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22개국 유엔(UN) 참전국 마스크 지원 수송행사가 열린 5월 8일 김해국제공항에서 참석자들이 ‘덕분에 챌린지’ 수어를 하고 있다.
유엔 참전용사 마스크 지원
“한국 정부가 참전용사 가족들에게 마스크를 보내왔다. 한국은 다시 한번 그들의 자유를 위해 싸운 이들을 잊지 않았다. 뜻밖의 선물에 더욱 감사함을 느낀다. 우리도 한국을 절대 잊지 않겠다.”
(이탈리아 거주 참전용사 자녀 미켈레 산토르시에)
“마스크와 편지를 받고 기뻤다. 한국 국민이 70년이나 된 전쟁에 참가해 싸웠던 노인들을 잊지 않고 있다는 데 감동했다.”
(프랑스 거주 참전용사 미셸 오스왈드)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한 가운데 한국 정부가 6·25전쟁 유엔(UN) 참전용사와 유가족에게 보낸 마스크가 큰 감동으로 되돌아왔다. 마스크를 받은 세계 각국 참전용사들은 한국에 뜨거운 감사 인사를 전했다. 6·25전쟁 당시 전투 지원 16개국, 의료 지원 6개국에서 총 195만 7733명(연인원)의 참전용사가 한국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달려왔다. 이 가운데 3만 7902명이 전사하고, 10만 3460명이 부상을 입었다.
6·25전쟁 70주년 사업추진위원회(추진위)는 6·25전쟁 유엔 참전용사 마스크 지원이 마무리됐다고 6월 15일 밝혔다. 유엔 참전용사 마스크 지원은 외교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의 협조로 이뤄졌다. 현재 마스크 해외 반출은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으나 ‘인도적 목적’ 등 예외적으로 반출을 허용하고 있다.
추진위는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5월 8일부터 6·25전쟁 당시 유엔 참전용사가 보여준 희생과 공헌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22개 유엔참전국 참전용사에게 마스크를 지원해왔다. 22개 참전국 모두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으로, 특히 바이러스에 취약한 고령의 참전용사에게 마스크 지원이 이뤄져 어느 때보다 감동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 지원한 마스크 수량은 총 100만 장으로, 전체 참전용사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에 50만 장, 그 외 21개국에 50만 장을 참전 인원과 코로나19 확진자 현황 등을 고려해 배분했다. 미국의 경우 국방부 협조를 받아 공군 수송기로 50만 장을 전달하고, 수량이 적은 국가는 재외공관을 통해 배포했다.
추진위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추진위 주최 ‘광화문 아리랑’ 특별전에 참석해 “해외 참전용사의 희생 덕분에 현재의 대한민국과 국민이 있다”며 “우수한 국력을 바탕으로 코로나19 방역 모범국이 될 수 있었던 것도 이분들이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지켜준 덕분으로, 해외 참전용사는 우리 국민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앞으로도 유엔 참전용사에게 감사를 전하고자 하는 대한민국 정부의 마음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참전국 정부, 참전용사 후손과 긴밀한 교류로 연대와 협력을 이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주 벨기에 국방무관이 벨기에 참전용사에게 한국 정부가 보낸 마스크를 전달하고 있다.| 국가보훈처
“지원해준 마스크 덕에 친구·가족 만나”
마스크를 전달받은 이들은 진심 어린 감사 인사로 화답했다. 이탈리아 참전용사 자녀인 미켈레 산토르시에 씨는 최근 시칠리아 지역의 한 일간지에 한국의 마스크 지원에 감사하는 글을 실었다. 그는 “한국 정부가 참전용사 유가족당 100장이 넘는 마스크와 감사 인사가 담긴 소포를 보내왔다”며 “한국은 그들의 자유를 위해 싸운 이들을 잊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기대하지 않은 선물이라서 더욱 감사하는 마음”이라며 “우리도 한국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1952년 육군 소대장으로 참전한 호주의 예비역 준장 콜린 칸 씨는 주 호주 대한민국 대사관으로부터 마스크 30장을 전달받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그는 “한국의 자유를 위해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어 정말 기쁘고 행복했다”며 “68년이 지난 지금도 참전의 선택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프랑스 참전용사 미셸 오스왈드 씨는 “한국 정부에서 보낸 마스크는 값을 매길 수 없는 충실한 우정과 따뜻함에서 나온 선물이며 국경을 넘은 영원한 감사의 표현”이라고 밝혔다. 영국 참전용사 필립 섀넌 씨는 “우리를 찾아와 고맙다고 해주는 건 한국이 유일하다”며 “기회가 있을 때마다 챙겨줘서 고맙다”고 인사했다. 캐나다 참전용사 빌 블랙 씨도 “지원해준 마스크 덕분에 참전용사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으며 친구와 가족을 만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참전용사 아버지를 대신해 아들인 더크 로 씨가 감사를 전했다. 그는 “한국이 마스크와 손 소독제 등 그동안 지원해준 것에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말했다. 벨기에 참전용사 유가족인 마크 타이스 씨도 “참전용사인 아버지에 대한 자랑스러움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며 “한국이 마스크를 통해 마음을 전해준 것에 깊은 감사와 애정을 전한다”고 밝혔다. 이 밖에 호주와 스웨덴, 태국 등 여러 나라 참전용사들이 한국에 감사를 전했다.
▶호주의 예비역 준장 콜린 칸씨를 비롯해 세계 각국 참전용사들로부터 감사 메시지가 전해졌다.| 외교부
“동맹국인 한국과 함께할 수 있어 감사”
한편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육군에 복무했던 사람으로서 동료들이 서로 돕는 모습을 보는 것만큼 기쁜 일은 없다”며 “미국은 한국의 다정한 기부와 관대함에 감사를 보낸다”고 밝혔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도 “미국의 참전용사들을 위해 미국 보훈부에 마스크 50만 장을 지원해준 한국 정부에 감사를 전한다”고 했다. 로버트 윌키 미국 보훈부 장관도 마스크 50만 장을 받은 후 감사 서한을 보내 “미국 보훈부는 한국의 마스크 선물을 작은 감사 표시로 보지 않는다. 이런 불확실한 시기에 긴밀한 동맹국인 한국과 함께할 수 있어 감사하고 있다”며 “우리가 보살펴야 할 참전용사를 위한 고귀한 대의를 향해 함께 손을 잡아줘서 감동했다”고 밝혔다.
추진위 관계자는 “앞으로 국내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되고 국내에서 어려움 없이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게 되면 참전국에 대한 추가 지원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청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