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원이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을 하고 있다.│SK바이오사이언스
빌 게이츠도 극찬한 국내 코로나19 백신 현황
한국이 코로나19 백신 개발의 선두권 국가로 주목받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이자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이하 게이츠 재단)의 빌 게이츠 회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이 공개되면서 한국의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7월 20일 게이츠 회장은 서한을 통해 “한국이 민간 분야 백신 개발의 선두에 있다”며 “SK바이오사이언스가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성공하면 2021년 6월부터 연간 2억 개의 백신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전 세계 제약사들이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몰두하는 가운데, 게이츠 회장이 한국 백신 전문 기업의 이름을 지목한 것이다. 해당 기업인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19 백신 개발의 선두주자인 미국 제약회사 모더나와 경쟁 가능한 한국 대표기업으로 급부상했다. 더불어 한국의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 백신 개발 선두권 국가로 우뚝
SK바이오사이언스는 2018년 7월 화학과 의약품 사업이 주력인 SK케미칼에서 분사해 신설된 백신 전문 개발 기업이다. 세계 최초로 4가 세포배양 독감백신 ‘스카이셀플루 4가’를 출시했고, 대상포진 백신 ‘스카이조스터’, 수두백신 ‘스카이바리셀라’ 등의 자체 개발 백신을 보유하고 있다.
게이츠 회장이 SK바이오사이언스를 주목한 이유는 연구개발(R&D) 능력과 생산 능력을 높이 평가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2014년부터 게이츠 재단은 간접적으로 SK바이오사이언스 장티푸스, 로타바이러스 백신 개발과 관련해 지원을 해왔다. 5월에는 코로나19 백신 항원 개발을 위한 360만 달러(약 44억 원)의 연구개발비를 내놨다. 이 금액으로 SK바이오사이언스는 현재 보유 중인 3개의 백신 플랫폼 기술을 적용해 여러 개의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최적의 항원을 찾아 임상 후보로 이끌어내는 작업을 할 예정이다.
게이츠 재단의 펀드 지원에 대해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게이츠 재단은 세계 각국의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도 백신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것에 방향성을 맞춘 곳”이라며 “게이츠 재단과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면서 연구개발 역량을 검증받아 코로나19 백신 개발 펀딩도 받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가운데)과 김상표 한국아스트라제네카 대표이사 사장(왼쪽),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대표가 코로나19 백신 글로벌 공급 협력의향서 체결식을 하고 있다.│SK바이오사이언스
세계 1호 백신 위탁생산 계약 체결
또 최근엔 정부의 주도로 영국, 미국, 일본 등에 이어 여섯 번째로 글로벌 제약사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와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AZD1222’ 위탁생산 계약 체결에도 성공했다. AZD1222는 아스트라제네카와 영국 옥스퍼드대학이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이다. 현재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코로나19 백신 중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임상 3상에 진입해 있다.
체결한 글로벌 공급 협력의향서(LOI)에는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AZD1222의 빠르고 안정적인 생산과 글로벌 공급,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생산 역량 확대, 국내 공급 노력을 통한 보건 향상 등 3자 간 협조 내용이 담겼다. 이로써 SK바이오사이언스는 아스트라제네카의 글로벌 파트너 중 하나로 AZD1222 제조에 참여하고, 양사 협력 논의의 초기 단계부터 주관한 보건복지부는 양사의 백신 생산과 수출 협력이 신속히 이행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또 아스트라제네카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AZD1222 백신 국내 도입 검토를 위한 협력도 시작된다. 계약 기간은 2021년 초까지고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 개발이 성공적으로 진행될 경우 2021년 초 이후에도 추가 물량을 생산할 예정이다.
이번 협약 체결에 대해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현재 가장 앞서 있는 코로나19 백신 제조 방식인 ‘바이러스 전달체 기술(독성을 없앤 바이러스에 코로나19 유전자를 넣어 항체를 만드는 방식)’을 보유하고, 세포 배양 기술도 동시에 가지고 있다는 것”을 경쟁력으로 꼽았다. “또 경상북도 안동에 자리한 백신 생산공장인 ‘L하우스’의 최첨단 플랫폼과 대량생산 시스템이 코로나19 백신 생산과 글로벌 공급망에 용이하다”고 본 것으로 풀이했다. 생산 일정에 대해서는 “조만간 안동의 백신공장 L하우스에서 원액 생산에 돌입하게 된다”고 밝혔다.
체결식은 7월 21일 SK바이오사이언스 판교연구소에서 박능후 복지부 장관, 사이먼 스미스 주한 영국대사, 김상표 한국아스트라제네카 대표이사 사장,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대표 등이 참석하고, 파스칼 소리오 아스트라제네카 글로벌 CEO가 화상으로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다.
체결식에서 파스칼 소리오 CEO는 “아스트라제네카는 백신 후보물질을 전 세계에 빠르게 공급하기 위해 필요한 공급망 구축을 중요한 목표로 삼고 있고, SK바이오사이언스의 첨단 기술력과 신속한 대량생산 능력은 세계적으로도 널리 인정받고 있다”며 “한국은 현재의 코로나19 유행 상황을 가장 잘 관리하는 선도 국가로, 백신이 필요한 모든 곳에 광범위하고 공정하게 제공할 수 있도록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2021년 하반기 백신 생산할 수 있을 것”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위탁 생산하기로 한 것과 별개로 자체 개발한 백신을 2021년에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반영됐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현재 코로나19 관련 3개의 백신을 개발 중이다. 자체 개발 1건,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 지원 관련 1건, 국책 과제 1건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3월부터 코로나19 합성항원 백신 개발을 위해 질병관리본부(질본) 국립보건연구원과 협력 연구 중이다.
이 연구는 2020년 질본 긴급 연구과제로 후보백신 제작과 동물실험 실시 등 기초연구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9월경 사람을 대상으로하는 임상시험에 들어갈 예정이다. 임상 1상을 시작한 후 식약처에서 긴급승인을 받으면 2021년 하반기에 백신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모더나와 비교해 SK바이오사이언스가 속도전에서는 다소 열세지만, 개발 예상 시기 차이가 반년 이내이고 대규모 물량 확보가 가능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K-방역에 이어 백신 확보에서도 우위를 차지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심은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