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이라는 도시명을 사용한 지 100년이 되는 해를 기념해 조성된 시간의 언덕. 타임캡슐과 백년나무, 백년시계 등을 볼 수 있다. 타임캡슐은 설치된 2014년을 기준으로 100년 뒤의 미래를 기린다.
경기 시흥 갯골생태공원
“어디 가지?”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나오는 고민이다. 코로나19 세계적 유행(팬데믹)으로 휴가지 선정부터 만만치 않다. 한국관광공사에서 발표한 ‘비접촉(언택트) 관광지 100선’ 목록에 눈길이 가는 이유다. 선정된 100곳은 코로나19 시대 기본 수칙인 ‘3밀(밀폐·밀접·밀집)’을 피해 한적하게 여행을 떠날 수 있는 국내 관광지다. 그 가운데 경기도 시흥시에 자리한 갯골생태공원을 6월 26일 다녀왔다.
▶푸른 잔디밭에서 갯골의 풍경을 즐기는 모습. 뒤로 보이는 흔들전망대에 오르면 시흥 갯골의 뛰어난 자연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아이랑 걱정 없이 뛰어놀고 싶어 나왔어요.” “인근에 살아 종종 오는데 사람들과 부딪칠 걱정이 없어요.” 주차장 앞 잔디광장에서 만난 두 가족의 이야기다. 연날리기와 비눗방울 놀이를 하는가 하면, 그늘막이 쳐진 야외무대 위에서 마냥 뛰어다닌다. 넓은 잔디밭에서 노는 모습이 눈을 시원하게 해준다. 코로나19 이후 오랜만에 다시 마주하는 풍경이다.
금요일 오후 시흥 갯골생태공원 곳곳에서는 여유롭게 일상의 행복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코로나19 시대의 기본 생활수칙인 마스크 착용도 잊지 않았다.
▶시흥 갯골생태공원에서는 옛 염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시흥 갯골생태공원은 갯벌 사이로 난 수로를 통해 소래포구로부터 바닷물을 끌어들여 소금을 생산한 갯골이라고 불리던 지역이었다. 갯골 중에서도 시흥 갯골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내륙 깊숙이 들어온 내만 갯벌로 알려져 있다. 염전이 중단되면서 생태환경이 복원되자 국가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되었다. 시흥 갯골생태공원은 148만 7603㎡(약 45만 평) 규모의 드넓은 공원에 갯골과 염전이라는 독특한 주제를 바탕으로 다양한 탐방코스가 마련되어 있다.
▶과거 소래염전 시절에 쓰인 천일염 운반 열차
주차비 없고 그늘막 설치도 무료
먼저 시흥 갯골생태공원의 과거인 소래염전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염전체험장으로 발길을 향했다. 텐트 장비를 챙긴 가족이 웃고 떠들며 앞서 걷는다. 염전체험장 인근 해수체험장 주변에 마련된 그늘막 설치 가능구역으로 가는 길이란다. “이곳은 곳곳에 쉼터가 있지만, 그늘막을 설치할 수 있는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어요. 눈치 안 보고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어 자주 옵니다.” 세 곳의 무료 그늘막 설치 허용구역 외에도 시흥 갯골생태공원에선 지갑을 열 일이 별로 없다. 주차비가 없고 입장료도 무료다. 다만 부대시설을 이용하거나 체험을 하면 요금이 발생한다.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해 해수체험장 등 일부 시설을 이용하는 데 제한이 있다.
▶시흥 갯골생태공원은 아이들의 생태 학습장으로 뛰어난 곳이다.│경기관광공사
염전체험장은 천일염 만드는 과정을 학습하고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바닷물이 소금으로 완성되기까지 과정과 시대별 작업 변화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소금창고와 소금찜질장, 소금놀이터 등 체험장도 마련되어 있다. 소래염전 시절에 사용했던 소금창고 2동과 생산한 천일염을 집하지까지 실어 나르던 작은 화물열차인 ‘가시렁차’ 등 염전의 옛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소금창고에서 마주친 남성은 “여유 있게 거닐고 싶어 나왔다”고 말하고, 소금놀이터에서 놀고 있던 두 초등학생은 “염전이 신기하다”며 재잘댄다. 30분 정도 염전체험장 주변을 둘러보는데 사람들은 어디나 한둘이 지나갈 뿐이다.
