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보화진흥원은 부산디자인진흥원에서 어르신 대상 디지털 종합역량 교육 프로그램을 추진했다. 6월 19일 수강생들이 마스크와 보호장구를 쓴 채 교육을 받고 있다.│한국정보화진흥원
고령층 디지털 활용 교육 현장 가보니
강의실 대형 화면에는 햄버거를 구입하는 키오스크(KIOSK·터치스크린 형식의 무인 종합정보 안내시스템)가 펼쳐져 있었다. 강사는 어르신 수강생 앞에서 직원의 도움 없이 단말기를 통해 햄버거를 사먹을 수 있는 방법을 설명했다. 6월 18일 부산 해운대구 우동 부산디자인진흥원에 마련된 강의실에서는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쓴 어르신들이 강의에 집중하고 있었다. 강의실 입구에는 손 소독제가 비치됐다.
“제가 결제를 했던 곳은 동전이 안 되고 1000원짜리 지폐를 넣어서 200원을 돌려받았어요. 키오스크가 또 어디에 있을까요? 민원 무인 발급기도 있지요. 어디에 민원 무인 발급기가 있는지 검색해도 되고요. 대구 수성구, 부산 해운대구 이렇게 검색하면 돼요. 자, 여기 간단하게 실습할게요. 뭘 보여드릴 거냐면, 아메리카노 두 잔을 주문하고 카드 결제하는 거요. 영수증 받는 거, 잊지 마세요.”
▶식당에서 키오스크로 음식 주문하는 방법을 설명하는 오은미 강사
어르신들, 키오스크 활용 음식 주문 실습
“자, 화면을 같이 봐요. 아메리카노 두 잔 주문하라고 하네요. 뭐부터 누를까요? 아메리카노. 그다음? ‘플러스.’ 그다음? ‘주문 완료.’ 그러면 다음은 ‘결제하기’ 이거 맞나요? 자, 이제 뭐 할까요? ‘결제하기’를 눌러요. 카드 넣고 결제를 할 거예요. 여기 칸에다 카드를 넣으면 돼요. 실수하는 게 뭐냐면요. 저도 매일 실수하는데요. 카드에 보면 바코드가 있는데, 그게 앞으로 가도록 넣어야 해요. 어르신들, 너무 잘 아시네요. 에이, 다 아니까 저는 다음에 안 올래요(웃음). 어, 계산이 끝났어요. 영수증을 꺼내야 해요. 그 이유는 뭘까요? 번호를 봐야 하니까요. 꺼내면 끝. 자, 이제 조금 더 어려운 과정도 해봐요.”
강사 오은미 씨는 설명을 마친 뒤 어르신 수강자들에게 태블릿피씨를 나눠주었다. 직접 태블릿피씨 화면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실습을 하기 위해서다. 어르신들은 태블릿피씨를 통해 햄버거를 주문하는 실습을 했다. 오 씨는 수강생 사이를 돌아다니며 질문을 받고 도움을 줬다. 햄버거 주문이 끝나자 다음에는 병원에서 결제하는 방법을 실습했다.
“어르신, 병원도 한번 해볼까요? 병원에서도 요즘 키오스크 쓰잖아요.”
어르신들은 병원 수납 실습이 끝나자, 태블릿피씨를 통해 영화표를 사고 커피를 주문한다. 오 씨는 어르신들이 잘하고 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우리 반이 제일 ‘에이스’거든요. 그래서 어르신들이 얼마나 잘하시는지, 어떻게 하는지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아요.”
▶수강생들이 실습하다 모르는 부분이 나오면 한국정보화진흥원 직원들이 도움을 준다.
디지털 교육으로 고령층 삶의 질 개선
강의가 한 시간쯤 지났을 때 휴식 시간이 찾아왔다. 잠시 휴식을 취하는 오 씨를 인터뷰했다. 어르신들의 반응은 어떨까. “어르신들이 이걸 처음 들어본대요. 이런 애플리케이션(앱)이 있는지 몰랐다는 거예요. ‘신세계네’ 이야기하실 때마다 주변에서 많이 안 알려주었구나 싶었어요. 자녀들이 있을 수도 있고, 각종 수업이 이뤄지는 복지관도 있는데 왜 이걸 처음 배우실까, 안타까웠어요. 많이 좋아하세요. 진짜 이런 기능이 있었네, 이런 거 하나도 못 써보고 살았네, 하시죠. 그리고 활용하려고 노력해요.”
자녀들은 왜 어르신들에게 키오스크나 휴대전화(스마트폰)의 다양한 기능을 알려주지 않았을까? 오 씨는 그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어르신들이 먼저 다가가서 알려달라고도 안 하셨을 거 같아요. 이게 뭐냐고 말이죠. 나랑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을 거예요. 휴대전화는 나랑 안 맞다고. 휴대전화의 아주 기본적인 기능만 알고 있으니까 다른 걸 배울 기회가 적지 않았을까요?”
