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누리집/ 카카오TV 누리집
“국민 10명 중 9명은 유튜브를 사용한다고 응답했고, 하루 평균 사용 시간도 1시간에 이르렀다.” 얼마 전 기사에서 발견한 문장이다. 방송통신위원회와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은 전국 17개 시·도에 거주하는 17~64세 남녀 3753명을 대상으로 면접 조사를 진행했는데 그 결과, 절반 이상의 사람들(56%)이 OTT 서비스(Over the Top service·인터넷 기반으로 동영상 등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위는 단연 ‘유튜브’로 OTT 이용자 중 91%가 사용한다고 답했다. 2위는 네이버TV 37.8%, 3위는 카카오TV(17.9%)였다. 넷플릭스는 14.9%에 그쳤지만, 지난 1년 사이 유료 가입자가 20% 순증가했고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도 큰 투자를 이어가고 있으니 2021년 조사에서는 이와는 상당히 다른 결과가 나올 것으로 짐작된다.
설문에서 OTT를 사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편리하기 때문’으로 드러났다. 이용자의 53.7%가 이렇게 답했지만, ‘추천 서비스’를 장점으로 꼽은 이들은 14.9%로 의외로 그리 높지 않았다. 넷플릭스, 유튜브, 왓챠플레이를 비롯해 스포티파이나 바이브, 멜론 등도 추천 서비스를 경쟁력으로 내세우지만 실제 사용자들은 기대보다 높은 만족도를 느끼지 못했다고 답한 것이다.
구독 취소 요인도 42.4%의 응답자가 ‘이용료 부담’을 꼽았는데, 월평균 이용료는 1만 원 내외지만, 최근 독점 콘텐츠 비중을 늘리면서 한 달에 3~4개 서비스를 구독해야 하는 부담도 늘어났다. 그 외에는 ‘너무 많은 시간을 소비하게 되어서’(21.2%)도 구독을 끊는 이유 중 하나로 꼽혔다. 그만큼 실시간 재생(스트리밍) 서비스가 일상화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스트리밍은 어떻게 콘텐츠를 발전시킬까
추천 기능 강화와 구독률 향상은 앞으로 스트리밍 서비스가 해결해야 할 문제지만 동시에 사용자들에게 추천하는 알고리즘을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오래전 비디오 가게나 음반점, 동네 서점에서 추천받을 때의 기억을 떠올려보면 현재 알고리즘이 비슷한 흐름을 기반으로 추천하는 방식이 얼마나 유용하지 않은 방식인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취향은 낯선 감각의 충돌을 통해 개발되고 향상된다.
한편 최근 국제음반산업협회(IFPI) 보고서는 디지털 스트리밍의 비중이 전체 산업의 50%를 돌파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세계 음반산업 매출은 8.2% 증가했고, 유료 스트리밍 구독자 성장률은 33.5%로 최고점을 기록했다. 세계 음악산업 매출에서 스트리밍이 차지하는 비중은 56.1%인데, 앨범은 21.6%, 내려받기(다운로드)는 7.2%를 차지한다. 특히 스트리밍 매출은 22.9%, 광고·TV 사용 매출은 5.8% 증가한 반면 내려받기는 -15.3%, 앨범 -5.3%, 방송·공연장 -3.6%로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출의 대비가 뚜렷하다.
전 세계 음악 시장 순위는 미국,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한국, 중국, 캐나다, 호주, 브라질 순으로, 한국은 8.2%, 중국은 16%, 인도는 18.7%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지역별 성장률은 아시아 3.4%, 호주 7.1%, 유럽 7.2%, 남미 18.9%, 북미 10.4%로 남미가 가장 크게 성장했다. 이렇게 음악 시장에서 남미의 영향력은 높아지는데, 그 이유는 미국 내 히스패닉 인구의 증가와 남미 소비자의 확대 등을 꼽을 수 있다. 가장 큰 남미 시장 세 곳은 브라질(13.1%), 멕시코(17.1%), 아르헨티나(40.9%)다.
▶네이버TV 누리집/ 넷플릭스 누리집
스트리밍이 지배하는 콘텐츠 시장
스트리밍은 확실히 대세로 자리 잡았다. 대세일 뿐 아니라 전체 시장을 견인하는 역할을 하고 있고, 이 현상은 앞으로 더 강해질 것이다. 특히 코로나19 상황으로 외출 빈도가 낮아진 시점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는 콘텐츠 소비의 일반적인 방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오프라인의 사업은 디지털로 전환하거나,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재정립(리포지셔닝)해야 할 상황이다.
물론 스트리밍이 아무리 대세라고 해도, K-팝 예술가뿐 아니라 일부 한국 밴드에게 월드 투어는 여전히 중요하다. 아무래도 투어는 홍보(프로모션)+팬 미팅+시장조사+협찬(인도어스먼트) 수익이 결합된 복합 상품이기 때문이다. 이건 방탄소년단(BTS)을 비롯한 K-팝 그룹 외에 빌리 아일리시 같은 팝 스타들도 마찬가지일 텐데, 음악산업이 세계화하면서 스포츠 분야의 협찬 모델이 결합된 결과다. 공연 수익 구조는 사실상 영화제나 학술회의(콘퍼런스)의 수익 구조와 동일하다.
사실 2019년과 비교할 때 스트리밍 규모가 커진 것은 전에는 없던 시장(동남아시아, 북부아프리카, 인도 등)이 새로 생기면서 전체 규모가 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2020년은 코로나19 상황으로 공연 시장도 붕괴 가능성이 높아졌으니 ‘온라인에서 콘서트 경험’을 어떻게 보장하느냐가 새로운 모델로 부상할 수 있을 것이다.
음악은 극단적으로 개인화된 경험에 초점을 맞춘다. 이 개인적 경험은 공공장소나 군중 속에서 특히 극대화된다. 대신 콘서트는 이와 정반대의 경험이다. 집단적이면서 공통적인 경험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콘텐츠의 형식이 아니라 콘텐츠의 경험이나 감각일 것이다. 2020년 이후의 콘텐츠 사업은 바로 이 점을 중요하게 여길 것이다.
주류가 된 스트리밍, 전체 시장의 주도적 역할을 맡은 이 기술은 콘텐츠 소비의 방식과 그를 통한 경험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 이 환경 아래에서 콘텐츠 제작자는 새로운 형식을 실험하고, 소비자들은 상호작용하면서 사용자로 거듭나게 된다. 스트리밍은 그러니까, 콘텐츠의 본질을 되묻고 그의 방향을 새롭게 설정하게 만든다. 2021년에는 얼마나 많은 변화가 가시화될지 짐작조차 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혼자 혹은 소규모의 그룹으로 활동하는 콘텐츠 창작자들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요즘의 내 고민이다.
차우진_ 음악평론가. 미디어 환경과 문화 수용자들의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특히 주목하고 있다. <청춘의 사운드> <대중음악의 이해> <아이돌: H.O.T.부터 소녀시대까지…> <한국의 인디 레이블> 등의 책을 썼고, 유료 콘텐츠 플랫폼 ‘퍼블리’에서 <음악 산업, 판이 달라진다> 리포트를 발행했다. 현재는 ‘스페이스 오디티’라는 스타트업에서 팬 문화, 콘텐츠, 미디어의 연결 구조를 고민 중이다.