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세상이 급속도로 변화하는 중이다. 사회, 문화, 라이프스타일뿐 아니라 산업 영역에서도 큰 변화가 한꺼번에 일어나면서 복잡함은 더 눈에 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이런 상황에서 오히려 한류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드라마, 게임, 음악 부문에서 그렇다.
넷플릭스 상위권 점령한 한국 드라마
2002년 드라마 <겨울연가>로 촉발된 ‘한류’는 2012년 무렵 K-팝을 통해 ‘신한류’로 이어졌는데, 최근에는 넷플릭스를 통해 한국 드라마가 세계 곳곳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과거와 다른 점은 기존의 한류, 신한류가 드라마와 음악 등 특정 영역에 집중된 현상이었다면 지금은 엔터테인먼트(연예, 오락) 영역 전반에서 벌어진다는 점이다.
특히 넷플릭스라는 글로벌 서비스를 발판으로 삼은 한국 드라마의 상승세는 동남아시아, 일본, 인도뿐 아니라 북미와 영국을 아우른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좀비 드라마 <킹덤> 시즌1과 시즌2는 전 세계 넷플릭스에서 큰 화제를 모았고, <사랑의 불시착> <이태원 클라쓰> <인간수업> 등도 국제적으로 화제가 되었다. 이 중 <사랑의 불시착>은 동남아시아와 일본에서 신드롬을 일으키고 태국, 필리핀, 베트남 넷플릭스에서 1~2위를 겨룬다.
미국, 유럽, 중동, 남미 지역에서도 <사랑의 불시착>은 화제작이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김비서가 왜 그럴까> 등도 북미 지역의 영화 마니아들 사이에서 인기다. 영국에서는 <이태원 클라쓰> <사랑의 불시착> 등이 추천 드라마로 언급되는데 소재에서 역사물(조선시대), 현대물(재벌, 군대, 북한)을 아우르는 점을 특징으로 꼽는다.
게임·e스포츠도 전례 없는 호황
한편 코로나19 상황에서 게임은 전례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게임 엔진으로 유명한 유니티 테크놀로지스가 실시한 시장조사는 게임 이용자가 2019년보다 50% 가까이 늘었다는 결과를 담았다. 특히 모바일 게임은 매출이 24% 이상 늘면서 코로나19 이후 게임 시장의 규모가 최소 5% 이상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모바일 게임 시장이 본격적으로 팽창한 2014년 이후 6년 만의 높은 성장 지표이기도 하다.
‘2019 콘텐츠 산업 통계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콘텐츠 산업 수출액이 사상 처음으로 10조 원을 넘어섰는데 그중 게임은 64억 1149만 달러를 차지하며 가장 높은 수출액 규모를 기록했다. 그다음으로 캐릭터(7억 4514만 달러), 지식 정보(6억 3388만 달러) 등이 자리 잡았다.
2020년 4월 구글플레이 상위 매출 톱10에는 엔씨소프트의 <리니지2M>과 <리니지M>이 자리 잡았는데 <리니지2M>은 1분기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린 게임으로 기록되기도 했다. <배틀 그라운드>로 유명한 게임 제작사 크래프톤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큰 인지도를 가지며 1분기 매출 5082억 원, 영업이익 3524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99% 정도 늘어난 수치로, 영업이익만 보면 엔씨소프트(2414억 원)와 넷마블(204억 원)을 넘어서며 넥슨(4540억 원)까지 위협하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크래프톤의 매출 중 90% 이상은 해외에서 발생한다. 게임 사용자의 대다수는 해외 이용자들이다.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일일 접속자 수는 주말 기준 5500만 명에 이른다.(한국 인구가 약 5100만 명이다) 2018년 출시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은 아랍어를 포함한 15개 언어를 지원할 만큼 중동에서도 인기가 높다.
e스포츠 시장 또한 코로나19 이후 약화되기는커녕 더욱 성장 중이다. 오히려 세계적 유행(팬데믹) 상황은 e스포츠의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야구, 농구, 미식축구 등 인기 리그가 대거 취소되고 스포츠 중계가 곤란해지자 많은 방송국에서는 대타로 e스포츠 리그를 더 많이 방송했는데, 그 결과 새로운 시장과 시청자가 유입된 것이다. 이런 방향에서 2020년대의 한류는 게임이 이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한류의 윤활유 역할, 음악 콘텐츠
2020년 1분기, 게임을 제외한 전 세계 앱 매출 순위 톱5는 1위 틴더(데이팅 앱), 2위 유튜브, 3위 틱톡, 4위 넷플릭스, 5위 디즈니 플러스 순서다. 한마디로 콘텐츠 플랫폼의 전성시대라고 할 수 있는 현재, 음악은 거의 모든 콘텐츠와 결합하며 한류의 윤활유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사실 음악 시장은 디지털 음원보다 오프라인 공연으로 수익을 얻어왔다. 코로나19 상황이 유리한 것만은 아니라는 얘기다. 대신 비대면 상황에서 음악은 새로운 공연과 수익모델의 가능성을 매우 빨리 찾고 있다.
특히 유튜브를 기반으로 K-팝이 확산되고 순환되는 현재, 해외 투어가 불가능해진 K-팝 예술가는 유튜브의 실시간 스트리밍, 슈퍼챗(기부 결제), 후원 기능 등을 적극 활용하며 기존에 없던 방식의 수익모델을 실험하고 있다. 음악산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공연 시장의 대체재로서 온라인 공연 및 가수/그룹의 지식재산권(IP)이 더욱 중요해지는 셈이다. 최근 슈퍼엠의 유료 온라인 공연, 방탄소년단의 ‘방방콘’ 등이 그 예다. SM엔터테인먼트의 ‘비욘드 라이브’는 10만여 명의 팬들이 관람했고, 관람료 매출은 40억 원을 넘겼다. 방탄소년단의 ‘방방콘’은 75만 명이 참여해 관람권 매출액만 22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2018년 기준, 한국 음악산업의 매출은 6조 2000억 원이다. 세계 6위의 음악 시장에 미칠 경제적 타격을 줄이기 위해 정부는 신기술 활용을 적극 지원하며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은 물론 공간적으로도 여러 대안을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에 따라 5세대(5G) 이동통신, 디지털 인프라 등에 대한 투자 지원이 이어질 예정인데, 결국 2020년 이후의 한류는 콘텐츠와 기술의 관점에서 그 지속 가능성을 가늠하게 될 것이다.
차우진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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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