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확대 어떻게 볼 것인가?정부가 2022년부터 10년 동안 의과대학 정원을 현재보다 한 해 최대 400명을 늘리기로 했다. 현재 의대 정원은 3058명이지만, 2022년부터는 최대 3458명을 선발한다는 계획이다. 이 정책이 시행되면 2030년 초반에는 한 해 의사 수가 400명씩 늘어나게 된다. 이에 대해 의사 단체들은 병원에서 근무하는 전공의들의 파업이나 개원가의 한시적 폐업 같은 수단을 동원해 저지한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의료 전문가인 의사들과 별도의 협의 없이 의대 정원 증원을 밀어붙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의사들의 이 같은 반대에도 정부가 의대 정원을 늘리는, 즉 의사 수를 증가시키는 정책을 펼친 배경과 앞으로 전망에 대해 알아본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직결되는 보건의료는 국가의 중요한 정책 분야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통계는 잘 갖춰진 편이다.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은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 인력이나 병상 수 등 여러 보건의료 자원에 대한 통계를 해마다 집계하고 있기 때문에 국가 간 비교도 쉽게 할 수 있다. 이런 통계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는 병상 수와 병원에 입원한 기간은 상대적으로 많고 길지만 의사와 간호사 수는 다른 나라에 견줘 적은 것으로 나타난다.
우선 인구 1000명당 병상 수는 2017년 기준 우리나라가 12.3개로 OECD 회원국 평균치인 4.7개보다 두 배 이상 많다. OECD 회원국 가운데 우리나라보다 많은 나라는 일본으로 13.1개이며, 3위인 독일의 경우에는 8개로 차이가 벌어진다. 최신의 의료기술을 자랑하는 미국도 2.8개로 우리나라의 4분의 1 수준이다.
이와 함께 병원에 입원한 기간(재원 일수)이나 외래 방문 횟수도 우리나라가 OECD 회원국 가운데 최상위권인데 재원 일수의 경우 우리나라는 1년 동안 18.5일로 평균치인 8.2일보다 두 배 이상이다. 외래 방문 횟수는 연평균 16.6일로 역시 회원국 가운데 최상위권이며, 평균치인 7.1일보다 훨씬 많다.
하지만 의료 인력은 다른 나라에 견줘 훨씬 적다. 환자를 진료하는 임상 의사의 경우 우리나라는 인구 1000명당 2.3명으로 OECD 평균치인 3.4명에 견줘 크게 낮을뿐더러 최하위권이다. 독일, 노르웨이, 스웨덴 등 유럽 국가들은 인구 1000명당 4명을 넘기고 있으며 일본, 미국, 멕시코 등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수준인 2.4~2.6명대를 기록하고 있다. 간호사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인데 우리나라는 인구 1000명당 6.9명으로 OECD 평균치인 9명에 비해 크게 낮으며 역시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권이다.
의사·간호사 등 보건의료 자원에 대한 통계를 종합해보면, 다른 나라에 비해 인구 대비 입원한 환자나 외래환자 수는 훨씬 많지만 이들을 진료하고 돌보는 의사·간호사 수는 적어 의료인의 중노동이 예측되거나 환자들이 제대로 된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지역별 의사 편중 현상도 심각
다행히 우리나라의 인구 대비 의사 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2009년의 경우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1.7명에서 2017년 2.3명으로 증가했다. 앞으로 10~20년이 지나면 OECD 평균치에는 근접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인구 고령화 등으로 만성질환을 앓는 환자가 많아지고 동시에 건강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크게 늘어나 다양한 의료 서비스가 제공돼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에 대비할 의료 인력이 충분히 확보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의 계획은 일정 기간, 즉 10년 동안 의사 수를 늘리는 것인데 이는 현재 의사 인력 배치의 편중이 심각한 점을 단기 대책으로라도 해결해나가겠다는 점에 초점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의사 분포를 지역별로 분류하면 서울 등 수도권이나 대도시는 그래도 의사가 많은 편인데, 지방으로 가면 형편없이 낮아진다. 보건복지부 자료를 보면 서울의 경우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3.1명으로 전체 평균치보다 크게 높지만, 경북이나 충남의 경우 각각 1.4명, 1.5명으로 서울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진료과별 편중도 심한데, 각 대학병원에서 전공의를 뽑을 때 비뇨기과, 외과 등 일부 외과계와 감염내과 등 일부 내과계, 생리학이나 예방의학 등 기초 과목은 지원율이 매우 낮거나 아예 ‘0’인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대처에 꼭 필요한 감염내과 전문의는 현재 활동 의사 10만 명 가운데 277명에 그치고, 소아들의 외과 수술을 담당하는 소아외과 전문의는 48명에 그친다. 앞으로도 코로나19 같은 신종 감염병의 유행이 자주 그리고 계속될 것으로 예측되는데, 당장 이에 대처할 의사 인력도 부족한 상황이라 정부가 단기 대책이라도 내놓은 것이다.
공공 및 지역 배치 유도 정책 뒤따라야
의대 정원 증가가 공공의료나 지방의료, 그리고 꼭 필요하지만 의사들이 찾지 않는 진료과 의사의 확충으로 곧바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우려가 있다. 실제 과거에 의대 정원을 늘리면서 서울이나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 의대를 설립했지만, 의료 인력의 수도권 쏠림 현상을 해결하지는 못했다. 또 공공의료 등의 영역에서 일할 의료 인력의 확충에도 역시 부족했다.
이런 이유로 이번 대책에서는 의대에 지원할 때부터 지역 의사로 활동할 인력을 선발하는 안 등이 포함돼 있다. 지역 의사 선발 전형으로 뽑고 이들에게는 국가와 지방정부가 장학금을 주면서 교육해 의대 졸업 뒤 10년 동안은 지역에서 일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단순히 지방에 의대를 설립할 때보다는 진일보한 정책이지만, 단지 지역 의사 계약을 어길 때 장학금 환수 및 면허 취소와 같은 징계로 이를 담보하겠다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지역 의사 등 의사 수 증가 정책과 함께 현재의 의료 인력 편중 상황을 면밀히 검토해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는 의료 현장에서 일하는 의사들과 진료를 받는 환자들, 즉 국민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해결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
김양중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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