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K리그 상주 상무의 오세훈이 7월 18일 경북 상주시민운동장에서 열린 대구FC전에서 골을 넣고 기뻐하고 있다.
이건 완전 괴물이네!
프로축구 K리그에 ‘오세훈 열풍’이 몰아쳤다. 올해 나이는 21세. 하지만 날고 긴다는 프로축구 최고 무대에서 가장 돋보이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7월 셋째 주까지 4골 1도움주기. 이 나이대에, 그것도 K리그1 무대인 것을 고려하면 알토란 같은 기록이다. 더욱이 그는 국가대표급이 즐비한 상주 상무에서 뛰고 있다. 시즌 전 교통사고로 남들보다 늦게 리그에 가세한 뒤 폭발적인 득점력을 선보이는 것은 더 인상적이다. 덕분에 상주는 시즌 돌풍을 일으키며 상위권에 포진해 있다.
득점과 도움을 합친 공격포인트 5점은 톱10 안에 있다. 플레이의 영양가를 보여주는 전문가 평점에서는 평균 6.6점으로 톱5에 들어간다. 전체 선수 가운데 3위권이다. 김대길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은 “현대고 시절부터 고교 최강이었다. 프로에 입단한 뒤 파워에서 밀렸지만 지금은 힘까지 겸비했다. 앞으로 성장이 더 가팔라질 수 있는 무서운 선수”라고 평가했다.
193cm, 85kg의 탄탄한 하드웨어를 갖춘 그의 장점은 여럿이다. 그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것은 제공권과 위치 선정. 그를 향한 크로스가 위협적인 것은, 공을 잡아놓은 위치가 절묘하고 동료에게 기회를 열어주는 데도 뛰어나기 때문이다. 골잡이의 특징은 골 냄새를 맡는 본능인데, 적시 적소로 파고드는 그의 몸동작은 전성기의 황선홍을 연상시킨다.
전성기의 황선홍 몸동작 연상
실제 그는 황선홍의 뒤를 이을 정통 원톱 스트라이커의 자질을 갖추고 있다. 체격과 제공권, 득점력, 발재간을 갖춰야 하는데, 신장이 큰 것에 비해 몸놀림이 가볍다. 과거 이회택은 중앙에서 공을 잡으면 여지없이 해결 능력을 과시했고, 황선홍은 특유의 공간 감각과 예측력, 볼 컨트롤로 골을 터트렸다. 이동국은 아직도 현역에서 뛰고 있는 레전드다.
오세훈이 황선홍과 이동국에 이어 모처럼 등장한 원톱 대형 스트라이커로 주목받는 것은 그의 성장세 때문이다. 2018년 울산 현대에 입단한 그는 선수 진용이 화려한 울산에서 자리를 잡기 어려웠다. 하지만 2019년 2부 리그 아산 무궁화로 임대됐을 때 더 열심히 뛰면서 근성을 발휘했고, 6월 폴란드에서 열린 20세 이하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에서는 정정용호의 핵심 공격수로 준우승을 일구는 선봉이 됐다.
진가를 알아본 김학범 올림픽대표팀 감독은 그를 호출했고, 2020년 1월 태국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22세 이하 축구대회 우승 때도 전북 현대의 조규성과 함께 팀 공격력의 한 축을 담당했다. 2019년 12월 상주 상무에 입대한 뒤 짧은 머리를 한 채 집중하며 뛰는 그의 모습에선 승부사 기질도 엿볼 수 있었다.
프로 선수들의 상주 입대는 보통 26~27세 때다. 하지만 2020년부터 상주 상무도 한국프로축구연맹 규정에 따라 22세 이하 선수들을 의무 출전시켜야 했고, 오세훈은 이것저것 생각하지 않고 이른 나이에 상주에 입대했다. 선배들과 주전 경쟁이 쉽지는 않지만, 오세훈은 확실하게 입지를 굳히고 있다.
오세훈의 올 시즌 출발은 돌발 사고로 늦춰졌다. 5월 K리그 개막을 2주 앞두고 프로선수 전체가 받아야 했던 코로나19 검사를 위해 병원으로 이동하다 교통사고를 당했다. 선수단이 타고 가던 차량이 신호를 위반한 트럭에 부딪히면서 5명이 다쳤고, 오세훈은 가장 늦게까지 재활을 해야 했다.
▶오세훈이 골을 성공시킨 뒤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2020시즌 영 플레이어상 후보 떠올라
하지만 한 달 늦은 6라운드 포항 스틸러스전부터 투입되기 시작해 2골을 폭발시켰고, 이후 계속 선발로 호출되고 있다. 김태완 상주 감독은 기회만 오면 득점포를 터뜨리는 오세훈에 강한 신뢰를 보내고 있다. 워낙 공의 흐름이 빠르고, 뛰는 양이 많은 K리그1에서 오세훈은 급성장하고 있다. 수준 높은 팀 선배들과 훈련을 통해 기량이 향상되는 것은 팀 구성이 주는 시너지 효과다. 7월 18일 대구FC와 12라운드 경기 때 1골 1도움을 기록한 그는 라운드별 최우수선수에 뽑히기도 했다. 앞선 11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전 골에 이은 1부 리그 연속골 행진으로 골잡이로서 값어치는 더 뛰었다.
이런 까닭에 프로축구연맹이 연말 시상식 때 프로 3년 차 이내 선수들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활약을 한 이에게 주는 영 플레이어상(과거의 신인상) 후보로 꼽힌다. 경쟁자로는 동갑내기인 포항 스틸러스의 송민규와 전북 현대의 ‘거미손’ 송범근(23) 등이 꼽혀 어느 때보다 치열한 다툼이 예상된다.
김태완 상주 감독은 “오세훈이 체력적으로 부담스러워도 버텨내야 한다. K리그에서 풀타임으로 뛰려면 힘을 분배하고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며 달리는 말에 채찍을 가하고 있다. 이것은 오세훈한테도 특급 프로선수로 다시 태어날 수 있는 매우 좋은 기회다.
김대길 해설위원은 “K리그에서 최전방 원톱 스트라이커는 대부분 외국인 선수들이 차지하면서 타깃형 스트라이커는 학원 축구선수들한테도 외면받는 포지션이었다. 하지만 오세훈이 정통 원톱 스트라이커로서 듬직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축구 후배들한테 새로운 모범이 되는 오세훈의 성장은 한국 프로축구 발전에도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창금_ <한겨레> 스포츠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