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성 대표가 6월 7일 서울 송파구 제이앤피인터내셔널 사무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친환경 어린이 화장품 업체
제이앤피인터내셔널
코로나19가 확산되며 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친환경 어린이 화장품 ‘마이얼스데이(MyEarthday)’를 생산·판매하고 있는 제이앤피(J&P)인터내셔널도 마찬가지다. 심재성 제이앤피인터내셔널 대표는 “일반적으로 매출이 급감할 때 반토막 났다고 표현하는데 현재 상황은 그걸로 부족하다. 우리는 매출의 90% 이상이 줄었다”고 최근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제이앤피인터내셔널은 해외 수출 비중이 70~80%에 이르는데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홍역을 앓으면서 수출길이 막혔다. 국내에서도 롯데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 현대백화점 등에 입점해 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해외여행이 급감하면서 손님이 거의 없다. 최근 온라인 쪽을 더욱 강화하며 활로를 찾고 있지만 매출 회복이 쉽지는 않다.
하지만 심 대표는 정부의 최근 코로나19 대처를 지켜보면서 오히려 희망을 품게 됐다. 심 대표는 “처음 코로나19가 중국과 우리나라에서만 대량으로 확진자가 나왔을 때 한국 이미지에 치명상을 입지 않을까 걱정이 많았다”며 “코로나19에 대해 정부의 대응이 세계가 인정할 만큼 투명하고 효과적이라는 평가여서 오히려 좋은 이미지가 생길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자칫 중국과 함께 부정적 이미지가 굳어질 수 있었지만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이미지를 주는 계기가 됐다고 그는 판단하고 있다.
▶마이얼스데이 화장품│제이앤피인터내셔널
“브랜드K 선정된 뒤 좋은 일 많이 생겨”
해외 수출이 많은 중소기업은 국가 브랜드가 상당히 중요하다. 1970~80년대만 해도 국내에서 ‘미제’와 ‘일제’는 생산업체와 관계없이 질 좋은 상품이라는 이미지가 있었다. 현재 한국 화장품은 중국·홍콩·대만·동남아시아 등에서 품질 좋은 제품으로 통한다. 2011년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사고처럼 국가적 재난이 그 나라 제품들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기도 한다.
제이앤피인터내셔널은 최근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사태만 잘 해결되면 제2의 도약이 올 것으로 믿고 있다. 심 대표는 “2019년 중소벤처기업부의 ‘브랜드K’에 선정된 뒤 한꺼번에 좋은 일이 많이 생겼다”며 “같은 해 12월에는 중국·홍콩·대만·말레이시아·싱가포르·미국 등의 기업과 계약을 맺고 수출하기로 결정됐다”고 말했다.
물론 2월로 예정됐던 수출은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확산하며 모두 정지된 상태다. 하지만 그는 “감염병 탓에 언제 재개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일단 판로가 열린 만큼 코로나19 사태만 진정되면 곧바로 재개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4월 말부터는 코로나19 상황이 조금 진정되는 듯하자 홍콩과 중국을 중심으로 조금씩 수출이 재개되고 있다.
제이앤피인터내셔널은 ‘한류’가 한창 붐을 이루던 2013년 창업해 수출 위주로 성장했고, 2018년 어린이 화장품 브랜드인 ‘마이얼스데이’ 사업을 개시(론칭)하면서 다시 한번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심 대표는 아들의 아토피를 치료하면서 친환경 화장품에 눈을 떴고, 회사의 미래를 보고 방향을 전면 수정했다.
심 대표는 첫째 아들이 피가 나올 정도로 아토피가 심하자 동네 병원을 찾았지만 좀처럼 호전되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굴지의 대형 병원에 아들을 데려갔는데 병원에서 영국제 화장품인 P 제품을 처방해주는 것을 보고 화가 났다고 했다. 그는 곧바로 회사 연구원들과 함께 아토피에 좋은 화장품 연구에 돌입했고 1년 만에 시제품을 만들었다.
그는 아들에게 직접 시제품을 사용해 아토피가 깨끗이 나았고, 아들의 친구들까지 효과를 보자 그때부터 회사의 주력 상품으로 삼았다. 서울 송파구에 있는 그의 사무실에서는 회사 이름을 찾아보기 어렵다. 누리집(myearthday.co.kr) 역시 ‘마이얼스데이’ 제품을 중심으로 구축해 어린이 화장품에 대한 그의 기대치를 엿볼 수 있다.
▶2019년 전남 순천에서 열린 ‘람사르 습지도시 지자체장 회의’에서 각국 자치단체장들과 ‘괜찮아 지구야’ 환경 캠페인을 하고있다.
어린이 화장품 시장의 강자 꿈꿔
심 대표는 세계적으로 건강과 친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어린이 화장품 시장은 계속 성장한다”고 밝혔다. 중국만 해도 전에는 어린이 화장품을 거의 쓰지 않았지만 요즘은 늘어나는 추세다. 중국 경제가 성장하면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데다, 출산을 억제하던 1가구 1자녀 정책을 완화하면서 중국 소비자들의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했다.
