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가 전국으로 확대된 8월 23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한겨레
“더는 못 버틸 거 같아서 다른 길 알아보라고 했어요. 힘들 때도 같이 버텨왔는데 너무 미안하죠.”
서울에서 커피숍을 운영하던 최 모 씨는 9월 3일 아르바이트생과 ‘마지막 회식’을 했다. 가게는 방과 후 학생들을 기다리는 학부모들의 사랑방 역할을 했다. 하지만 2020년 초 코로나19로 학교가 전례 없는 온라인 수업을 시행하면서 단골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최 씨는 아르바이트생에게 “월급을 제대로 주기 힘든 상황”이라고 솔직히 털어놨다.
6~7월 국내 확진자 수가 눈에 띄게 줄고, 학교가 서서히 오프라인 수업을 재개하면서 손님들의 방문이 조금씩 늘었다. 희망도 잠시, 8월 15일을 기점으로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상황은 다시 악화됐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격상 후 최 씨는 휴업을 결정했다. 아르바이트생에게 “빨리 각자 다른 길을 찾는 게 낫겠다”고 말하고, 자신은 배달 일을 나가기로 했다. “정부가 대책 을 준비한다는 뉴스를 봤어요. 사업주도 그렇고 함께 일하는 아르바이트생한테도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지원이 있었으면 합니다.”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에 있는 한 화장품 가게에 긴급재난지원금 사용가능 매장 안내문이 붙어있다.| 한겨레
‘코로나 보릿고개’를 겨우 버티던 자영업자·소상공인이 신음하고 있다. 코로나19가 반년 넘게 이어진 데다 8월 15일을 기점으로 상황이 다시 악화되면서 폐업하는 점포도 늘고 있다. 실제 소상공인연합회가 8월 31일부터 9월 3일까지 도·소매업, 외식업, 개인서비스업 등에 종사하는 전국 일반 소상공인 총 3415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중 50.6%는 “사업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폐업을 고려 중”이라고 답했다.
서울에서 가장 번화했던 명동 거리에서도 ‘폐업’ 문구는 흔히 접할 수 있다. 남대문시장에서 3대째 관광객들에게 홍삼과 건강식품을 팔던 한 점포도 최근 문을 닫기로 했다. 한 달 내내 가게를 지켜도 수지를 맞추기는커녕 매출이 임대료의 5%도 안 되는 상황이었다.
소상공인 68.5% “재난지원금 선별 지급 원해”
자영업자·소상공인을 위한 긴급 수혈이 절실한 시점에서 정부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 프리랜서 등 고용 취약계층에 긴급 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를 위해 7조 8000억 원 규모의 4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을 편성하기로 했다. 5월 1차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 대상으로 지급했지만 이번에는 상대적으로 더 큰 어려움을 겪는 계층에 지원을 집중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현장에선 이 소식을 반기는 분위기다. 실제 소상공인연합회 설문에 따르면 소상공인들은 2차 재난지원금에 대해 96.1%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고, 68.5%가 선별 지급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번 사태 관련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정책에서 우선순위가 되어야 할 것으로는 ‘소상공인 긴급경영안정자금 대출 실시’가 35.4%로 가장 높게 조사됐다. 또한 ‘별도의 소상공인 재난수당 지원’과 ‘임대료 지원’이 각각 26.1%, 22.3%로 나타났다.
경기도 성남시에서 고깃집을 운영하고 있는 송 모 씨의 경우 임대료 지원이 절실하다. 그의 가게는 8월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이하 2.5단계) 시행 이후 하루 매출이 10만 원을 채 못 넘기고 있다. 2단계 시행으로 일반음식점·휴게음식점·제과점은 밤 9시까지 매장 영업을 할 수 있고, 밤 9시부터 다음 날 새벽 5시까지는 포장·배달 주문이 가능했지만 고깃집 특성상 포장·배달이 쉽지 않았다. “정부가 국민 안전을 먼저 고민한 건 당연한 일이어서 최근 거리두기 지침에도 적극 협조했다. 이젠 자영업자한테 맞춤한 지원을 기다리고 있다. 임대료를 보증금에서 제하고 있는데 이러다 보증금 한 푼도 안 남게 생겼다. 무엇보다 초저금리 대출 지원이 있으면 좋겠다.” 송 씨가 전한 바람이다.
경기도 수원시에서 떡집을 운영하는 고 모 씨는 “운영 여건이 좋은 업주가 지원을 받거나, 반대로 어려운 상황인데 지원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없게 해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서울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 모 씨는 “내가 운영하는 카페 등 중위험 시설도 힘든 상황이지만 헬스장·PC방·노래방 등 상대적으로 초기에 큰돈을 투자했을 고위험 시설에도 각별히 신경을 써줘야 한다”고 말했다.
