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선도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한국판 뉴딜의 구체적 실행 방안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정부는 앞으로 내실 있고 일관성 있는 추진으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성과를 낸다는 각오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7월 14일 국민보고대회에서 한국판 뉴딜을 통해 “추격형 경제에서 선도형 경제로, 탄소 의존 경제에서 저탄소 경제로, 불평등 사회에서 포용 사회로 대한민국을 근본적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한국판 뉴딜을 위해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을 양대 축으로 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고용 및 사회안전망 강화를 내세웠다.
고용노동부는 7월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안전망 강화 세부계획’을 발표했다. 8개 분야로 나뉜 이 계획은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의 하나다. 우선 안전망 강화와 관련해 정부는 2025년 전 국민 고용보험으로 1차 고용안전망을 구축하고, ‘국민취업제도’를 통해 2차 안전망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또 아프면 쉴 수 있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한국형 상병수당 시범사업’도 2022년부터 도입하기로 했다. 이들 사업에 정부는 5년간 28조 4000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일자리는 33만 9000개가 생겨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포용적 성장과 함께하는 ‘디지털 뉴딜’
앞으로 5년 동안 160조 원을 투자해 추진되는 한국판 뉴딜에서 미래형 산업을 선도할 프로젝트는 디지털 뉴딜이다. 투입하는 재정투자 규모나 기대되는 일자리 창출 효과는 디지털 뉴딜 분야가 가장 많다. 국민의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과 산업적 파급효과도 크다.
정부는 한국판 뉴딜을 2022년까지로 일정을 잡은 1단계와 2023~2025년의 2단계로 나눠 추진한다. 디지털 뉴딜의 1단계는 D.N.A.(데이터·네트워크·인공지능) 생태계 강화, 포용 및 안전망 구축, 비대면 산업 육성, 사회간접자본(SOC) 디지털화 등 4대 분야의 12개 중점 프로젝트로 구성됐다. 그동안 관계부처 논의와 전문가 자문, 업계 단체와 협의 등을 거쳐 엄선된 프로젝트인 만큼 목표와 기대 효과, 소요 재원 등이 비교적 명확하다. 1단계 디지털 뉴딜에는 3차 추가경정예산에 반영된 2조 7000억 원을 시작으로 2022년까지 13조 4000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새로운 일자리 창출 예상치는 33만 개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과 확산으로 촉발되는 4차 산업혁명은 자칫 포용적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충분한 혜택을 누리는 소수와 배제되는 다수가 나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취약계층일수록 접근성을 더 높여주고 일상생활에서부터 활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정부가 ‘디지털 포용 및 안전망 구축’이라는 추진 과제를 선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박순빈 기자
디지털 뉴딜이 저임금·초단기 일자리만 창출?
일문일답_디지털 뉴딜
선도국가를 향한 ‘대한민국 대전환’ 선언인 ‘한국판 뉴딜’이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무엇보다 한국판 뉴딜은 건국 이래 최대 규모의 투자가 이뤄지는 국가 프로젝트인 만큼 과연 이 사업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부분이 많다. 정부가 내놓은 구상에 대한 국민의 이해와 공감을 위해 3회에 걸쳐 한국판 뉴딜의 3대 축인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 ▲안전망 강화를 둘러싼 궁금증을 일문일답 형식으로 풀어본다.
-한국판 뉴딜은 소득주도성장, 공정경제와 더불어 문재인정부 경제 패러다임 3대 축 가운데 하나인 혁신성장의 재탕이 아닌가?
=한국판 뉴딜과 혁신성장은 4차 산업혁명 대응 등 혁신을 기반으로 성장잠재력을 확충한다는 측면에서 비슷하다. 다만 한국판 뉴딜이 코로나19로 촉발된 경제·사회 구조 대전환의 시대적 흐름에 대응하는 ‘국가 대전환 프로젝트’라는 점이 차이다. 다시 말해 한국판 뉴딜은 코로나19 시대의 디지털경제 가속화와 비대면 활동 급증 등 전례 없는 경제·사회 구조 대전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일자리 창출에 중점을 둔 반면, 혁신성장은 잠재성장률 저하 등 코로나19 이전부터 이어진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 방향이다.
