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31일은 진정한 임차인 주거복지 정책의 첫발을 뗀 역사적인 날이다. 1981년 유명무실한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제정된 후 무려 39년 만의 일이다. 이번에 통과된 임대차 관련 법은 ‘2년+2년 총 4년 거주 권리를 보장하는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 임대료 5% 상한제, 전월세 신고제’가 주요 내용으로 향후 무주택 서민의 주거복지 안정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특히 개정법 부칙에 “이 법 시행 당시 존속 중인 임대차에도 적용한다”고 명문화해 소급 적용 여부에 대해 분명히 한 것은 시장의 혼돈을 최소화한 시의적절하고 선명한 정책이었다. 1989년에는 임차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개정하면서 소급 적용을 하지 않아 전국에 전세난민, 전세대란이 발생하기도 했다. 정부와 집권여당이 이런 사태를 인지하고 사전에 철저히 예방한 것은 국민의 입장에 선 진정한 공익을 위한 정책결정이었다.
무주택 국민 주거복지 안정의 큰 발걸음
1981년 처음 제정된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실효적인 임차인 보호에는 역부족이었다. ‘임대차보호법 있으나마나’ ‘YMCA·학계 등 개정안 촉구’ ‘전세입자 피해자 속출’. 1988년 당시 언론에 보도된 기사들의 제목이다. 매년 몇천 건의 임대차 관련 분쟁소송이 이어지고 사회문제로 심화하며 여론이 들끓자, 결국 1989년 임차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하는 개정안이 통과돼 1990년 1월 1일부터 시행되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여전히 임대인의 권리에 치중되었고 임차인의 주거 안정이라는 목표에는 한계가 드러날 수밖에 없었다. 국내 2000만 가구 중 45%인 845만 가구가 허울만 임차인 보호라는 법 테두리에서 임대차계약 후 1년이 지나면 다음 이사를 걱정하고, 인상된 보증금을 마련해야 하는 등 취약한 주거환경에 노출된 채 31년이 흐른 것이다.
그동안 이에 대한 개정 논의는 여야 할 것 없이 수없이 있었다. 2011년부터는 이번 개정된 내용과 유사한 수많은 주택임대차보호법 관련 법안이 발의되고 충분히 토론되었으나 이전 정부는 이를 철저히 외면해왔다. 유엔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위원회(The Committee on Economic, Social and Cultural Rights)는 임대료 인상 제한 부분과 임대차 갱신권 제도의 이행을 2013년부터 촉구했다.
임대차 관련 법의 시행으로 진정한 사회·주거복지 정책의 큰 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최소 4년 안정적 거주와 임대료 인상 5% 제한’이라는 두 수레바퀴는 해당 경제주체들의 주거에 대한 심리적 안정은 물론 경제활동의 미래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게 해 발전적 경제활동을 이끌 것이다. 더불어 주거 안정과 주거비 부담 감소는 가처분소득 증가로 이어지고, 이는 경제활동에 긍정적 기제로 작용해 대한민국 경제의 선순환적 촉매제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2008년 주요 20개국(G20) 참여, 2019년 3월에는 전 세계에 단 7개국뿐인 ‘30-50클럽’(인구 5000만 명에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인 나라) 대열에 들어섰다. 2020년 6월에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요 7개국(G7)에 한국·호주·인도 등을 포함하는 G10 혹은 G11을 제안하기도 했다. G20 국격 상승 이후 12년 만에 대한민국은 세계를 이끄는 선진국 대열에 당당히 자리 잡은 것이다.
그런데 기쁘고 뿌듯한 마음을 잠시 접어야겠다. 이제야 임대차보호법의 2+2년 갱신, 전월세 임대료 5% 상한제가 시행되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가 수준과 ‘국격’에 맞는 사회복지 정책을 펼쳐왔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이제라도 제대로 된 첫걸음을 내디뎠다는 것은 그나마 위안이 된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은 혹시라도 이번 임대차 관련 법 통과로 모든 것이 해결된 것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앞으로 발전시키고 완비해야 할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임대차 보호 정책 첫걸음, 국격에 맞는 정책 필요
미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 스웨덴, 일본 등 대부분의 선진국은 임대료 인상과 계약갱신에 대해 특별한 사유를 제외하고 과도한 임대료 인상과 계약갱신 거절을 못하게 하는 긍정적인(포지티브) 정책규제를 해오고 있다. 유엔이 권고한 임대차 보호를 통한 주거권 추구 개념은 2+2 갱신권을 말한 것이 아니다. 특별한 사유를 제외하고 무제한적 갱신의 권리 부여와 표준임대료 상한제도를 통해 일부 자본주의 기득권의 약탈적 경제행위를 규제하고, 사회적 약자인 임차인의 주거권을 보장해 사회·경제 전반적으로 긍정적 사회를 유지·발전시켜 나가는 것이다.
정부는 이제 표준임대료 제도의 도입과 2+2가 아닌 연속적 계약 갱신제도의 도입에 박차를 가할 때다.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자본주의 논리라면 반대할 것이라고 예측되는 유주택자의 약 40%가 임대차 관련 법을 찬성했다. 우리 국민은 이미 더불어 사는 세상인 선진국 국민 의식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제 시장경제주의를 훼손하지 않고 임대인의 적정한 시장 논리를 침해하지 않는 수준에서 과감한 정책을 펼쳐나갈 때다. 행여라도 정치적 논리로 우물쭈물하다가는 역풍과 비난을 맞을지도 모른다. 조속한 시일 안에 표준임대료(공정임대료) 정책을 도입하고 나아가 최소 3년+3년, 아니 무제한적 계약갱신권제도가 정착되기를 기대한다.
이와 함께 정부의 서울 수도권 127만 호 공급 확대 정책이 한 치의 실수 없이 진행되길 바란다. 공급 확대 정책이 차질 없이 진행되면 청년들과 신혼부부를 포함한 모든 국민은 분명히 긍정적인 화답을 할 것이고 주거시장은 안정될 것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정책 효과는 여실히 나타날 것이며 대한민국은 제2의 경제성장 도약기를 맞이할 것이다.
한문도 연세대 정경대학원 금융부동산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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