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BTS)│한겨레
최근 한류는 방탄소년단(BTS)이라는 가수와 <기생충>이라는 영화로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빌보드 차트에서 1위를 계속하며 우리를 놀라게 한 방탄소년단은 세계 대중음악 시장에서 가장 관심받는 가수 중 하나다. <기생충>은 미국 영화계 최고 권위의 영화상이라 할 수 있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 등 4개 부문을 수상하는 빛나는 실적을 거뒀다. 한국문화 역사상, 그리고 한류 역사상 이처럼 좋을 수는 없었다.
한류의 위상 제고로 세계인들은 한류를 문화의 변방에서 활동하는 지역적 현상에서 이제는 세계 문화의 본류에 편입되는 국제적 현상으로 인식하고 있다. 또 과거에는 한류를 후발자가 선발자를 추격하는 현상 정도로 생각했으나, 이제는 후발자가 아니라 선발자로 인식한다. 외국인들이 방탄소년단의 노래를 한국어로 따라 부르고 한국어 가사를 이해하기 위해 한글을 배우는 등 한국 고유성이 국제 기준이 되고 있다.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이 실감 난다. 그러나 부담감도 늘어났다. 과거에는 따라가면 됐지만 이제는 창의성을 가지고 우리가 선도해야 한다.
한류의 범위도 넓어졌다. 한류는 문화 콘텐츠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관광, 화장품, 패션, 미용 등에 영향을 주고 심지어 한류 마케팅을 통해 자동차 같은 일반 상품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게다가 한글, 한식 등 한국 전통의 확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궁극적으로는 한국의 국가 이미지나 브랜드 가치, 문화적 영향력(소프트파워)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문화 범위 넘어 폭넓은 생태계로 선순환
이처럼 한류는 문화의 범위를 넘어 매우 폭넓은 생태계를 가지고 있다. 생태계의 구성 주체들은 서로 연관되어 시너지를 이루고 선순환을 조성한다. 따라서 한류 정책을 추진하는 데 이런 넓은 생태계를 반영해 종합적·융합적인 정책을 추구해야 한다. 한류 정책은 한 부처의 정책만으로는 완성될 수 없다. 관련 부처가 모두 연계하고 협력하는 정책이 필요한 것이다.
발전을 거듭하던 한류에 뜻밖의 복병이 나타났다. 바로 코로나19다. 코로나19는 우리 사회, 문화, 경제 모든 면에서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코로나19로 비접촉이 미덕인 사회가 됐다. 문화 분야에서도 오프라인 행사가 모두 취소되고, 대면으로 이뤄지는 사업은 역풍을 받고 있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비교적 잠잠해졌지만 다른 나라에서 코로나19는 여전히 확장 일로에 있어, 오프라인 한류는 직격탄을 맞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정보통신기술(ICT)이 발전하면서 우리 사회는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변화하는 과정에 있었는데, 이를 코로나19가 한층 앞당겼다고 볼 수 있다. 실시간 재생(스트리밍)으로 음악을 즐기고, 넷플릭스 등 온라인으로 영화를 감상하는 시대로 진전해왔으며, 서점에서 사보던 책은 전자책으로 대체되고 있다. 코로나19가 이런 점진적인 변화를 급진적인 변화로 바꾼 것이다.
한류의 위상 제고, 한류 영역 확대, 코로나19 확산과 같은 한류를 둘러싼 환경 변화가 7월 16일 발표된 ‘신한류 진흥정책 추진계획’의 배경이라 볼 수 있다.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계획을 발표했는데, 한류의 다양성·연관성 등의 특징을 반영한 것으로 그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 이번 신한류 정책은 문화 콘텐츠만이 아니라 문화 전반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연관 산업 연계와 상호 문화교류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기존 한류 정책과 차별성이 있다.