아울러 한국판 뉴딜은 디지털 기반의 ‘혁신’뿐만 아니라 기후위기 대응 등 지속가능 성장을 위한 ‘그린 뉴딜’ 그리고 사람중심의 포용 가치 기반인 ‘안전망 강화’로, 경제·사회 구조의 총체적 대전환을 이루는 국가 프로젝트이자 미래 비전이라는 점에서 더 포용적인 개념이다.
디지털 뉴딜이 인공지능 전략 재탕이라고?
-정부가 기존에 발표한 인공지능(AI) 국가전략 등에 포함된 내용을 ‘디지털 뉴딜’이란 이름으로 재포장한 것은 아닌가?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대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은 세계적인 거대한 흐름이며 우리 정부가 인공지능 국가전략 등을 선제적으로 마련한 것이다. 디지털 뉴딜 또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미래 선점 투자이자 디지털 대전환을 선도하기 위한 국가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기존 계획과 필연적으로 맥을 같이할 수밖에 없다. 다만 코로나19로 어려운 고용 상황을 고려해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사업을 중심으로, 디지털 대전환에 대비한 중장기 계획을 2~3년 안에 집중 실행해 조기 성과를 창출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디지털 뉴딜을 추진하면 오히려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디지털 뉴딜과 일자리 창출이 병행 가능한 개념인가?
=디지털 대전환은 이미 다가오고 있는 미래다. 다만 코로나19로 인해 더 빨리 다가온 측면이 있다. 디지털 사회가 될수록 오프라인 일자리가 감소하는 것은 사실이나 이에 대한 적극적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디지털 뉴딜의 핵심 사업인 다양한 데이터 수집·가공은 별도의 교육만으로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는 일자리며, 기존 오프라인 종사자들이 이런 일자리로 전환되도록 교육하는 내용도 담았다. 또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한 교육센터 운영과정에서 디지털 교육 강사 같은 일자리도 새롭게 생겨날 것이다.
-디지털 뉴딜로 창출되는 데이터 분야 일자리가 저임금, 초단기, 저급의 일자리만 만드는 것은 아닌가?
=데이터 수집·구축 관련 사업은 사람의 노동이 필요한 데이터 정제·가공 작업을 통해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크다. 특히 단기 교육 후 누구나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일할 수 있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 또 작업자의 숙련도와 경험 노하우, 전문성을 요구하는 난도 높은 데이터 가공을 통해 월 200만 원의 수입을 얻을 수도 있다. 앞으로 인공지능 관련 시장이 성장하면 상시적으로 일자리를 얻을 기회가 늘어나고 전문 데이터 가공 인력으로서 정규직으로 채용될 수도 있다.
비대면 의료는 의료민영화 등과 무관
-비대면 의료 육성은 원격의료 허용을 의미하는가?
=비대면 의료는 감염병 대응, 의료서비스 질 향상 등 국민 편의 측면에서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감염병 대응과 관련해선 ▲코로나19 및 신종 감염병 출현 대비 ▲의료진·환자 보호 ▲감염병 확산 방지 등을 위해 도입이 필요하다. 국민 편의 관련해선 대면진료의 대체가 아니라 상호보완적 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의료취약지 거주자 접근성 제고 ▲만성질환자 등 진료 편의 제고가 핵심으로 의료민영화 등 공공의료체계 쟁점과는 무관하다. 비대면 의료는 현재 코로나19를 계기로 시범사업도 성공적으로 운영 중이다.
이를 고려해 한국판 뉴딜에서는 ▲감염병 안심 스마트 의료 인프라 구축 ▲건강 취약계층 돌봄 인프라 구축 등에 중점을 두고, 환자 모니터링과 의료기관 간 협진이 가능한 5세대(5G) 이동통신 기반 스마트 병원을 18곳 구축했다. 또한 호흡기·발열환자의 안전 진료가 가능한 호흡기 전담 클리닉도 1000개 설치했다. 여기에 보건소 모바일 헬스케어 및 사물인터넷(IoT) 활용 디지털 돌봄 시범사업 확대, 웨어러블(입는) 기기 보급 등 동네 의원 중심의 만성질환 관리를 강화했다.
특히 한국판 뉴딜에서 비대면 의료 제도화의 기본 방향을 제시했다. 다만 비대면 의료 제도화는 보건복지부를 중심으로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전제로 ▲환자 보호 ▲상급병원 쏠림 우려 해소 ▲책임 문제 명확화 등 여러 가지 보완 장치와 함께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다. 정부는 앞으로 국민 의료편익 제고 측면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검토해나갈 계획이다.
박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