59년 만의 네 차례 추경, 맞춤형 지원 이어져
이번 추경안까지 더해 정부가 1년에 네 차례 추경을 편성하는 것은 1961년 이후 59년 만이다. 정부는 2020년 3월 대구·경북 지원 등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11조 7000억 원 규모의 첫 추경을 편성했다. 4월에는 4인 가구 기준 최대 100만 원의 전 국민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 위해 12조 2000억 원 규모의 2차 추경을 집행했다. 경제적 어려움이 계속되자 7월에는 역대 최대인 35조 1000억 원 규모의 3차 추경에 들어갔다.
정부는 추경을 통해 다양한 계층에 맞춤형 지원을 계속 해오고 있다. 그 중심에는 코로나19로 큰 피해를 본 자영업자·소상공인도 있다.
고용노동부는 기존 일자리안정자금 지원액에 더해 추가 지원금 신청을 10월 5일까지 받고 있다. 2020년 4월부터 코로나19로 경영상 어려움을 겪는 영세 사업주의 경영 부담 경감과 저임금 노동자 고용안정을 위해 3월(2월 근로분)~6월(5월 근로분) 4개월에 대해 한시적으로 일자리안정자금을 승인한 노동자를 대상으로 추가 지원금을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자세한 문의는 근로복지공단 콜센터(1588-0075)나 지역 근로복지공단으로 하면 된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청년·장애인·여성 기업 중 대표자(공동대표 중 1인)의 NCB개인신용평가등급이 7등급 이하면서 코로나19 관련 1~2차 소상공인 금융지원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지 못한 경우 등 일정 조건에 해당하면 업체당 최대 1000만 원 이내(대출금리 연 2.9 %(고정))로 대출도 해준다. 문의는 중소기업통합콜센터(대표전화 1357)로 하면 된다.
3월 23일부터는 신용회복위원회 채무 재조정(워크아웃)을 이행 중인 채무자 중 코로나19로 인한 소득 감소가 인정되는 이들을 대상으로 신용회복위원회 조정채무의 상환을 6개월간 유예해주는 지원 프로그램이 개시됐고, 3월 12일부터는 한국자산관리공사를 통해 국민행복기금 및 자산관리공사 채무자에 대한 상환유예도 진행 중이다. 한편, 서민금융진흥원을 통해 미소금융 이용자에 대한 상환유예 금융지원 프로그램도 3월 17일부터 시작했다. 신용회복 프로그램은 코로나19 위기경보 해제 시까지 신청할 수 있다.
긴급 고용안정지원금 지급액 2조 원에 달해
중소벤처기업부는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 점포 재개장 지원 사업을 통해 확진자 방문으로 일시 폐업한 점포에 최대 300만 원, 매출 없이 일정 기간 휴업한 점포에 최대 100만 원을 지원 중이다.
정부는 전기료·세금에 대한 지원책도 펼쳤다. 한국전력공사는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4~6월 총 3개월 치 전기요금 납부를 3개월씩 유예했다. 세금과 관련해선 세금 체납액 500만 원 미만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압류 등 체납처분을 2020년 6월 말까지 유예하고, 연 매출 8000만 원 이하 소상공인을 대상으로는 부가가치세 납부세액을 2020년 말까지 간이과세 수준으로 경감해주기로 했다.
신용등급 4등급 이하 저신용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은행과 보증기관을 거치지 않고 신용만으로 대출할 수 있는 1차 긴급대출 프로그램 가동에 이어 5월 18일부터는 최대 1000만 원을 빌릴 수 있는 10조 원 규모의 2차 소상공인 금융지원을 개시했다. 2차 금융지원 상품 금리는 연 3~4%로, 대출 창구는 1차와 달리 6대 시중은행으로 일원화했다.
한편 특고, 프리랜서, 영세 자영업자, 무급휴직 근로자 등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을 대상으로 6월 1일부터 7월 20일까지 코로나19 긴급고용안정지원금(3개월간 50만 원씩 2회)도 지급했다. 9월 7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긴급 고용안정지원금 지급액은 9월 4일 기준 거의 2조 원(1조 9654억 2100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긴급 고용안정지원금으로 편성된 예산인 1조 5100억 원을 뛰어넘는 규모다. 고용부는 여기에 예비비 4000억 원을 추가 투입한 상태다.
김청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