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용적 고용→역량 향상→복지 증진→안전’ 선순환 위해

2020.09.14 최신호 보기
사람투자 왜 중요한가?
세계경제포럼(WEF)은 코로나19 대유행이 사회경제적 불평등의 심각성과 폐해를 극명하게 드러냈다고 지적하면서 이 가운데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 5개 분야(녹지 접근성, 건강 불평등, 디지털 격차, 근무환경 격차(원격근무 가능 여부), 장애로 인한 불평등)를 선정했다. 이번 한국판 뉴딜에는 이러한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한 방안들이 필요하다. 그린 뉴딜을 통해 녹지 접근성과 건강 불평등을 완화하고, 디지털 뉴딜을 통해 디지털 격차나 근무환경 격차를 줄여야 한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더욱 증폭되는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그린 뉴딜이나 디지털 뉴딜에 앞서 ‘사람투자’가 필요하다.
1929년 미국의 주식시장 폭락 등으로 세계 대공황이 시작되었다. 기업들은 줄도산했고, 미국에서는 근로자 네 명당 한 명이 실업을 경험했다. 이런 국가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당시 미국이 제시했던 것이 ‘사회·경제 위기 해결을 위해 정부의 적극적 개입에 대한 국민과 새로운 합의’, 즉 우리가 알고 있는 ‘뉴딜 정책’이다.
미국의 뉴딜 정책은 후버댐 건설 같은 대규모 관급공사 발주 등 경제의 단기적인 회복을 위한 경제회복 프로그램을 쏟아냈다. 하지만 그 저변에는 노동시장 안전망 확충과 사회보장 안전망 강화라는 ‘노동 뉴딜’이 깔려 있었다. 미국의 노동3권 보장의 근거가 되는 1935년 미국 전국노동관계법(NLRA, 와그너법)도 당시 뉴딜의 일환이었다.
 
위기 상황에 더 취약한 고용 취약계층
2019년 말 시작된 코로나19로 지금 전 세계는 유례없는 위기를 겪고 있다. 세계 경제가 코로나19로 인해 얼어붙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가 간 이동은 매우 제한적이고, 일부 국가는 국가 내 이동도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런 경제위기 속에서 모든 근로자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특히 해고 위험성에 더 많이 노출된 고용 취약계층,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있는 자영업자, 특수형태근로종사자,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자 등이 더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우리나라는 고용·사회안전망이 서구 선진국에 비해 아직 약하기 때문에 코로나19로 촉발된 경제·고용 위기에 더 취약한 구조다. 이번 코로나19가 이러한 고용 취약계층이 위기 상황에서 더 약할 수 있고, 따라서 더 많은 보호가 필요하다는 교훈을 주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코로나19 위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얼어붙은 경제의 수레바퀴를 굴러가게 할 새로운 타개책, 즉 ‘한국판 뉴딜’이 필요하다. 현재의 위기 상황에서 실직자와 저소득층을 구제(relief)하고, 산업과 경제를 회복(recovery)하고, 고용 회복을 위한 다양한 제도를 개혁(reform)할 수 있는 한국판 뉴딜이다.
그리고 한국판 뉴딜이 정착하고 지속가능한 효과를 보이려면 ‘포용적 고용-역량 향상-복지 증진-안전’의 선순환 구조를 가진 사람중심의 뉴딜, 즉 사람투자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확보하는 뉴딜, 고용 유지와 고용안전망을 강화하는 뉴딜, 포용적 고용시스템으로 전환하는 뉴딜, 미래의 기술 환경에 적응하고 역량을 향상시키는 뉴딜을 통해 사람에 대한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정책 추진 과정에 사회적 합의가 중요
이를 위해 먼저 고용보험 강화 등 고용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위기 때 고용을 최대한 유지할 수 있도록 하고, 실업이나 소득 감소에도 최대한 대응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둘째, 국민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평생학습을 통해 변화하는 세상과 기술에 적응하면서 고용 역량을 유지·강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참살이(웰빙) 중심의 복지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탄력적 소득보장제도를 설계해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고, 상병수당 제도를 도입해 국민이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작업장을 만들어야 한다. 넷째, 국민 안전을 증진해야 한다. 비대면 돌봄 서비스를 확대하고 산업안전 체제를 강화해 국민이 건강하게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일터 혁신과 청년복지 강화다. 일터 혁신을 통해 효율적이고 공정한 일터를 만들고,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개혁해 청년들이 능력을 발휘하며 일할 수 있는 노동시장을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한국판 뉴딜과 사람투자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합의를 이뤄나가는 일 또한 중요하다.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다 보면 그 과정에서 이익을 보는 집단과 손해를 보는 집단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이익을 보는 집단이 그 이익을 사회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방안을 통해 손해 보는 집단의 손해를 메워주어야 한다. 이렇게 국민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국판 뉴딜과 사람투자에 대한 사회적 지지를 얻어 정책의 추진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오계택한국노동연구원 기획조정실장(임금직무혁신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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