되는 거래에 대해 상시 조사하고 결과를 주기적으로 공표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앞으로 기재부,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 금융위원회 등 관계기관 합동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매주 열어 시장 점검과 불법행위 차단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응 정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강력한 주택 투기수요 억제 대책에 이어 이번에는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주택공급 대책이 나왔다.
정부는 8월 4일 발표한 ‘서울 권역 등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방안’(이하 8·4대책)에서 2028년까지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에 공공분양 중심의 주택 13만 2000호 추가 공급 계획을 밝혔다. 이로써 정부가 확보한 수도권 주택공급 계획 물량이 26만 호를 넘어서게 됐다. 8·4 대책은 집값 불안을 해소하고 무주택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기회를 넓히는 데 초점을 맞췄다.
추가 공급되는 주택은 계획 단계부터 공공의 이익을 우선하는 방식으로 추진되고, 기반 시설이 잘 갖춰진 도심이나 대규모 공공택지에 들어선다는 것이 특징이다. 정부는 공급 물량의 50% 이상이 생애최초주택 구입자, 청년·신혼부부 등에게 분양 기회가 돌아가도록 하거나 공공임대주택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서울 권역을 중심으로 실수요자를 위한 양질의 주택이 지속적으로 공급된다는 견고한 믿음을 국민께 제시한다는 자세로 이번 대책을 마련했다”고 소개했다. 8·4대책의 세부 내용과 기대 효과 등을 알아본다.

코로나19의 충격으로 경기는 식었지만 주택시장은 뜨거웠다. 특히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집값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감정원의 부동산통계정보시스템(R-ONE)을 보면, 7월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7.5% 올랐다. 단순히 공급 부족에 따른 현상으로 보기 어렵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 동안 수도권 아파트 입주 물량은 연평균 16만 1000호에 이른다. 2000년부터 2019년까지 지난 10년 동안 연평균 14만 3000호보다 12.7%나 많은 물량이다.
이런 공급 증가에도 집값이 오르는 이유는 시장에 유입되는 투기 수요 때문이다. 정부는 대출 규제 지역과 대상을 확대하고 부동산 세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6·17대책과 7·10대책으로 투기 수요를 억제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구축했다. 이제는 공급 부족 우려를 확실히 없애고 2023년 이후의 주택 수요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정책 의지와 능력을 보여야 한다.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마련한 배경이다. 정부가 2020년 들어 발표한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물량은 8·4대책의 신규 물량 13만 2000호를 포함해 모두 26만 2000호에 이른다.

공공참여형 재건축·재개발로 7만 호 공급
8·4대책에서 물량 기준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공급 확대 방식은 ‘공공참여형 고밀도 재건축·재개발’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공기관이 참여한 가운데 서울 도심 재건축·재개발사업의 공공성을 강화해 2025년까지 7만 호 이상의 주택을 공급한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공공 재건축 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해당 지역 소유자 조합원의 3분의 2 이상 동의가 필요하다.
조합은 공공기관이 자금 조달과 사업 설계 등을 지원하는 공공관리 방식, 조합과 공공기관이 지분을 공유하는 지분 참여 방식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정부와 서울시는 공공참여에 동의하는 재건축 사업장에 대해 용적률을 300~500% 수준으로 완화하고, 층수도 최대 50층까지 허용하기로 했다. 대신 증가한 용적률의 50~70%에 해당하는 주택 물량은 공공기관이 기부채납 방식으로 환수받아 장기공공임대나 공공분양으로 활용한다. 공공 고밀 재건축을 통한 공급 확대 계획 물량은 5만 호다.
재개발의 경우 이미 정비 구역으로 지정된 곳이 아니라 정비 예정 또는 해제 구역에서 공공참여형 재개발을 활성화해 2만 호 이상의 주택 공급을 추진한다. 과거 뉴타운 단지 등 정비 구역으로 지정됐다가 사업 지연으로 해제된 구역이 서울시 일대에는 179곳이 있다. 이 가운데 80%가 넘는 145곳이 강북 지역에 몰려 있다.
LH나 SH가 시행자로 참여하는 공공 재개발은 해당 지역 주민에 대한 쾌적한 주거 공간 제공이 1차 목표다. 공공의 참여로 사업 투명성이 높아지고 추진 속도 또한 높일 수 있다. 층고 제한과 용도 기준 완화, 용적률 상향, 분양가상한제 적용 제외 등의 당근책도 제공된다. 대신 재개발 주택의 조합원분을 제외한 물량의 50%는 공공임대주택으로 활용된다. 서울시는 노후 공공임대단지의 재정비를 위한 시범사업도 2020년 안에 3000호 규모로 추진할 계획이다.