‘마이얼스데이’ 제품은 내용물뿐만 아니라 용기와 포장지까지 유기농 친환경 소재로 만든다. 제품 용기 등으로 쓰이는 플라스틱은 빨리 썩는 소재를 사용하고, 잉크는 콩기름 잉크를 쓰며, 화장품을 포장하는 종이 상자도 100% 사탕수수로 만들어 쉽게 분해된다.
‘브랜드K’ 누리집은 마이얼스데이 모이스처라이징 로션에 대해 “유기농, 친환경 원료를 사용하고 유해 성분 0%, 모든 성분이 EWG(Environmental Working Group) ‘그린 등급’을 받아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키즈 전용 로션”이라고 소개하며 “특히 아토피로 민감한 아이 피부를 촉촉하고 건강하게 가꿔준다”고 밝히고 있다.
EWG는 미국의 비영리 환경단체로 화장품·세제·샴푸 등 생활용품의 성분 데이터로 표본을 만들어 정부나 공신력 있는 단체에서 발표된 논문과 자료를 바탕으로 위험도를 지정한다. 위험도 등급은 1단계에서 10단계로 나뉘며 가장 안전한 1~2등급을 ‘그린 등급’이라고 부른다.
심 대표는 환경 캠페인을 주도하는 등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건강한 이미지에 집중하고 있다. 2018년부터 인스타그램 등 누리소통망(SNS)에서 운영하는 ‘괜찮아 지구야’ 캠페인은 반응이 좋다. 이 캠페인은 전국의 어린이들이 환경보호를 위한 작은 실천을 하고 이를 사진이나 영상에 담아 누리소통망으로 전파해 더 많은 사람이 지구를 돌보게 하는 실천 캠페인이다. 지금 추세로 50년 뒤 3℃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지구의 온도를 1℃라도 낮추자는 운동이다. ‘괜찮아 지구야’의 주부·아이들 회원은 5000여 명에 이른다.
3월에는 사비를 들여 제작한 어린이 마스크와 손 소독제를 무료로 나눠주는 나눔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어린이 한 명에게 한 개씩 나눠주는 행사를 열흘 동안 했는데 하루 20만~30만 명이 누리집을 방문할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 앞서 2월에는 ‘괜찮아 지구야’ 운동본부에서 회원들을 통해 기부받은 마스크 1만 800여 개를 당시 코로나19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던 대구시에 기부하기도 했다.
심 대표는 어린이 화장품 시장의 강자를 꿈꾼다. 마이얼스데이 브랜드만으로 3년 안에 매출 1000억 원 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국내에는 대기업 계열회사가 있어 아직 이 부문 1등은 어렵고 현실적으로 2등을 목표로 한다”며 해외를 중심으로 한국의 국가대표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성인 화장품 시장에서는 대기업 등 강자들이 있지만 유아용 화장품 시장에는 아직 강자가 없다”고 의욕을 보였다.
그는 브랜드K에 대해 “선발 주자들이 국가 브랜드 위상을 높여주면 다른 중소기업들이 해외 진출하기가 쉬워진다”고 말했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중소기업에는 국가 브랜드가 큰 힘이다. 마이얼스데이만 해도 브랜드K에 선정된 뒤 말레이시아 등지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고 한다.
▶심재성 대표(맨 왼쪽)가 2019년 브랜드K 홍보관에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제이앤피인터내셔널
“젊은이들, 해외 무대로 큰 그림 그려야”
해외 소비자들이 주요 고객인 화장품업계는 유독 국가 브랜드의 영향이 크다. 한국 드라마가 인기를 얻을 당시에는 해외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았으나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2017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를 둘러싸고 한국과 중국이 갈등을 빚으면서 타격이 컸다. 최근 한류 스타들의 중국 공연이 추진되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2020년 내 방한을 재확인하면서 중국 등 해외시장의 여건은 좋아지고 있다.
심 대표는 중소기업 정책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국회에서 2019년 말 ‘브랜드K’ 관련 예산을 90% 이상 삭감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의 브랜드K 관련 2020년 예산은 애초 100억 원으로 책정됐지만 크게 줄어 3억 7000만 원으로 확정됐다. “‘메이드 인 코리아’ 브랜드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좋은 정책인데 국회에서 너무 소홀히 하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창업을 하려는 젊은이들에게 해외를 무대로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어떤 아이템이든 당장 먹고살기 위해 국내 기반이 필요하겠지만 글로벌을 대상으로 큰 그림을 그리다 보면 때가 온다”고 말했다. “정부와 협업을 통해 해외 파트너와 바이어를 만나면서 세계 시장에 맞게 제품을 만들고, 세계 수요를 계속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글·사진 이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