▶소금놀이터 체험장
전망대 오르면 시원한 갯골 풍경이 한눈에
소금창고 뒤로 갯골생태학습장이 이어진다. 갯벌 위의 목재 관찰로를 따라 걸으며 농게, 방게, 밤게, 퉁퉁마디, 칠면초, 왜가리 등 갯골에 서식하는 다양한 생물을 관찰할 수 있다. 탐조대 내부에서는 시흥 갯골을 찾는 다양한 철새에 관한 정보도 얻을 수 있다. 폭이 넓지 않은 관찰로인데도 사람들과 어깨를 부딪칠 일은 없었다. 그냥 멀찍이 놀러 온 일행들이 보일 뿐이다.
관찰로를 빠져나오면 갯골과 공원 전망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가 보인다. 6층 높이의 나무로 만들어진 흔들전망대다. 전체적인 모양은 갯골의 바람이 휘돌아 오르는 느낌으로 갯골의 변화무쌍한 역동성을 표현했다고 안내판에 써 있다. 빙빙 둘러 올라가는 구조로 만들어져 힘들이지 않고 정상에 이른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드넓은 시흥 갯골과 생태공원의 경관이 한눈에 들어온다. 시흥 갯벌은 내륙 깊숙이 들어온 나선형 갯벌로 갯골의 경사가 급한 특이한 지형을 보전하고 있다. 자연의 신비로움이 그대로 전해진다.
▶농게, 방게, 밤게 등 갯골에 서식하는 다양한 생물과 철새를 만날 수 있다.
시흥 갯골생태공원은 갯골을 따라 곳곳에 쉼터와 다양한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다. 벤치, 퍼걸러, 흔들의자 등 휴게시설에 앉아 여유롭게 갯골을 바라보며 휴식할 수 있다. 특히 전망대 주변으로 설치된 휴게시설에서 바라보는 갯골의 풍경은 일품이다. 노모와 함께 나들이 나온 가족은 “답답했는데, 뻥 뚫리는 기분이에요”라며 길게 펼쳐진 갯골에 코로나19로 인한 집콕 생활의 답답함이 풀렸다고 말했다.
걷다 보면 바닷가 모래땅에 서식하는 사구식물을 관찰할 수 있는 곳도 나온다. 농게, 망둥이 등 갯벌에서 사는 생물로 만들어진 조형물은 기념사진을 남기기 좋은 장소다.
▶농게, 방게, 밤게 등 갯골에 서식하는 다양한 생물과 철새를 만날 수 있다.
전기차나 자전거 대여도 가능
어느새 공원에 도착한 지 두 시간이 지났다. 갯골습지센터, 암석원, 캠핑장 쪽은 아직 보지도 못했다. 돗자리 깔고 쉬다가 못 본 곳까지 마저 걷고 싶지만 급히 온 길이라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무더위에 걷기가 조금 겁난다면 전기차나 자전거를 타고 공원을 한 바퀴 돌아볼 수도 있다. 공원 입구에 빌려주는 곳이 있다.
시흥 갯골생태공원은 아이들의 생태 학습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자연 풍경을 보러 오기에도 좋은 곳이다. 휴게시설이 잘 갖춰져 있지만 취사는 금지되어 도시락을 싸가길 권한다. 무엇보다 붐비지 않는다.
더위와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에 한숨 돌릴 여유를 포기할 수 없다면 그나마 덜 붐비는 한적한 곳을 찾아야 한다. 코로나19 시대 3밀(밀폐·밀접·밀집)을 피하는 소규모 안전 여행이 해답이다.
글·사진 심은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