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체조를 하고 있는 참가자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코로나 우울감(코로나 블루)’이라는 신조어가 나올 만큼 사회 전반에 우울감이 팽배한 가운데 보건복지부와 산림청이 공동으로 감염병 전담병원 소속 대응 인력에게 숲치유 지원을 추진한다. 숲치유 프로그램은 코로나19로 어두워진 정서를 회복하고 침체된 사회적 활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산림생태 자원을 활용하는 휴식 및 치유 프로그램이다. 대상은 어려운 환경에서 격무에 시달리는 감염병 전담병원 소속 의료진과 가족 약 2600명으로, 전국 국립산림교육치유시설 11개소(강원권 2, 충청권 2, 전라권 2, 경상권 5)에서 7~9월 석 달간 진행될 예정이다.
숲치유 프로그램은 다스림 숲 나들이, 해먹 명상, 우천 대체-우중 산책, 소도구 운동 등으로 구성된다. 코로나 우울감은 ‘코로나19’와 ‘우울감(Blue)’이 합쳐진 신조어로,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하면서 일상에서 외로움과 우울·불안을 느끼는 현상이다.
그동안 코로나19 대응 인력의 소진 위기는 더욱 심각한 문제로 제기돼왔다. 특히 하반기 코로나19 재유행에 대비하려면 최전선에서 노력하는 의료진 등의 소진 관리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사회적 여론이 형성됐다. 이와 관련해 산림청은 코로나19 대응 인력과 피해자를 위한 숲치유 지원 계획을 준비했는데, 복지부와 협력해 8월에 소진 위기 의료진 지원을 우선 추진하기로 했다.
▶참가자들이 우산을 들고 산책하고 있다.│산림청
숲치유 지원 코로나19 피해자로 확대
이번 숲치유 지원은 코로나19 대응 의료진에게 숲에서 휴식하며 치유할 기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에 따라 산림치유 공간에서 가족과 함께 당일 또는 숙박형(1박 2일/2박 3일)으로 휴식 위주의 산림치유 프로그램에 참여해 심리적 스트레스와 육체적 피로를 풀고 가족간의 유대감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참가자들은 가족 단위로 피톤치드 등 숲속 치유 인자를 활용한 복식호흡이나 해먹 명상처럼 심신 피로를 해소하기 위한 숲속 활동에 참여하게 된다. 숲은 일상과 동떨어져 있고 이용 밀도가 낮으며 야외 자연 공간으로서 개방성이 높아 코로나19로 지친 의료진에게 최적의 휴식 공간을 제공할 수 있다.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는 소속 의료진이 숲치유에 참여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한국산림복지진흥원 전화상담실을 통해 유선 예약 후 안내에 따라 신청서를 제출하면 된다.
중수본은 코로나19 확산 추세와 제반 여건 등을 고려해 향후 숲치유 지원을 코로나19 대응 인력 전반과 피해자로 확대할 계획이다. 그러면서 행정안전부와 소방청 등 관계부처와 협의를 진행하고, 다부처 협력 및 민관 연계로 숲을 활용한 국민 정서 회복과 사회적 활력 증진 캠페인을 전개할 예정이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현장에서 헌신하는 의료진이 이번 숲치유 프로그램을 통해 몸과 마음의 피로를 해소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 바란다”고 밝혔다.
▶참가자들이 숲에서 체조를 하고 있다.
