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8월 5일 업무를 개시한 서울 서대문구 스포츠윤리센터에서 이숙진 신임 이사장 등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연합
국민체육진흥법 무엇이 바뀌었나
철인3종경기 고 최숙현 선수의 안타까운 죽음을 계기로 발의된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이 8월 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개정안은 공포 6개월 뒤부터 시행된다.
이번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은 여러 의원이 각각 발의한 개정안 12건을 통합·조정한 안으로,기존 국민체육진흥법의 내용을 강화하고 체육계 (성)폭력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한 시책과 피해자 보호, 성적지상주의 문화 개선을 위한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담고 있다.
먼저 체육계 인권침해와 스포츠 비리 근절을 위한 전담기구인 ‘스포츠윤리센터’(센터)의 조사권이 크게 강화된다. 누구든 체육계 인권침해와 스포츠 비리를 알게 된 경우 센터나 수사기관에 신고할 수 있도록 하고, 특히 체육지도자, 선수, 선수관리 담당자 등은 의무적으로 신고하게 해 인권침해 등이 내부적으로 은폐되는 것을 방지했다. 이 경우 신고인의 인적 사항 등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는 것을 금지해 신고인의 비밀이 지켜질 수 있도록 했다.
또 출석 요구, 진술 청취, 자료 등의 제출 요구, 현장조사 또는 감정으로 조사 방법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조사를 받는 당사자와 관계인 등은 이에 성실히 임하도록 협조 의무를 부과했다. 센터가 체육계 인권침해와 스포츠 비리에 대해 직권조사할 수 있고, 조사 과정에서 필요하면 수사기관에 협조를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인권침해 등 신고의무제 도입
센터의 강화된 권한 등에 대한 실효성 확보 방안도 마련된다. 선수, 체육지도자, 체육단체 임직원 등이 정당한 사유 없이 조사에 불응 또는 거짓으로 자료를 제출하면 센터는 해당 인원이 소속된 기관·단체의 장으로 하여금 이를 시정하고 책임자 징계 등이 이뤄지도록 장관에게 요청할 수 있다. 이 경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시정이나 징계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해당 단체에 조치를 요구하고, 요구를 받은 단체는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이에 따르도록 했다. 장관이 체육단체에 책임자의 징계를 요구한 경우에도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이에 따르도록 규정함으로써 그동안 장관의 요구를 존중하도록 한 것에 비해 의무가 더욱 강화됐다.
피해자 보호를 위한 조치도 강화된다. 센터가 선수에 대한 체육지도자의 (성)폭력 신고를 받으면 즉시 피해자의 긴급보호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신고자 등에 대한 불이익 조치나 신고·증언 등의 방해 또는 취소를 강요하는 행위가 금지된다. 이를 위반하면 센터는 시정, 책임자 징계 등을 문체부 장관을 통해 요구할 수 있다.
센터의 장은 조사 개시 뒤에도 인권침해가 계속되면 피신고인, 그 소속기관 등의 장에게 신고인과 피신고인의 물리적 공간 분리를 권고하고, 피신고인의 직위해제나 직무 정지, 피신고인 접촉 금지 조치를 권고할 수 있다. 센터가 긴급한 피해자를 위한 임시 보호시설을 운영할 수 있도록 근거 조항도 마련된다.
스포츠윤리센터의 독립성도 강화된다. 문체부 장관은 앞으로 센터가 사건 조사 등을 독립적으로 할 수 있게 필요한 시책을 강구하고 보장해야 한다. 또 센터의 장은 필요한 경우 문체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관계 행정기관 소속 공무원이나 관계 기관·단체 소속 임직원의 파견·지원을 요청할 수 있다.
‘국위선양’ 삭제… 메달지상주의 탈피
이번 개정안에서 또 하나 주목할 점은 국민체육진흥법의 목적에서 ‘국위선양’을 삭제한 부분이다. 국위선양을 빌미로 올림픽 메달 획득을 위한 강압이나 폭력을 정당화하는 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국위선양 대신 ‘공정한 스포츠 정신으로 체육인 인권보호’와 ‘국민의 행복과 자긍심을 높여 건강한 공동체의 실현’을 새롭게 규정했다.
체육인 인권보호를 위한 제도적 개선 방안도 강구했다. 직장운동경기부(실업팀) 선수에 대한 표준계약서를 마련하고, 직장운동경기부가 소속된 기관·단체의 장과 선수가 계약 당사자의 권리와 의무에 관한 사항 등 표준계약서상 필수 기재사항을 포함해 계약을 체결하도록 의무화했다. 지자체장은 계약체결 현황 등을 문체부 장관에게 매년 보고해야 하고, 문체부 장관은 해당 계약이 불공정하다고 인정할 때는 시정을 요구하도록 해 선수 계약에 대한 관리를 강화한다.
8월 5일부터 최대 1년으로 늘어나는 체육지도자에 대한 자격정지 기한을 최대 5년으로 더욱 강화하고, 징계정보 시스템에 체육단체 등이 징계정보를 개인정보 보호 사유로 제출하지 않는 것을 금지한다. 만약 징계정보를 내지 않으면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팀에서 팀 닥터 등 선수관리 담당자를 따로 둘 경우 이를 종목단체 또는 대한체육회의 지부에 등록해 투명하게 관리하도록 하고, 인권침해가 일어날 수 있는 취약 지점에 영상정보처리기기(CCTV) 등을 설치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체육계 현장에서 인권침해 조사·조치 상황 등을 상시 점검할 수 있는 인권감시관을 센터가 운영하도록 하고, 매년 문체부 장관이 체육계 인권침해와 스포츠 비리 실태조사를 해 그 결과를 발표하고 이를 정책 수립의 기초 자료로 활용할 예정이다.
문체부 정책 담당자는 “이번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은 고 최숙현 선수의 비극적 사건으로 촉발된 체육계 혁신에 대한 국민적 열망의 결과”라며 “체육계 인권침해와 스포츠 비리를 원천적으로 근절하고, 스포츠가 선수와 국민 모두에게 진정한 행복의 원천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체육인 인권보호를 위한 기존의 국민체육진흥법 개정법률안은 8월 5일부터 시행됐다. 이 개정 법률안은 스포츠윤리센터의 설립 근거를 마련하고 성범죄의 경우 최대 20년, 상해·폭행은 최대 10년간 체육지도자가 될 수 없도록 자격 제한을 크게 강화했다. 형이 확정된 경우가 아니라도 선수에게 폭행·상해나 성희롱·성폭력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면 체육지도자 자격 취소 또는 1년 이내 자격 정지 등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