태릉골프장 등 공공부지 활용 3만 호 이상
주택 실수요자들이 선호하는 곳에서 주택 공급은 부지 확보가 늘 난제다. 서울에서는 특히 신규 부지를 확보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8·4대책에서는 정부가 3만 3000호 규모의 주택 공급이 가능한 택지를 발굴했다. 도심 내 군 소유 부지, 공공기관 이전에 따른 유휴부지, 공공기관 미매각 부지, 공공시설 복합개발단지 등 가용 자원을 최대한 끌어모았다.
군 부지로는 서울 노원의 태릉골프장과 용산의 캠프킴에서 각각 1만 3100호씩의 공급 계획이 잡혔다. 정부는 태릉골프장의 주택단지 개발이 미니 신도시급임을 고려해 교통개선 대책도 마련했다. 경춘선 상봉~마석 구간의 열차를 추가 투입하고, 인근 화랑로 확장과 화랑대사거리 입체화, 용마산로 지하화 등을 추진한다. 북부간선도로의 목동IC~신내IC 구간은 6차로에서 8차로로 확장할 예정이다. 또 자족 기능을 위한 업무·상업 시설, 공원 등 주민 편의 증진을 위한 생활SOC(기반시설) 조성 계획도 서울시와 함께 곧 확정할 계획이다.
LH가 미군으로부터 반환받기로 되어 있는 용산 캠프킴의 경우 100% 공공주택을 짓는다. 전체 물량의 30%는 신혼부부 특별공급으로, 25%는 생애최초주택 구입자에게 돌아갈 전망이다. 공공기관 부지를 활용한 주택 공급으로는 정부 과천청사 일대(4000호), 마포 서부면허시험장 복합개발단지(3만 5000호), 상암 디지털미디어센터(DMC)단지 내 미매각 부지(2000호), SH의 마곡지구 미매각 부지(1만 2000호), 서초구의 서울지방조달청 이전 부지(1000호) 등이 비교적 큰 규모여서 눈길을 끈다.
정부는 이미 복합개발 계획이 확정된 강남 서울의료원 부지와 용산 철도정비창 부지도 용도 상향 조정과 고밀화 개발을 통해 주거 시설을 확장하기로 했다. 서울의료원 부지에서는 기존 800호에서 3000호로, 철도정비창 부지는 8000호에서 1만 호로 주택 공급이 늘어난다. 모두 38만 3000호 규모로 예정된 3기 신도시의 전체 공급 물량은 40만 3000호로 늘리기로 했다. 사업 지구별로 용적률을 조금씩 더 높여 2만 호를 이번에 추가하는 것이다.