강의를 듣는 어르신들은 질문도 하면서 적극적으로 학습에 참여했다. 때때로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키오스크가 확산되는 사회에서 사용 방법을 모르면 자연스레 삶의 질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는 “이런 교육이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열 개를 가르치면 네 개를 활용하세요. 키오스크의 경우는 활용을 못해서 음식을 사먹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때가 많아요. 이런 교육을 받으면 생활의 질이 높아질 거예요. 버스 교통편을 알아본다거나 길을 찾는다거나. 오전에는 휴대전화로 쇼핑하고 배달받는 방법을 수업했어요. 삶의 수고가 덜어지고 시간도 절약되지요.”
▶수강생들이 수업 중에 질문하거나 웃음을 터뜨려 수업 분위기가 화기애애하다.
최고령 할머니 “체계적으로 교육받아 좋아”
그는 수업 내내 농담과 웃음을 잃지 않았다. 특히 어르신들에게 끝없이 자신감을 심어줬다. 그는 “부정적인 반응을 하지 않으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절대 하지 말아야 할 말 중의 하나가 뭐냐면요. ‘어르신들은 못하시고요. 집에만 있으시잖아요.’ 이런 말이에요. 어르신들이 수업을 받으며 제 기운을 가져가세요. 제가 밝게 해야 어르신들도 즐거운 기를 받을 수 있잖아요. 그래서 더 애쓰는 것도 있어요. 또 연세가 드실수록 위축되는 면이 있는 것 같아요. 사회에서 조금 더 멀어지고, 젊은 사람들과 동떨어지고요. 이런 수업이 복지관에도 많아지면 좋겠어요.”
이날 교육에 참여한 어르신들은 모두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휴대전화를 가지지 못한 어르신들에 대한 걱정도 늘어놨다. “어르신들이 모두 휴대전화를 가진 건 아니에요. 휴대전화를 가지고 뭘 할 수 있는지 전혀 모르는 분도 계시죠. 더 다양한 계층으로 교육이 확산되면 좋겠어요.”
이날 교육에 참여한 어르신 중 최고령자는 조정자(79) 씨다. 그는 친구 다섯 명과 함께 수업을 받았다. 그는 “체계적으로 교육을 받으니까 정말 좋다. 활용을 많이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이전까지 키오스크를 접할 때마다 직접 구매하는 대신 자녀에게 부탁했다고 한다. 자신감이 생겼다는 그는 “수업 듣는 시간이 즐겁다. 사실 나이가 이만큼 되니, 나태해지고 포기하게 되는 부분이 있다. 나이가 많지만 따라가려 하니까 젊어지는 것 같다. 오늘은 운동 가는 것도 포기하고 왔다. 해보니까 앞으로도 결석하지 않고 배워야겠다는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글·사진 박유리 기자
디지털 불평등 해소를 위해 ‘취약계층, 디지털에 반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은 제33회 정보문화의 달과 연계해 취약계층 대상 디지털 종합역량 교육 프로그램인 ‘취약계층 디지털에 반하다!’를 부산, 여수 지역에서 6월 19일까지 진행했다.
디지털의 급속한 발전과 무인화 흐름 속에서 취약계층이 이용에 어려움을 느꼈던 기차표 예매, 금융앱 활용 및 계좌이체, 키오스크, 특히 코로나19로 일상화된 온라인 수업도구 이용하기, 인공지능(AI) 스피커·1인 미디어 플랫폼 활용하기 등 실생활에 자주 활용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디지털 금융범죄 피해, 디지털 과의존 등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역기능 예방 교육과 디지털을 활용한 취약계층의 사회·경제적 참여를 위한 교육도 함께 진행됐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교육장 안에 손 소독제와 비접촉식 체온계를 비치해 운영했다.
이번 교육은 과기정통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시범적으로 추진한 대구 지역의 ‘어르신, 디지털에 반하다’ 교육 프로그램이 성황리에 진행되면서 고령층, 장애인까지 취약계층 대상을 확대해 전국 5개 권역에서 디지털 종합역량 교육을 하는 데 의의가 있다.
디지털 종합역량 교육 프로그램은 6월부터 부산 지역에서 만 55세 이상 어르신 대상, 여수 지역에서는 장애인 대상으로 디지털 종합역량 교육을 했다. 20명 내외의 소규모 인원을 대상으로 강의와 실습·체험 방식으로 교육이 이루어졌다. 교육 대상자는 부산광역시에 거주하는 휴대전화 소지자로 만 55세 이상 국민과 전남 지역 장애인·고령층 국민이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서울·대전·대구·광주에서도 진행될 예정이다.
(문의: 053-253-4187)
문용식 한국정보화진흥원 원장은 “디지털은 생존의 문제로, 디지털 환경에 접근하지 못하면 경제활동을 포함해 모든 기회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다. 이런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 국민 모두가 디지털에 참여해 디지털의 혜택을 고루 누릴 수 있도록 디지털 포용 환경을 구축해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