박종호 산림청장은 “숲치유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앞장서서 대응하는 의료진을 위한 국민의 보답”이라며 “앞으로 숲을 활용해 코로나19로 저하된 국민의 마음과 건강을 돌보고 사회적 활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산림청은 복지부와 함께 코로나19 대응 인력을 대상으로 숲치유 프로그램을 시범 운영해왔다. 시범사업은 영남권 국가트라우마센터인 국립부곡병원 의료진 등 20명을 대상으로 경북 영주에 위치한 국립산림치유원에서 6월 25일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진행됐다. 국립부곡병원은 2020년 1월부터 코로나19 확진자와 가족, 자가격리자에 대한 심리 지원을 하고 있다. 국가트라우마센터가 참관해 운영진과 프로그램 개선 방안 등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산림청은 시범 운영을 통해 의료진, 자원봉사자 등 코로나19 대응 인력을 위한 숲치유 프로그램을 보완·개선해왔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빗속에 산책하는 모습
코로나 우울감 극복에 숲치유가 효과
코로나 우울감을 극복하는 데 숲이 실제 연구에서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립산림과학원의 연구에 따르면 30분간 숲길 2km를 걷는 것만으로도 경관, 햇빛, 피톤치드 등 다양한 숲의 치유 인자로 인해 긴장, 우울, 분노, 피로 등 부정적 감정을 70% 이상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산림치유 프로그램 체험 후 삶의 질에 대한 평가는 45.9% 증가했고 면역력 세포도 체험 전보다 38.7% 증가해 삶의 질 개선과 면역력 증진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정적 감정 감소(도심 9.8점→숲길 2.8점, 7점 감소), 삶의 질 향상(산림치유 프로그램 전 62.8→후 91.6, 28.8점 증가), 면역력 세포 증가(산림치유 프로그램 전 284→후 394, 110세포 증가)가 나타난 것이다.
▶‘숲 치유가 되다’ 포스터│산림청
또한 숲은 오감을 자극해 스트레스를 줄임으로써 NK 세포(Natural killer cell, 자연살해세포)를 활성화하고, 자율신경의 균형을 회복해 면역체계를 증진하며, 봄철 형형색색의 꽃을 통해 기분이 좋아지고 신체가 편할 때 나타나는 알파(α)파의 활성도가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를 밝히기도 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숲의 다양한 산림치유 인자가 인간에게 미치는 건강 증진 및 치유 효과 구명과 대상자별 건강 증진을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보급하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산림복지연구과 서정원 과장은 “집 근처 숲을 찾는 것만으로도 현재의 불안감과 답답함을 이겨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고립과 격리로 인해 신체적, 정신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는 국민이 숲에서 잠시나마 휴식을 취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중앙방역대책본부는 “공원 나들이 등 야외 활동은 공기의 흐름이 있고 2m 이상 자연스럽게 거리두기를 할 수 있어 코로나19 감염에 큰 위험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야외 활동 중에도 1∼2m의 충분한 ‘물리적 거리두기’를 실천해야 하며, 많은 사람이 모이는 행사나 공연, 집회는 물론 상업 밀집지역이나 관광 명소는 피할 것을 거듭 강조했다.
산림치유 프로그램 전국적으로 확산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우울감을 호소하는 사람이 증가하고 일상생활에서 답답하고 무기력한 기분을 극복하기 위해 전국적으로 숲이 활용되는 추세다. 제주도 서귀포시는 코로나19 방역과 확산 방지를 위해 일선 현장에서 수고한 시민들을 대상으로 산림치유 프로그램인 ‘위로의 숲’을 운영하고 있다. ‘위로의 숲’은 코로나19 대응 관련 종사자와 시민들을 위해 기획됐으며 매주 수요일 오전 9시부터 낮 12시까지 세 시간 동안 진행된다. 참가비는 산림복지서비스 제공과 방역 종사자 위로 차원에서 무료로 운영된다.
‘위로의 숲’은 기본 활동으로 스트레칭과 호흡하기를 통해 경직된 몸을 이완하고 숲속 걷기 명상을 하며 정서적 안정감을 되찾는 프로그램이다. 수령 80년 넘는 편백나무 숲의 평상에 누워 맑은 공기, 피톤치드, 음이온 등을 마시는 호흡과 수면을 통해 면역력을 극대화하는 활동도 병행한다. 참가 대상은 의료진, 방역 공무원, 자원봉사자 등 코로나19 대응 관련 종사자와 그 가족이며 자가격리 후 해제된 일반 시민도 함께할 수 있다.
‘위로의 숲’ 프로그램을 희망하는 시민은 참가 하루 전까지 서귀포 치유의 숲 예약실로 전화해 참여 대상 여부 확인과 상담 절차를 마친 후 예약하면 된다. 마스크 착용, 체온 재기, 방문자 기록 후에 산림치유 지도사의 진행에 따라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된다.
박유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