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극복 위해 선택의 여지없는 확장적 재정

2020.09.14 최신호 보기
2021년 예산안이 발표됐다. 2021년 예산안은 2020년 코로나19의 충격으로 위축된 경제를 빠르고 강하게 회복하는 데 중점을 두고 편성된 것으로 보인다. 회복 조짐을 보이던 경제가 8월 중순부터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다시 어려워지고 있다. 정부가 2021년에도 확장적 재정정책을 통해 경기회복을 이끌고자 하는 것에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정부는 2021년 예산안에 한국판 뉴딜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내용을 포함했다. 그리고 확장적 재정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한편 전략적 재원 배분, 지출 구조조정과 예산편성 방식의 혁신도 함께 추진할 계획이다.
2021년 총수입 예산은 483조 원으로 편성됐다. 2020년 본예산 481조 8000억 원 대비 0.3%(1조 2000억 원)가 증가한 것이며, 2020년 3차 추가경정예산 470조 7000억 원 대비로는 2.6%(12조 3000억 원) 늘어난 수준이다. 법인세 부진 등으로 국세 수입은 2020년 본예산 대비 3.1%(9조 2000억 원) 감소하고, 국세 외 수입은 사회보장성기금 수입 확대 등으로 2020년 본예산 대비 5.5%(10조 4000억 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2021년 총지출 예산은 555조 8000억 원으로 편성됐는데, 이는 2020년 본예산 512조 3000억 원 대비 8.5%(43조 5000억 원), 2020년 3차 추경 546조 9000억 원 대비로는 1.6%(8조 9000억 원) 증가한 규모다. 코로나19 극복과 한국판 뉴딜 추진을 위해 확장적 재정정책의 기조를 유지하다 보니 재정수지 및 국가채무는 2019년보다 악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수지 적자는 5.4%로 2020년 본예산보다 1.9%포인트 악화하고, 3차 추경보다는 0.4%포인트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GDP 대비 국가채무는 46.7%로 2020년 본예산 대비 6.9%포인트 증가하고 3차 추경 대비 3.2%포인트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예산편성 혁신으로 재정운용 효율성 높여
2021년 총지출에서 산업·중소기업·에너지 분야와 환경, 연구개발(R&D) 분야의 지출은 특히 큰 비율로 증가한다. 산업·중소기업·에너지 분야에서는 22.9% 지출이 증가할 것이다. 환경 분야는 그린 뉴딜 투자, 생활환경 개선 등을 위한 투자 확대로 16.7% 지출이 증가한다. R&D 분야는 미래 첨단 혁신기술에 대한 집중적 투자 확대로 12.3%, 사회간접자본(SOC) 분야는 SOC 디지털화, 노후 SOC 안전투자 확대 등으로 11.9% 증가할 것이다.
총지출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보건·복지·고용 분야 지출은 전년 대비 10.7% 증가하는데 그중에서도 일자리 분야 지출은 2020년 25조 5000억 원에서 30조 6000억 원으로 20% 증가한다. 문화·체육·관광, 농림·수산·식품, 국방, 외교·통일, 공공질서·안전 분야는 전체 총지출 증가율보다는 낮은 4~5% 수준으로 증가하며 교육 분야의 지출은 2020년보다 지출 규모가 2.2% 감소한다.
2021년 예산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분야로서 우선 한국판 뉴딜 투자 예산을 들 수 있다. 이 분야 예산의 80%인 17조 원을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 10대 대표과제와 사회안전망 강화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사회안전망 강화와 관련한 8대 과제에는 고용보험 사각지대의 생활 및 고용 안정, 산업안전과 근무환경 혁신 등의 내용도 포함된다.
정부는 또 일자리 유지와 창출을 위해 2021년에 8조 6000억 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고용유지지원금 대상을 2020년 2만 명에서 2021년 45만 명으로 늘려 1조 2000억 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농수산·문화·관광 분야 소비 창출을 위한 이용권(바우처)과 쿠폰 지원을 위해 4906억 원을 편성했다.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16조 6000억 원 규모의 예산을 편성했는데 여기에는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 혁신도시, 생활SOC 등의 핵심 과제가 포함된다.
정부는 확장적 재정지출 기조를 유지하는 한편 지출 구조조정과 예산편성 방식의 혁신을 통해 재정 운용의 효율성도 높일 계획이다. 우선순위가 낮은 사업을 감축하거나 폐지해 확보한 예산을 한국판 뉴딜 등 중점 분야에 재투자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2021년 예산에 대해 재정건전성 측면에서 우려의 시각이 존재한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침체가 심각하고 취약한 계층에 대한 재정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국가부채의 경제적 부작용을 우려해 재정 확장을 신중하게 해줄 것을 주문하고 있다.
그러나 2019년의 재정 기조도 매우 소극적 수준의 확장성을 보여주었으며 2020년 세 차례의 추경에서 결정된 60조 원 정도의 규모도 자세한 내용을 들여다보면 2020년 본예산에서 결정된 내용에 비해 지출의 총량은 약 30조 원 순증가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다른 30조 원 정도의 내용은 세입경정과 지출 구조조정으로 구성된다.
즉 코로나19로 인한 극심한 경제침체에도 세 차례의 추경으로 인한 재정지출 규모의 순증가가 약 30조 원 규모로 GDP의 1.5% 정도로 미국, 일본, 독일 등 주요 국가들의 재정지출 증가에 비하면 매우 조심스럽고 신중한 규모의 재정확장이었음을 알 수 있다.
 
경제위기 때 재정확장이 재정건전성 높여
경제에서 재정건전성에 대한 신중한 고려와 적극적 재정정책은 충돌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처한 저성장 환경에서 현재와 같이 건전재정을 유지하는 것보다는 조세수입 증대와 국가부채 확대로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고 사회 인프라 투자 등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이 장기적 경제성장률을 높일 수 있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이 권고한 내용이기도 하다.
최근에 이뤄진 유럽 경제정책연구센터(CEPR)의 연구는 트럼프 행정부의 코로나19 관련 소득지원(이전지출)의 경제적 효과를 분석하면서 소득지원이 사전에 예고된, 명확하게 정의된 계층에게 지급되는 경우 매우 높은 재정지출 승수를 보여줌을 분석했다.
즉 경제위기에서 정부의 적절한 재정확장은 성장률의 하락을 완화하는 데 매우 유효하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단기적 성장 급락이 야기하는 장기적 이력 효과도 재정지출 확대가 동시에 완화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경제위기 시 재정확장이 장기적으로 재정건전성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사회안전망 확충을 위한 복지 분야의 지출에는 양면적 재정확장 정책이 적절하고 단기적 경기 대응을 위한 지출, 공공투자 지출은 일면적 재정확장이 더 나은 대안이다. 양면적 재정확장에서 요구되는 조세수입 확보를 위해서는 세정개혁 및 세제개혁이 필요하다. 조세수입의 확보는 세제개혁 이전에 조세감면의 간소화, 세무행정 개혁을 통해서도 가능하고 이것이 선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세정개혁과 함께 자산소득, 법인소득에 대한 과세 정상화, 소득공제제도의 개편, 환경세 강화 등 공정한 과세를 통해 적정한 수준의 세입 확보가 가능하도록 하는 세제개혁도 이뤄져야 한다.

김유찬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

관련기사

페이지 맨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