도심 공급 늘어나도록 다양한 규제 완화 추진
도시계획의 탄력적 운용과 규제 완화를 통한 도심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도 마련됐다. 역세권 준주거지역이나 상업지역에만 적용 가능한 복합용도 개발 지구 단위계획을 역세권 주거지역으로 확대하고 용적률을 최대 700%까지 완화하기로 했다. 이렇게 하면, 현재 100여 곳에 이르는 서울시 일대 역세권 일반 주거지역에서 다양한 주거 공간이 포함된 복합용도 개발의 유인이 생긴다.
민간사업자가 도심의 공실 상가와 사무실을 주거 용도로 전환해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데도 정부가 적극 지원에 나선다.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이란, 정부가 주택도시기금 출자 등으로 지원하고 민간사업자가 공공성에 맞게 임대하는 주택을 말한다. 정부는 공실 상가·사무실의 주거 용도 전환에 대해 사업자에게 리모델링 비용 융자, 주차장 추가 설치 면제 등의 혜택을 주는 대신 10년 이상 임대 의무기간, 임대료 상한, 주거 취약계층에 대한 우선공급 의무 등의 요건을 적용할 방침이다. 6개월 이상 장기 공실로 남아 있는 기존 공공임대주택은 입주 요건을 완화해 주거 공간 마련이 시급한 무주택자에게 공급하기로 했다.
8·4대책에서 주택공급 물량의 양적 확대보다 더 관심을 끄는 대목은 공급 내용의 질적 변화다. 이번 대책에 따라 기존보다 늘어나는 공급 물량의 50% 이상은 생애최초주택 구입자와 청년·신혼부부 등에게 공급된다. 홍남기 부총리는 “시장의 기존 대기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일반분양과 함께, 무주택 서민과 청년·신혼부부의 수요 등에 초점을 맞춘 공공분양과 장단기 공공임대 비중이 최대한 균형을 이루도록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정부는 7·10대책(주택시장 안정 보완대책)을 통해 무주택 실수요자의 생애최초 특별공급의 대상이 되는 주택의 범위와 공급 비율을 확대했다. 공공분양주택(국민주택)은 생애최초 특별공급 비율을 기존 20%에서 25%로 높였고, 공공택지에 짓는 민영주택에 대해서도 생애최초 특별공급 비율 15%를 신설했다.
또 특별공급의 혜택을 볼 수 있는 계층의 소득 기준을 국민주택의 경우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100% 이하로 유지하되, 민영주택은 월평균 소득 130% 이하로까지 넓혔다. 신혼부부 특별공급의 소득 기준 또한 완화했다. 달라진 청약 특별공급 제도는 당장 9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며, 2021년에는 태릉골프장 부지의 공공분양과 3기 신도시 사전 청약에도 적용한다.
생애최초주택 구입에 대해서는 7월부터 취득세 감면 혜택도 생겼다. 주택 취득세는 그동안 신혼부부에게만 주택가액 1억 5000만 원 이하일 경우 100%, 1억 5000만 원 초과~3억 원 이하(수도권은 4억 원 이하)는 50%씩의 감면 혜택이 부여됐다. 이를 연령이나 혼인 여부와 관계없이 생애최초주택 구입의 경우 모두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무주택 세대주가 생애 첫 주택을 구입할 경우 규제지역에 적용하는 대출 제한도 완화된다. 세대주의 연간 소득이 9000만 원 이하이고 구입 주택 가격이 6억 원 이하(조정대상지역은 5억 원 이하)면, 금융기관이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10%포인트 우대하는 방식이다.

시장 교란·불안 요인에 대해서는 엄정 대응
공공 주도의 대규모 주택공급은 일부 지역에서 개발 호재로 인식되어 시장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이런 상황이 일어나지 않도록 유관기관 합동으로 시장 동향을 면밀히 점검하며 시장 교란행위에 대해서는 엄정 대응하기로 했다. 또 재건축·재개발 추진 지역의 투기 수요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필요할 경우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등을 적극 검토할 방침이다.
무주택 서민에게 주택시장은 희망과 절망의 교차로다. 내 집 마련의 기회가 넓어지면 희망의 빛이 다가오는 것이고, 반대 흐름이 지속되면 절망의 늪에 빠져든다. 절망의 늪에서 벗어나 희망의 이정표를 제시하는 것은 정부의 역할이다. 집은 시장에서 거래하는 상품이기 전에 국민의 삶의 터전이다. 2020년 5월 이후 정부는 주택 수요와 공급을 아우르는 굵직한 대책을 잇따라 내놓았다. 앞으로는 대책의 실행력을 높여 실수요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
홍남기 부총리는 “부동산시장 안정은 최대의 민생 정책이고 최우선 정책 영역”이라며 “주택이 삶의 공간이라는 본연의 목적으로 활용되어 내 집 마련 걱정이 없는 사회가 앞당겨 실현될 수 있도록 정부는 총력을 기울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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