정부는 추진 계획에서 3대 지원전략 9대 정책과제를 제시했는데, 첫 번째 전략은 ‘한류 콘텐츠 다양화’다. 기존 콘텐츠 가운데 경쟁력 있는 콘텐츠는 계속 지원하되 전통문화, 예술, 스포츠, 음식 등 우리 문화 전반적으로 해외진출 잠재력이 높은 한류 콘텐츠를 발굴·지원한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해외 한식당 한국적 이미지 강화 사업, K-무형유산 국내외 한류공연 사업, 문학 한류 확산 등 다수의 정책이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전략은 한류의 영역이 드라마와 음악, 영화 등 전통적인 대중문화 콘텐츠 외에도 전통문화, e-스포츠, 순수예술, 문학, 웹툰 등으로 확장되는 환경 아래서 나온 것이라 볼 수 있다.
두 번째 전략은 ‘한류로 연관 산업 동반성장 견인’이다. 한류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활용해 소비재, 서비스업의 경쟁력을 높여 연관 산업의 동반성장을 이끈다는 것이다. 화장품, 농식품, 수산물, 패션 등 소비재 산업 마케팅에 한류를 적극 활용하고 관광, 의료, 교육 분야도 한류와 연계해 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것이다. 국내 거점 상권에 한국 미용(K-뷰티) 체험홍보관 신설, 한류관광 활성화를 위한 한국 문화축제 온·오프라인 개최, 부처 협력 연 2회 한류박람회 개최, 한류스타 협업 소비재 한류상품 개발 등 다양한 사업이 여기에 속한다.
세 번째 전략은 ‘지속가능한 한류 확산의 토대 형성’이다. 이는 한류를 발전시키는 데 기초적 기반을 마련한다는 전략으로, 민관협력 한류협력위원회 법제화, 해외 빅데이터 수집과 활용, 해외지식재산보호협의체를 중심으로 한 해외 저작권 보호대책 마련 등이 포함되어 있다.
코로나19를 한류 발전 동력으로 삼아야
또한 이번 정책에서는 코로나19에 대한 대응 방안도 마련되어 있다. 코로나19는 분명 한류에 위기지만, 이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미래 발전의 동력(모멘텀)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선도자로 변화된 위상에 맞게 비접촉 시대의 신한류 모델을 만들어야 하는 과제가 우리 앞에 있다. 온라인을 통한 제작과 유통 지원, 오프라인을 대신할 수 있는 현장감 있는 실감 콘텐츠 개발 등 이제 코로나19 시대 신한류의 확산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이번 추진 계획에서도 비접촉 모바일 매체에 적합한 한류 콘텐츠 집중 육성,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등 신기술 융합 웹툰 제작,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에 알맞은 콘텐츠 지원도 포함되어 있어 코로나19 시대의 한류 대응전략이 주목된다.
이번 추진 정책의 효과는 당장은 아니더라도 장기적으로 한류가 한 단계 진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류의 연관성과 동반성장을 강조한 정책이기에 효과는 더욱 크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정책은 한류와 연관 산업의 발전과 함께, 국가 브랜드 가치 제고까지 염두에 둔 정책이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의 수출 제품과 방탄소년단이 협업해 한류 마케팅을 하면 한국 수출에 기여하는 것이고, 현지에서 한류 드라마의 인기로 한국을 좋아하는 팬들이 생겨나면 한국 제품을 하나라도 더 구매할 것이다.
아무리 좋은 계획이라도 효과적 실행이 뒤따르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이번 정책은 부처 합동으로 발표된 것이기 때문에 부처 간 협력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정책 실행에서도 부처 간의 긴밀한 협력이 이뤄져야 한다. 아울러 한류 전선의 전면에는 기업이 활동하는 것이므로 이번 정책 실행에서도 기업의 동참을 적극적으로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 법적인 지원도 있어야 한다. 아무리 해외에서 한국 콘텐츠를 좋아하더라도 저작권이 보호되지 않으면 우리에게 실익이 없다. 해외 저작권 보호를 위한 대책도 효과적으로 추진돼야 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정책이 한국을 지나치게 낮게 평가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완화하고 한국의 문화적 영향력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고정민 홍익대 문화예술경영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